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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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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국내기업/경영자
저자 이병철
출판사/발행일 나남 / 2014.04.23
페이지 수 440 page
ISBN 9788930087568
상품코드 215237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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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
시대의 거친 파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 사업보국 호암이 일군 사업력(事業歷)의 시작은 일제강점기 당시 식민지 백성으로서 사회적 제약에 얽매여 방황하던 젊은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 의령의 한학자였던 선친 밑에서 유복한 성장기를 보내고 일본 유학까지 마쳤지만, 인생의 뜻을 세우지 못하고 골패노름에 빠져 늦은 밤 달그림자를 밟으면서 귀가하기 일쑤였다고 호암은 그 무렵을 회고한다. 그렇게 허송세월하던 그에게 “각성”의 순간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어느 날 달빛을 받은 채 고요히 잠든 자녀들을 보며 무언가 해보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 회심의 순간, 조선인이라 괄시받던 기억이 겹쳐 떠오르며 그는 마침내 ‘사업을 일으켜 나라를 지킨다’는 일생의 목표를 세운다. 이러한 사업보국(事業保國)의 정신은 이후 호암만의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자리매김한다. 사업을 벌이기로 마음먹은 호암은 삼성물산을 세워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고, 이어 제일제당과 제일모직 등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한국 고유의 산업자본을 건립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도 항상 탄탄대로만을 달리지는 않았다. 남북분단과 한국전쟁 이후의 혼란스럽던 정치적 상황으로 흔들린 적 또한 여러 번이었다. 그러나 처음 마음에 새긴 뜻인 ‘기업으로 스스로를 세우고 국민 복지에 공헌한다’라는 결심을 되새기며 활로를 모색하고 다음 단계를 위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다고 호암은 말한다. 즉, 정세를 가늠하는 차가운 통찰력과 사업을 통한 사회공헌이라는 뜨거운 신념이 맞물리며 삼성이라는 거대한 배가 항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결정적 순간들과 그 순간을 이끌었던 지도자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할 만하다. 무에서 유를 일군 창조적 창업가가 전하는 경영비법 호암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많지만, 한국 산업구조의 지형을 여러 번 뒤바꾼 그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은 다름 아닌 ‘시대를 앞선 창조적 지략가’라는 평가다. 독자들 역시 독립적인 산업기반이 전무했던 일제강점기 시절 무역상으로 출발하여, IT업계를 이끄는 글로벌기업을 일구어낸 창업가에게는 어떠한 특출함이 숨어 있었는지 엿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이 책을 집어들 것이다. 호암은 50여 년 동안 자신만의 경영비법을 벼려온 과정을 보여주며 시대를 앞서 가는 기업가의 자질이란 무엇인지 그려낸다. 특히 젊은 시절 정미소와 토지투자사업이 실패로 끝나자,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낱낱이 가려냈다는 일화는 호암식 경영철학의 뼈대를 세우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때 그는 평생의 지표로 삼을 큰 깨우침을 얻는다. 사업을 벌일 때는 시기와 정세를 적확하게 꿰뚫어보고, 일단 판단이 서면 초기의 목표를 이룰 때까지 정진해야 한다는 큰 원칙을 발견한 것이다. 