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는 행동하는 국제 전략가였고 숨 막히는 외교전의 승부사였으며, 오랜 시간 미래를 한발 앞서 기획하고 준비한 치자(治者)였다. 고조선이 망한 지 대략 800년, 그의 손을 거쳐 팍스(Pax) 신라(Silla)의 서막은 열렸다. 가히 등불의 밝음이 천지에 이어졌고 환성이 사해의 물을 끓어오르게 하였다. (외교의 승부사, 김춘추 중에서) 발로 뛰는 외교, 현장감 있는 외교가의 자취가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 지나간 우리 역사의 갈피 속에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애쓴 김춘추의 활약상을 재조명한 본서의 출간은 의미 있다. 아동, 청소년, 일반인, 전문 연구자 등을 위하여 여러 버전(Version)의 김춘추 관련 서적을 망라하며, 김춘추 연구를 명실 공히 선도한 전문 연구자의 결실물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새롭다.

● 들어가며 Ⅰ. 序論 Ⅱ. 眞平王代 金春秋家의 成長 1. 眞平王代 政治勢力과 그 動向 1) 王權强化 過程과 ‘國人’의 動向 2) 共同體的 秩序의 動搖와 政治勢力의 葛藤 3) 眞平王의 佛敎觀과 佛敎勢力의 動向 4) 새로운 價値觀을 가진 政治勢力의 登場 2. 金春秋家와 金庾信家의 提携와 成長 1) 金龍春과 金舒玄의 成長 2) 金春秋家와 金庾信家의 提携 3) 娘臂城 戰鬪와 金春秋·金庾信家 Ⅲ. 善德王代 金春秋家의 動向 1. 善德王의 卽位와 政局運營 1) 善德王의 卽位와 國人 2) 善德王의 政局 運營 2. 大耶城 陷落과 金春秋의 對高句麗 外交 1) 義慈王의 卽位와 大耶城 陷落 2) 金春秋의 對高句麗外交 3) 麗·濟의 新羅 攻擊과 金春秋의 對唐外交 3. 皇龍寺 九層塔 建立과 金春秋家 1) 建立 背景 2) 建塔 主導勢力과 金春秋家 4. 645年 對高句麗 攻擊과 金春秋의 對倭外交 1) 對高句麗 攻擊 2) 金春秋의 對倭外交 Ⅳ. 眞德王의 卽位와 金春秋의 執權 1. 毗曇亂의 鎭壓과 眞德王의 卽位 1) 毗曇亂의 勃發과 그 性格 2) 眞德王의 卽位와 金春秋의 執權 2. 金春秋의 對唐外交와 國學의 設置 1) 金春秋의 對唐外交와 制度整備 2) 國學設置와 儒敎理念의 强化 Ⅴ. 金春秋의 卽位와 權力基盤의 强化 1. 金春秋의 卽位 2. 權力基盤의 强化 1) 家系 尊崇과 五廟制 2) 執權體制의 强化와 金庾信의 上大等 就任 Ⅵ. 結 論 ▣ 參考文獻 ▶ 一次資料 ▶ 著書 ▶ 國內論文 ▶ 國外論文 ▣ 索引

●김춘추의 집권 과정 연구 저자는 약소국, 신라의 생존에는 김춘추의 외교, 김법민의 전쟁이 절묘하게 오버랩(Overlap)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중국의 역사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란한 외교, 설전, 합종 ㆍ연횡의 지략이 왜 우리 역사에서만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것인지 저자는 깊은 의문을 제기한다. 약소국에다 반도국, 분단국가로 전락해 버린 지금, 과거의 섣부른 고구려 영광에 기대 자기만족을 얻으려거나 아니면 외세를 끌어들여 동족을 멸망시켰다는 점에 통한의 원망을 쏟아낸 때문만은 아닐지 저자는 염려한다. 그의 손길을 거쳐 전쟁에 동원되던 백성들은 비로소 창칼을 풀어 생업에 종사했고 마음의 평정을 얻었다. ◎ 대야성 전투 및 당항성 전투 젊은 의자왕의 즉위는 고령에다 병치레가 잦았던 선덕에겐 재앙에 가까웠다. 의자왕은 신라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전략적 요충지를 찾아 공격했다. 그곳이 대야성과 당항성이었다. 대야성을 차지하면 청도를 거쳐 곧장 경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항성 공격은 신라의 중국 교통로를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동시에 이곳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구려를 신라 공격에 끌어들이려는 뜻도 있었다. 대야성 함락에는 검일의 내응이 있었고, 그 내응의 반대급부가 품석의 수급이었다. 백제는 품석 부처를 죽이기보다 살려두는 것이 더 득이었다. 그것은 김유신이 품석의 수급을 백제의 여덟 장군과 교환하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만약 품석이 살아 있었다면 더 큰 거래가 가능했다. 그럼에도 검일에게 일종의 논공을 베풀어 품석을 죽이게 한 것은 신라에 불만을 가진 더 많은 내응 세력을 이끌어 내려는 고도의 계산이었다. 