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이야기 / 천부인이 기록한 천문 저쪽의 세계 제1장 청룡이 날아오른 수련장 1절 천일위(天一位), 고대 왕실의 제사장(祭司場) 2절 번개를 쫓아가는 이뇌인(耳雷人) 제2장 백두산의 꼭대기에 달문이 열렸네 1절 만년 너머 저쪽의 혼과 빛 2절 사냥꾼과 신단 그리고 미스터리의 부족 제3장 삼태성, 신이 살던 고향 1절 피라미드에 서식한 혈홍충(穴紅蟲) 2절 삼태자가 살고 있던 하늘의 고향 3절 북두칠성이 내려앉은 미스터리의 왕국 제4장 신단에 내린 환웅과 그의 무리들 1절 불이 타는 물의 세계 2절 신단수(神檀樹)에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오 3절 두꺼비가 엎드린 단군의 태양릉(太陽陵) 제5장 삼성산의 여덟 부족과 신족(神族)의 집단무덤 1절 스물아홉의 부족을 인솔한 군주 2절 윷놀이와 강아지풀 그리고 조롱박 제6장 동혈(洞穴)에 있는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 1절 심산의 벼랑에 지은 옛 마을 2절 열두 마리의 새가 내려앉은 불야성 3절 대륙을 잇는 바다의 육교 제7장 유리로 된 저쪽의 도시 1절 신대륙의 천부(天府)와 지부(地府) 2절 ‘사자(死者)의 언덕’ 제8장 단군부족의 시작은 어디에 1절 흉배(胸背)의 문양에 새겨진 삼족오 2절 고인돌에 고인 고래부족의 이야기 3절 살구꽃이 피는 그곳에 또 가야국이 있었네 후기 대륙에서 신기한 골천수(骨天髓)가 발견되었다

대륙에서 신기한 골천수(骨天髓)가 발견되었다 이야기 도중에 친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거짓말을 듣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년 아니 만년의 역사를 소설로 꾸며낸 작품이라는 것. 내가 여태껏 하늘의 무지개 같은 아름다운 동화를 엮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자의든 타의든 빨간 모자를 머리에 얹은 동화작가로 되고 있었다. “문헌에서 전혀 읽을 수 없는 내용이거든. 도대체 무엇으로 이 이야기를 증명하지?” 조선(한)민족의 국조(國祖) 신화에 나오는 단군의 태양릉 위치를 밝히고 또 환웅이 하강했던 박달나무 아래의 신단이 실은 진실한 이야기라고 하니 누군들 믿으랴! 중화민족의 시원을 밝힐 수 있는 미스터리의 하도(河圖)와 낙서(洛書)가 실은 천부인(天符印)에 나오는 부호문자라고 하니 누군들 믿으랴! 신라의 금관인즉 왕의 옛 예기(禮器)였고 삼성퇴(三星堆)의 옛 주인인즉 신화에 나오던 익인(翼人)이었다. 나중에 김해 김씨의 백년 족보를 내놓았다. 장롱에 깊숙이 숨겨두어 대륙의 동란 속에서도 종이 한 장 찢어진 적 없는 가족의 ‘보물’이다. 그보다 족보에는 가야국 김수로 왕릉의 진실한 위치를 밝힌 풍수 지도가 있었다. 김해 김씨의 선조는 천 년 전에 벌써 대륙 한 귀퉁이에 있는 용귀산을 알고 왕릉의 지룡도(地龍圖)를 족보에 그려 넣었던 것이다. 늑대부족(경주 김씨)의 월사는 3천 년 전에 벌써 바다 건너 발해기슭을 찾아 왕릉의 산룡도(山龍圖)를 가족사에 그려 넣었던 것이다. 김해 김씨의 선조는 족보에 어찌어찌하여 천기(天氣)를 받고 있는 신기한 봉란산(鳳卵山)을 낱낱이 기록하였고 늑대부족의 월사는 고대 산룡도에 어찌어찌하여 왕후릉이 묻힌 비밀의 독작산(篤？山)을 세세히 적을 수 있었다. 그래도 친구는 도무지 믿기 어렵단다. 족보는 가족의 신분과 명성을 높이기 위해 신화 등을 꾸며 넣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글의 내용에 신빙성이 없으며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김해 김씨와 월사의 선조는 그때 그 시절에 벌써 서로 짜고 맞춰 오늘의 거짓말을 낳은 것이다. 