이른바 경영의 정도(正度)지만, 모두가 알아도 쉬이 실천하기는 어려운 이 대원칙을 기업 경영의 구석구석에 도입하고,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성과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호암의 성공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의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반도체 사업 또한 호암의 뚝심 있는 경영 스타일이 결실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유례없는 성장을 이룬 1970년대,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 점차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산업으로 옮겨 갈 것이라 예측한 호암은 수많은 전문가와 기업가, 임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대적인 반도체 사업 육성에 나선다. 그 결과는 모두가 목격했듯 전례 없는 대성공이었다. 이처럼 뛰어난 통찰과 이를 뒷받침하는 의지력으로 ‘삼성신화’를 그려낸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자들은 현실 속에서 이상을 펼쳐내고야 마는 뚝심을 목격할 것이다. ‘삼성신화’에 가려진 호암의 사적인 세계 거목은 그 명성이 높을수록 그만의 사적인 세계가 가려지기 쉽다. ‘삼성 창업주’라는 명성의 그늘 아래 숨어 있던 호암의 인간적 면모 역시《호암자전》이 출간되고 나서야 세간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한학 공부에서 비롯된 유학자적 기질과 사소한 기호품까지도 일류를 고집했던 취향 등을 세세하게 담아낸 만큼, 호암이라는 인물의 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회고록인 덕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그의 취미 편력뿐만 아니라 굴곡진 생애를 장식했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엿볼 수 있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호암은 빛나는 역사와 함께 어두웠던 순간들까지도 진솔하게 책 속에 새겨 넣으며 스스로의 말대로 “한 인간의 삶을, 겸허하게 사실 그대로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민족자본 건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쉴 새 없이 달리던 1970년대, 난데없이 ‘부정축재자 1호’라는 꼬리표가 붙어 검찰 조사까지 받은 사건은 이후로도 오랜 시간 깊은 회의감을 남긴 일생일대의 고비였다. 그러나 그는 ‘호수처럼 맑은 물을 잔잔하게 가득 채우고 큰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준엄함을 가져라’라는 뜻이 담긴 자신의 호 ‘호암’(湖巖)처럼 곧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나 국가 인프라 구축이라는 목표에 새로이 정진한다. 이 흔들림 없는 마음 경영의 밑바탕에는 오랜 시간《논어》등의 한문고전을 탐독하며 길러온 단단한 내적 규범과 더불어 자신의 소명에 대한 뚜렷한 인식이 있었다고 호암은 담담히 말한다. 확고한 신념이 신기술과 첨단 지식보다 앞서야 한다는 호암의 이 같은 믿음은 책 곳곳에 수놓아져 있어, 불확실성의 시대 앞에서 흔들리는 우리들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재계의 거목으로 올라선 창업가의 경영비법서를 기대하며 이 책을 펼쳐든 독자들도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기업 경영을 넘어 마음 경영의 바른 토양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빠져들지 모르겠다.나라 잃은 실감을 했다면서 이렇게 서술한다. “후년 내가 오직 사업에 몰두한 것은 식민지 지배에 놓인 민족의 분노를 가슴 깊이 새겨두게 한 그 부관연락선에서의 조그마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36쪽) 다음은 마산에서 협동정미소와 운송회사를 운영할 때의 일화다.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주연의 분위기를 즐기던 호암은 그 무렵 마산의 모든 요정 단골이었다. 8,90명에 달하는 기생들과 모두 낯이 익은 사이인데다 가끔은 시내의 기생 전부를 불러 놓고 흥청거리기도 했다고. 한번은 일본인인 마산경찰서장이 접대차 기생을 부르려고 보니 호암이 연 주연에 전부 불려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급기야 이 일본 관리는 기생 몇 명만 보내달라고 요청하는데 호암이 이를 묵살해버리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다. 