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 선생은 천부적으로 시인의 기질을 타고난 것 같다.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가 쓴 시는 백낙천이 말한 것처럼 참으로 고운 사랑의 노래들이다. 「늦가을」이란 시 한 편을 더 보기로 하자. 숲속의 멧새들이 나무가 발가벗자 자기들이 헐벗은 듯 마음이 추워서 빈 가지에 앉아 오들오들 떱니다. 「늦가을」이 되어 나무들의 잎이 떨어져 발가벗으니, 멧새들도 자기들이 발가벗은 듯 마음이 추워 빈 가지에 앉아 오들오들 떤다고 했다. 나무를 나의 입장에 두고 있다. 어린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모두가 자신과 똑같은 감정과 생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잎 떨어진 나무가 외투를 벗은 우리처럼 추울 것이고 그 나무에 앉아있는 멧새들도 추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무와 새들의 처지도 나와 똑같은 처지에 두고 생각했다. 남을 나의 입장에 두고 생각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이다. -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