천년의 상상 아니 천년의 거짓말을 진실한 현실로 잘못 믿고 있다는 얘기이다. 어쩌지, 진실과 현실, 상상이 거짓말처럼 한데 뒤섞이고 있었다. 김씨 가족의 비사를 책으로 묶어낼 무렵이었다. 거짓말 같던 그날의 일이 눈앞에 일어났다. 정말이지 상상을 앞뒤로 뜯어 맞춘들 이렇게 아귀가 맞을까 싶다. 대륙 남부의 강서성(江西省) 정안현(靖安縣)에서 서국(徐國, 춘추전국시기의 제후국) 임금의 배총(陪塚) 고분이 발굴되었고 이맘때 발굴 결과물이 드디어 글과 사진, 영상으로 공개되었다. 통상 1기의 고분에는 대개 한두 구의 시신이 매장된다. 그런데 이 고분에는 뜻밖에도 무려 수십 구의 관곽이 있었다. 이 희귀한 발견에 많은 고고학 전문가들이 저마다 고분 현장을 찾아갔다. 뒤미처 전문가들은 눈앞에 벌어진 무덤의 끔찍한 광경에 저마다 경악을 금치 못한다. “고분의 주인은 정말 인간이 아닙니다. 꽃 같은 소녀들을 한꺼번에 다 순장(殉葬)하다니요!” 46명의 소녀가 전부 나체 상태로 가지런히 매장되어 있었다. 더욱 사람을 놀래게 하는 일은 이때 생겼다. 소녀의 전신에는 신비한 녹색의 결정체가 있었다. 일부 결정체는 꽃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이런 결정체가 부장품인 줄로 알았다. 그런데 이 결정체는 뼈에서 자란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유골의 뼈에 검은 색이 있는 걸로 미뤄 소녀들은 전부 독극물이 주입된 것으로 추측하였다. 그러나 이런 소녀들을 왜서 순장했는지 그리고 소녀들의 몸에 왜서 모두 결정체가 생겼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건 김씨의 가족사를 쓴 책 ‘반도의 마지막 점성가’에 서술하지 않았던가요. 몸에 약물을 넣은 후 인간을 땅에 버섯나무처럼 심어 보신의 ‘열매’를 심어 키운다던 그 얘기를 거짓말처럼 들었는데요.” 그럼 김성찬은 순장 소녀들의 비밀을 미리 알고 책에 공개했던가. 아니, 그가 남몰래 대륙 남부의 도굴현장에 다녀오기라도 했던가… 이날 김성찬은 지난 책에 미처 밝히지 못했던 내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순장품의 소녀는 다섯 살 때부터 특제한 약을 강제로 복용하게 합니다. 첫 월경이 온 후 이때부터 복용하는 약의 량을 크게 늘립니다.” “옷을 벗기고 나체에 수은과 동, 린 그리고 주사(朱砂)를 일정 비례로 바릅니다. 차츰 양을 늘립니다.” 김성찬은 얘기 도중에 자주 혀를 찼다. 순장한 소녀는 말이 인간이지 도축용 짐승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는 것이다. “15살 내지 30살 때 땅에 묻어요. 먼저 사람을 수면 상태에 빠지게 합니다.” “시신은 꼭 흙속에 묻어둬야 골천수가 자랍니다. 뼈에 자라는 가시 같은 결정물이지요.” “제일 높은 등급의 골천수는 빨간 색입니다.” … 사실상 김씨 가족의 내밀한 역사는 이번에 처음 밝혀지는 게 아니다. 반도에는 김씨 가족의 비사를 다다소소 읽을 수 있는 고서가 여럿 있다. 고려 때 나온 「현조경(玄鳥經)」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김씨 가족은 전한다. 내가 모른다고 해서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와 너 다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이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