호암의 뒤를 이은 3남 이건희와의 일화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고, 기업가이기 전에 아버지로서 자식들을 염려하는 인간적인 면모도 발견할 수 있다. “3남 건희에게는 일본의 와세다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일 때 중앙매스컴을 맡아 인간의 보람을 찾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그 길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매스컴 경영의 기복에 대비하여 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몇 개의 회사를 붙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고생스러운 기업경영의 일을 자손들한테까지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 않은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사업 탓으로 숱한 파란과 곡절을 겪으면서 갖은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 이러한 험난한 과정을 끝까지 극복하지 못했던 사람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건희에게는 고생스러운 기업경영을 맡기는 것보다는 매스컴을 생각했던 것이다.”(389쪽) 이외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 해상 장보고를 존경하고, 인생의 책으로《논어》를 꼽으며, 국악을 사랑하고, ‘던힐’ 파이프 담배와 미국 시가 ‘크리스탈’을 즐겨 피우던 호암의 개인적인 취향도 엿볼 수 있다. 망중한에 서예를 즐기고 미술품 수집에 취미가 있었던 것은 유명한 사실이며, 이러한 심미안은 호암미술관을 비롯, 삼성미술문화재단 설립 등의 형태로 사회 환원에도 기여하게 했다. 위암 진단을 받고 나서 일본에서 수술을 받기까지의 일도 상세하게 그려져 있으며, 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창조한 사람’(316쪽)답게 이후 소식과 금연을 통해 마치 기업을 경영하듯 철저히 건강을 관리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한국 현대 경제사와 맥을 같이하는 삼성신화의 서장을 목격하다! 국가 경제를 염려하는 초(超)개인적 기업인의 진면목과 실패에 담대하라는 메시지 “이때 나는 이미 사업에 종사하는 한 기업인의 입장을 넘어, 이 나라 경제 전체의 장래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153쪽) 《호암자전》의 초반부를 넘어가고서부터 위와 같은 언급이 자주 보인다. 노련한 기업가의 정치적인 언술일까? 한국 현대 경제사에 삼성이 미친 영향을 생각해볼 때, “축재가 목적이기보다는 신생조국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모색”(123쪽)하는 데 늘 고심했다던 그의 말을 속 빈 허언으로 들어 넘길 수는 없다. 재벌기업과 애국심이라는 단어를 나란히 놓고 보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오늘날의 현실 탓인지, 호암의 이러한 술회에 새삼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쩌지 못한다. 그렇다면,《호암자전》을 관통하는 핵은 무엇일까? 사실 과거를 회고하는 호암의 목소리는 시종 담담하다. 그런 그가 40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에서 단 한 번 다른 사람이 남긴 명언을 인용하는데, 여기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좀더 힘주어 말하고 싶었던 이 말에 중요한 비결이 숨어 있진 않을까? “나는 항상 청년의 실패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청년의 실패야 말로 그 자신의 성공의 척도다. 그는 실패를 어떻게 생각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거기에 대처했는가, 낙담했는가, 물러섰는가, 아니면 더욱 용기를 북돋아 전진했는가. 이것으로 그의 생애는 결정되는 것이다.” (63쪽) 비스마르크 시대의 프로이센군 원수 몰트케의 말이다. 호암은 이 이국 장군의 말에 자신의 삶을 비춰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나 보다. 중일전쟁이 일어나 토지투자사업으로 확장한 2백만 평의 땅과 재산을 잃었을 때, 한국전쟁으로 애써 일으킨 삼성물산이 물거품으로 돌아갔을 때, 10년에 걸쳐 완공한 한국비료를 ‘한비사건’으로 국가에 헌납해야 했을 때. 혹은 자신의 새로운 도전에 동료들마저 회의적 반응을 보일 때,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애쓴 세월이 ‘부정축재자 제 1호’라는 타이틀로 돌아올 때…. 이런 좌절과 실패의 순간에 호암은 ‘그래, 지금이 내 생애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라고 호기롭게 용기에 찬 다음 발을 내딛었다. 