백제 멸망 후 김춘추가 검일을 죽이면서 한 말에서도, 품석 부처를 살해한 주인공은 검일이었음이 확인된다. ◎ 김춘추의 고구려 행에 관련한 제반 의문들 대야성 함락으로 김춘추는 정치적 돌파구가 절실한 시점이었다. 그의 선택은 왜, 고구려, 당 3가지가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외교의 승부사 김춘추 229-236, 본서 p. 151~185참고) 1. 당에 가지 않은 이유 당은 645년 고구려 전쟁을 치르며 신라의 군사를 동원하고, 백제에게서 금휴개를 받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철저한 등거리 외교의 관점에 서 있었다. 당은 적국이 아니라 여론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거나 김유신이 무력을 장악할 빌미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했다. 또 외교란 실리를 주고받는 것인데 김춘추는 당시 당 태종을 설득할 카드를 손에 쥐지 못한 상태였다. 2. 고구려로 간 이유 연개소문이 왕을 죽이고 대신들을 제거하면서 기존의 정책이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었고, 대내적 입지가 안정되지 못한 연개소문은 외교적 거래가 절실할 것임을 간파한 때문이었다. 결국 연개소문과 김춘추의 만남은 모두 불안한 대내 입장을 만회하려는 서로의 실리에 의해 이루어진, 계산된 만남이었다. 연개소문은 정변의 정당성을, 김춘추는 적국 방문을 통해 여론을 전환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고 협상이 성공할 경우 연개소문은 실지 회복, 김춘추는 백제 견제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만남의 동기가 있었다. 대규모 사행을 통해 고구려 정벌을 계획하던 당 태종의 관심을 일면 환기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약소국 신라의 향방에 당 태종이 그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였을 지는 미지수이다. 거꾸로 당과 백제의 밀착을 가져올 위험도 있었다. 3. 실지(失地) 반환 문제 문제는 실지 반환이었는데 김춘추도 입국 이전 이 문제를 예상했다. 김춘추는 청포 300필 등에서 보이듯 군비 제공 등의 방법으로 고구려 군을 동원하려 했다. 연개소문 입장에선 실지 반환 없이 백제를 적으로 돌려 군사행동을 벌일 경우 실리도 명분도 없을뿐더러 기존 친백제 세력의 반발까지 초래할 수 있었다. 김춘추 역시 실지를 반환할 경우 자신의 지지 기반이 완전 붕괴될 공산이 컸다. 김춘추가 입국하면서 김유신에게 한 말을 음미해보면 실지 문제가 사안으로 나올 경우 단호히 거부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4. 고구려 방문의 득실 외견상 고구려 방문에서 얻은 것이 없다고 비칠 수 있었다. 그런데 최소 6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대규모 인원의 체재를 통해 입수된 정보는 3년 뒤 김유신이 고구려의 남변 수구성을 공격할 때, 멀리는 당 태종을 설득할 때, 더 나아가 668년 고구려를 정벌할 때까지 매우 중요한 정보원이 되었다. 또 여론을 다소나마 전환할 수 있었고 김유신이 압량군주가 되고 무력을 장악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연개소문의 품성, 가치관, 전략 등을 대면 접촉했다는 점은 이후 김춘추에게 가장 큰 전략 자원이 되었다. ◎ 선덕여왕의 왕권과 사회 안정 진평왕의 배려로 왕위에는 올랐으나 왕권은 매우 취약했다. 선덕왕의 고령, 백제의 강성, 불교에의 탐닉, 천재지변 등이 모두 악재로 작용했고 대외 노선을 두고서도 정치 세력 간 이견이 있었다. ◎ 왜로의 방문 친 백제계인 소아가가 타도된 이후 김춘추는 난파(오사카)를 방문하는데 이는 백제 타도 시 왜가 표출할 동향의 사전 점검이었을 뿐더러 최고 집권자와의 대면 접촉은 향후 당 태종과의 회담에서도 신뢰할만한 중요한 전거가 되었다. 무엇보다 목숨을 걸고 고구려에 이어 왜로 친행했다는 사실이 당 태종에게 매우 큰 감동을 주었음이 확실하다. 이는 나당 외교 성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자였다. 일본서기에는 김춘추의 용모가 수려하고 언변이 능하다고 했다. 김춘추가 통역 없이 왜어(倭語)를 정확히 구사했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효했다. ◎ 당으로의 방문 당으로의 방문 역시 위험했다. 