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를 위해서 머리카락을 기를 거야.” 백혈병에 걸린 친구, 그 친구를 위한 31센티미터의 약속 사라와 유이는 언제나 붙어 다니는 단짝 친구이다. 어느 날, 갑자기 유이와 연락이 두절되어 걱정하던 사라는 곧 유이가 백혈병에 걸려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라는 유이의 병문안을 갔다가 투병하며 머리카락을 모두 잃은 유이의 모습을 본 후 충격에 빠지고, 유이를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한다. 그러다가 얼마 전 미용실에서 들은 '머리카락 기부' 이야기를 떠올린다. 머리카락을 잃은 암환자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하여 가발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사라는 자기 머리카락으로 유이에게 가발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하고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다. 가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길이는 최소 31센티미터(일본 기준. 한국 머리카락 나눔 운동 단체 '어머나 운동본부'의 권장 기준은 최소 25센티미터 이상이다). 단발 머리인 사라는 31센티미터를 더 기르려면 수년이 걸릴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머리를 길러 나간다. 아끼는 머리카락이지만 아픈 유이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다면 뭐든 해 줄 수 있다고 애써 마음을 다잡으면서. 사라의 머리카락 기증 계획은 사라와 유이를 연결하는 둘만의 비밀 약속이 되고, 두 아이는 이 약속을 계기로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우리의 랠리는 계속 이어질 거야.” 역경에도 부서지지 않고 더욱 단단해지는 두 아이의 우정 백혈병에 걸린 유이와 그런 유이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르는 사라. 두 아이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둘 앞에 놓인 역경에 맞서 싸운다. 유이는 백혈병에 걸려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고, 머리카락도 모두 잃었지만 절망하지 않고 병마와 싸우려 노력한다. 사라는 그런 유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유이를 응원하려고 아끼는 자기 머리카락을 포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경과 싸워 나가는 과정은 두 아이의 뜻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유이는 병마와 싸우다 지쳐서 사라에게 모진 말을 내뱉어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사라는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하는 배구팀의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팀원들에게 배척당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둘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역경과 싸우는 길을 선택한다. 끝까지 싸울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두 아이의 우정이다. 사라와 유이는 이전처럼 자주 만날 수 없지만, 대신 '랠리'라 이름 붙인 교환 공책을 마련해 글로 소통한다. 두 아이는 때때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오해하기도 하고, 각자의 문제로 고민에 빠지기도 하지만, '랠리'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진실한 마음으로 상대를 마주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사라와 유이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면서 이전보다 더욱 단단하게 우정을 키워 나간다. “지금까지의 작은 세계에서 나와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가는 것 같아.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느낌이야. 갑자기 주변이 아주 넓어졌어.” 기부와 나눔을 통해 더 넓은 세계를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 사라는 자신의 긴 머리를 소중히 여기는 아이이다. 머리 모양을 바꾸어 보려고 단발머리에 도전했다가도 금방 후회하고 다시 긴 머리로 돌아갈 결심을 할 정도로 긴 머리를 좋아한다. 하지만 백혈병의 걸린 유이가 머리카락을 모두 잃은 모습을 보았을 때, 사라는 과감하게 긴 머리를 포기하기로 한다. 머리카락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것은 '유이와의 우정'이었다. 그렇기에 유이에게 자신의 더 이상 자기 머리카락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사라는 그동안 유이를 위해 해 온 일이 다 쓸모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하며 크게 좌절한다. 유이는 그런 사라에게 뜻밖의 부탁을 한다. 자기가 아닌 머리카락이 필요한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 머리카락을 기부해 달라는 것. 유이 한 사람만을 위하던 사라의 마음은 곧 우정을 넘어서 자기가 모르는 세계의 타인에게까지 가닿는 마음으로 자라난다. 또한 사라는 자신의 일부를 나누는 기부를 통해 타인과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사라와 유이는 나눔을 통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더 넓은 세계를 만나는 기쁨을 알게 된다. 이처럼 이 책은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는 공감의 중요성을 알려 줄 뿐 아니라 나눔을 통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즉, 나눔은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세계까지 넓히는 소중한 경험이다. 책 말미에는 소아암 환자에게 머리카락 기부가 왜 필요한지, 머리카락 기부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뿐만 아니라 직접 머리카락 기부를 해 본 어린이들의 생생한 이야기까지 담았다.

31센티미터의 약속 … 6 소아암과 머리카락 기부… 91 작가의 말… 99

“아까 머리 자르는 고등학생 봤지?” “네. 자른 머리카락을 가지고 갔죠. 왜 그런 거예요?” “머리카락을 기부하려고.” 머리카락을 기부한다고? 사라와 유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나 언니가 설명해 주었다. “세상에는 병을 치료하면서 머리카락을 잃는 아이들이 있어. 아까 그 고등학생처럼 머리카락을 잘라서 기부하면 그걸로 가발을 만들어서 병으로 머리카락을 잃은 아이들에게 기부할 수 있대.” '병 때문에 머리카락이 사라질 수 있구나. 그런 아이들을 위해 자기 머리카락을 자르다니,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10-12쪽 백혈병. 그 병명을 바로 조금 전에 부모님에게 들었다. 유이는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 아픈 데도 없고 열도 별로 높지 않았으니까. 그저 사라에게는 제대로 말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틀림없이 걱정할 것이다. 그래서 병명을 듣자마자 곧바로 엄마에게 부탁했다. “사라한테는 내 병을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16-17쪽 공책 제목인 ‘Y×S 랠리여, 이어져라!’도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한 거야. Y는 유이이고 S는 사라야. 이건 말 안 해도 당연히 알지? ‘랠리여, 이어져라!’라는 문장에는 의미가 있어. 배구는 상대의 공을 받아 상대에게 돌려주지. 그걸 계속하는 게 랠리잖아. 랠리가 이어지는 한 시합도 계속 이어져. 그래서 ‘랠리’라는 제목을 붙였어. 나도 쓰고 유이도 쓰는 거야. 우리 둘 다 쓰는 걸 그만두지 않는 한 우리의 랠리는 계속 이어질 거야. 20쪽 사라는 유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유이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다. 배구를 하고 싶은 마음도,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자신을 꾸미고 싶은 마음도 꾹 참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힘내라는 소리를 들으면 ‘이 이상 어떻게 힘을 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사라는 울었다. 울고 또 울다가 그대로 아침이 되었다.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침대에 누워 사라는 생각했다. '어쩌면 좋을까. 유이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아니야, 사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야. 울고 있을 때가 아니야.' 32-33쪽 “네가 누군가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하면 너는 머리카락을 받은 아이와 머리카락으로 이어진 친구가 돼. 직접 만나지 못하더라도. 네 친구는 내 친구이기도 하잖아. 나도 친구가 한 명 늘어나는 거야. 머리카락 기부로 친구를 만드는 거지. 그 아이는 어떤 옷이 잘 어울릴까? 어떤 동네에 살까? 사라랑 같이 상상하면서 대화하고 싶어.” 77-78쪽 유이 덕분에 사라는 깨달았다. 자그마한 세계도 소중하지만, 더 넓은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부서질 뻔했던 두 사람의 우정. 둘의 우정은 상처가 낫는 것처럼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제 흔들리지 않는다. 사라는 결심했다. '유이와의 약속, 반드시 지킬 테야.' 79-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