실패에 의연히 맞서 다음으로 도약하는 것, 이것이 신화로 기억될 호암의 일대기를 관통하는 비결이라고 이 책은, 호암은 말한다. 실패에 담대하라는 그의 전언이 그보다 훨씬 더 자주 개인적 실패와 좌절에 맞닥뜨릴 21세기의 독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시대가 변했다. 호암이 황무지나 다름없는 20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이룬 성취가 ‘신화’로 불리며 숭상되든 아니면 옛날옛적 이야기쯤으로 취급받든 무색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이미 호암의 손자 세대가 오늘날 삼성의 중진이 되었으며, 호암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첨단제품이 삼성 마크를 달고 앞 다투어 생산되고 있는 오늘이 아닌가. 그럼에도 이 위대하고 고독했을 기업가의 이야기는 읽어봄 직하다. 국가 지도자부터 TV 광고까지 ‘창조경제’를 외치는 지금, 진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창조경제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인물의 일대기이거니와 여전히 유효한 ‘삼성왕국’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목차
서 序 제 1 편 청소년 시절 제 1 장 한일합방 해에 출생 제 2 장 서당에서 학교로 제 3 장 결혼, 그리고 도쿄 유학 제 4 장 세계 공황하의 대학시절 제 5 장 졸업증서 없이 끝난 학업 제 2 편 사업에 투신 제 1 장 사업 투신의 결의 제 2 장 정미·운수업으로 출발 제 3 장 2백만 평의 대지주로 제 4 장 삼성의 모체 삼성상회 설립 제 5 장 고향에서 해방 맞아 제 6 장 사업보국의 신념을 굳혀 제 7 장 이승만 박사의 추억 제 8 장 삼성물산공사의 설립 제 9 장 해방 후의 첫 일본방문 제 10 장 6·25 동란 발발 제 3 편 수입 대체산업 제 1 장 빈손으로 대구에 피란 제 2 장 제조업을 결의 제 3 장 제일제당 설립 제 4 장 국내기술로 공장 완성 제 5 장 제일모직 설립 제 6 장 모든 것을 우리 손으로 제 7 장 유니언 잭 고지에 태극기를 제 8 장 산업자본의 형성 제 4 편 사회의 격동 제 1 장 시은의 대주주로 제 2 장 한국비료의 건설 추진 제 3 장 차관도입 교섭에 성공 제 4 장 120%의 세제 제 5 장 5·16 혁명 최고회의에 서한 제 6 장 박정희 부의장과의 첫 대면 제 5 편 우리가 잘 사는 길 제 1 장 경제인협회 초대 회장으로 제 2 장 울산공업단지의 조성 제 3 장 통화개혁과 삼분파동 제 4 장 〈우리가 잘 사는 길〉 기고 제 5 장 비료공장건설을 재추진 제 6 장 유솜과 일본업계의 반대 제 7 장 미쓰이물산과 차관교섭 제 8 장 한일회담의 이면 지원 제 9 장 세계최대의 단일 비료공장 제 10 장 정치기류에 휘말린 ‘한비사건’ 제 6 편 문화사업 제 1 장 문화재단 설립 제 2 장 교육과 도의문화의 진흥을 제 3 장 호암미술관 설립 제 4 장 매스컴의 경영 제 5 장 동양방송의 영상은 사라지고 제 6 장 용인자연농원에 건 꿈 제 7 장 위암 수술을 받고 제 7 편 전자중화학공업 제 1 장 전자, 그리고 중화학공업 시대로 제 2 장 조선 분야에 진출 제 3 장 플랜트 생산체제 갖추어 제 4 장 유화산업과 방위산업 제 5 장 생명보험과 백화점의 경영 제 6 장 한국의 얼굴 호텔신라 제 8 편 삼성의 장래 제 1 장 새로운 경영기법을 찾아서 제 2 장 반도체 개발을 결의 제 3 장 삼성반도체에 내일을 건다 제 4 장 기업은 영원한가 제 5 장 창업과 수성 제 6 장 보스턴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 제 9 편 취미 편력 수집으로 개성을 안다 생활 속의 골프 국악과 서예로 정심 길러 건축미에 매료되어 《논어》, 인간형성의 근원 후기 호암연보
본문중에서
44쪽 그날도 골패 노름을 하다가 밤 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나이 26세, 이미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달빛을 안고 평화롭게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문득 악몽에서 깨어난 듯한 심정이 되었다. ‘너무 허송세월했다. 뜻을 세워야 한다.’ 44쪽 무엇인가 해야 한다. 독립을 위해서 투쟁에 투신하는 것 못지않게 국민을 빈곤에서 구하는 일 또한 시급하다. 사업의 길을 찾는 것이 성격에 가장 알맞다. 사업에 투신하자. 나의 인생을 사업에 걸어 보자. 66쪽 ‘삼성’의 ‘삼’은 큰 것, 많은 것, 강한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성’은 밝고 높고 영원히 깨끗이 빛나는 것을 뜻한다. 크고 강력하고 영원하라. 재출발하는 사업에 이러한 소원을 담아 나 스스로 이 상호를 택했다. 119쪽 나는 기계에 매달리다시피 하여 며칠 밤낮을 보냈다. 3일째의 일이었다. 