신라 하대의 일이지만 김처회, 아찬 부량 등의 사행이 잇따라 익사했었고, 귀로에서 온군해가 죽은 사실에서 짐작되듯 가고 오는 길에는 많은 위험을 수반하고 있었다. 이처럼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움직인 그의 저변에는 집념과 열정이 있었다. 1. 김춘추의 외교 능력 당시 김춘추는 비담의 난을 진압하고 신라 내에서 일인자로서의 세력을 강화하던 시기였다. 당 태종이 자신을 진정한 협상의 파트너로 생각할 때까지 그는 때를 기다렸다. 당 태종이 고구려 전에서 잇따라 참패를 당해 의기소침한 때를 충분히 활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 결과 청병을 하되 굴종이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협상이 가능했다. 김춘추는 고구려, 왜를 거친 다음 신라 내 일인자가 된 시점에야 당 태종을 만났다. 협상을 성공리에 이끌, 빅딜이 가능한 상태와 정보를 거머쥔 상태에서 비로소 협상에 임했다. 생생한 현장 정보를 가지고 전략을 설파하는 상태에서 당 태종은 주로 듣는 입장이었고 그동안 고구려나 왜를 통해서도 뚜렷한 성과나 실체가 보이지 않던 김춘추 외교의 정수가 결산을 빚었던 것이 대당외교였다. 김춘추가 가진 가장 큰 외교력은 목숨을 불사하는 집념과 도전의 정신력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앞에 모든 상대는 정신적으로 굴복당할 수밖에 없다. 몸을 사리지 않고 직접 현장을 누볐던 김춘추와, 안위에 매달려 대리인을 보냈던 위정자들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우리 역사에서는 아쉽게도 그런 인물은 다시 나오지 못했다. 2. 굴종 외교를 둘러싼 논쟁 만일 신라가 강대국이었다면 김춘추는 외교 대신 힘을 사용했을 것이다. 김춘추의 입장에서 외교는 여러 경우의 수 가운데 선택의 문제가 아닌 유일무이한 수단이었다. 당을 끌어들여 적을 멸하는 것은 원교근공, 이이제이의 병법과도 부합된다. 생존이 목적인 상황에서 진행된 대국과의 교류는 사대의 관점이 아니라 효율적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당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존심을 지켰다면, 아마 신라는 그 대신 멸망당했을 것이다. 3. 국학 행차 국학은 당태종이 정관의 치를 이룬 바탕이자 산실이었다. 김춘추는 그곳을 이례적으로 방문함으로써 당 태종의 개혁 이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표방했다. 중춘에 거행되는 석전 의식을 겨울에 참관하겠다고 한 것부터 변칙적이고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또 그가 귀국하고 3년 뒤 신라에서 국학이 창설된 점에서 본다면 자신의 권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모델링의 측면도 있었다. 4. 숙위 외교 숙위는 주로 변방 왕실 자제(왕자)를 도성으로 불러 왕궁을 경호하게 한다는 의미였다. 당시 김춘추의 아들들은 왕자가 아니었고 또 시대 상황으로 봐도 단순한 숙위보다는 특사의 성격이 강하였다. 김춘추와 당 태종의 회담 이후 나당 동맹은 성사되었다. 하지만 동맹군은 12년 뒤에야 구성된다. 이것은 직후 당 태종의 돌연한 죽음과 연관된다. 당 고종의 측근을 형성했던 신료와 당 태종의 측근은 엄밀한 의미에서 구분되었을 것이고, 전쟁 중지를 촉구한 당 태종의 유지(遺志)도 있어 당은 한 발 물러선 느낌이 강했다. 김춘추는 자신의 아들들을 줄줄이 보내고 거기에 태평송까지 지어 보냈다. 이것은 나당 동맹이 무산될 위기에서 추진한 적극적 외교 노력일 것이며 여기에 그의 자식들이 동원된 것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청병 역할을 주도한 첨병, 기밀사무 밀전, 실전의 선봉장과 향도, 김춘추 의중의 전달과 조율 등을 수행했다. 또 중국을 파악하고 제어할 왕자 교육의 성격도 담겨 있었다. 5. 김춘추의 체재기간과 외교 행적 본서 pp. 242~256, 외교의 승부사 김춘추 p. 380에 인용한 설인귀서 등이 당 태종과의 대면을 전한다. 특히 독대 관련 장면은 김춘추의 어학적 능력, 준비된 외교 역량을 잘 보여준다. ◎ 김춘추의 마지막 순간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김춘추 역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