공장의 한 용접공이 “원당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어 균형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균형을 맞추어가면서 원당을 넣었더니, 순백의 정제당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이날 1953년 11월 5일을 나는 제일제당의 창립기념일로 정했다. 123쪽 황무지에 공장이 들어서고 수많은 종업원이 활기에 넘쳐 일에 몰두한다. 쏟아져 나오는 제품의 산더미가 화차의 트럭에 만재되어 실려 나간다. 기업가에게는 이러한 창조와 혁신감에 생동하는 광경을 바라볼 때야말로 바로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더없이 소중한 순간인 것이다. 145쪽 국내에서 제일이 된다든지, 국내 경쟁에서 이긴다든지 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자본을 축적하여 차례차례 새로운 기업을 개척함으로써, 선진 외국과 당당히 맞서서 이긴다. 그것이 내가 나아갈 길이다.” 이렇게 스스로 다짐했다. 286쪽 미술관의 명칭은 ‘호암’이다. 호수마냥 맑은 물을 잔잔하게 가득 채우고, 큰 바위마냥 흔들리지 않는 준엄함을 뜻하는 나의 호를 그대로 붙인 것이다. 350쪽 호텔은 도시의 얼굴이며 또한 한 나라의 얼굴이다. 그러나 당시 서울에는 ‘한국의 얼굴’이라고 내세울 만한 호텔이 없었다. 이왕 건설할 바에는 외국의 귀빈을 안심하고 접대하고 대규모 국제회의도 개최할 수 있는 세계 초일류 수준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368쪽 언제나 삼성은 새 사업을 선택할 때는 항상 그 기준이 명확했다. 국가적 필요성이 무엇이냐, 국민의 이해가 어떻게 되느냐, 또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느냐 등이 그것이다. 이 기준에 견주어 현 단계의 국가적 과제는 ‘산업의 쌀’이며, 21세기를 개척할 산업혁신의 핵인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379쪽 거듭 강조하지만 인구는 많고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길은 무역입국밖에는 없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값싼 제품의 대량수출에 의한 무역도 이젠 한계에 와 있어, 이를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개발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90쪽 나의 일과는 수십 년에 걸쳐 한결같다. 아침 6시에 기상하고 저녁 10시에는 반드시 취침한다. 깨어 있으면 촌시도 허송하지 않지만, 한번 잠자리에 들면 모든 것을 잊고 깊이 잠든다. 409쪽 모으는 것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만든 것이 아니면 쓴 것, 그린 것, 깎은 것들이다. 이들 수제품에는 만든 사람, 쓴 사람의 땀이 스며 있다. 보다 아름다운 것, 보다 훌륭한 것을 추구하여 마지않는 집념이 어려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바라보고 만져보고 비교도 해보며 망중한을 즐기는 것이다. 418쪽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바로 이《논어》이다. 나의 생각이나 생활이《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만족한다. 《논어》에는 내적 규범이 담겨 있다. 간결한 말 속에 사상과 체험이 응축되어 있어, 인간이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불가결한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저자
이병철
1910년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난 호암 이병철 선생은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한 이래 제일제당, 제일모직, 한국비료, 삼성전자를 비롯한 굴지의 기업을 여럿 일으켜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였다.
호암은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불모의 한국경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발전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였으며, 문화, 예술, 교육, 언론 등 사회 각 분야의 발전에도 큰 업적과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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