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중심으로 휴머니티를 탐색하는 민족지적 연구 이 책은 저자가 방문한 인도네시아의 한 미용실에서 시작한다. 머리 손질과 두피 마사지를 위한 공간인 미용실에서 여성들의 성기를 관리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사실에 문화충격을 받은 일이 계기가 되었다. 솔직하고 대담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성 인식과 태도 역시 인도네시아 사회의 외부인이자 인류학자인 저자에게 문화적 생소함과 동시에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저자는 이 책이 단순히 이국적 호기심을 제공하는 데 그치거나 인도네시아에 대한 선입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철저히 문화상대주의적, 내부자적 관점을 취했다. 자바문화권을 중심으로 27년에 걸친 현장조사와 함께 고전문학과 미용 처방서 등 고대 문헌자료들을 섭렵했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라 할 성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 또한 성에 대한 이해가 이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형해 왔는지를 탐색한다. 건강, 미의식, 종교관이 융합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성 이 책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건강의 모습을 제시하고, 이러한 문화적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실천되어 온 다양한 미용법과 건강요법들, 여기에 동원되는 각종 약재처방을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섹슈얼리티뿐 아니라 아름다움, 건강, 가정의 화목, 공동체의 평안, 종교적 신실함이라는 관념과 어떻게 통합되어 있는지 논의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성이란 단독으로 파악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라 아름다움과 건강의 문제를 포괄하는 웰니스 관념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 건강과 미용을 위한 '몸 돌봄'의 전통지식들이 현대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화장품 산업과 스파 산업 등의 형태로 창조적 계승, 활용되는 양상을 개괄한다. 이로써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바람직한 삶의 모습과 이들의 세계관, 인생관까지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만능, 물질중심 세계관에 대안을 제시하는 에스노 웰니스 인도네시아에서 성이란 창조주가 낳은 자신의 심신을 돌보고, 창조주가 맺어준 배필과 가정을 돌보는 종교적 실천 과정의 일부로 존재한다. 더불어 전통 웰니스를 추구하기 위해 열대의 비옥한 땅에서 나는 다양한 식물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종교적 실천은 자연 전체로 확대된다. 개인과 사회만이 아니라 자연 전체가 모두 신에 대한 봉사에 포섭되는 문화가 바로 인도네시아 문화인 것이다. 이러한 인도네시아 전통 웰니스 관념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중시할 뿐 아니라 인간의 심신과 영혼의 조화를 도모하며 총체적 건강과 전인적 아름다움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술만능주의, 물질중심주의, 무한경쟁 시대의 대안 가치로서 주목할 만하다.

감사의 말씀 경계의 말씀 인도네시아 지도 프롤로그 | 미용실에서 성기를? chapter 01 미의식과 성 1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미의식의 특징 2 전통 미인상 3 성기의 아름다움과 드라이 섹스 4 ‘안팎의 아름다움’과 웰니스 뷰티 chapter 02 전통 미용관행과 섹슈얼리티 1 전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육의 미용관행 2 외적 미용관행 머리카락 돌봄 | 피부 돌봄 | 체취 돌봄 | 성기 돌봄 3 전통 미용관행의 목적 chapter 03 ‘돌봄’의 의약과 ‘평안’한 건강 1 자무의 기원과 처방서 2 자무의 활용 3 자무가 ‘돌보는’ 건강의 제 차원 가정의 화목(rukun)을 완성하는 자무 공동체의 평안(tentram)을 도모하는 자무 신 앞에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자무 4 ‘평안’한 건강과 웰니스 chapter 04 ‘돌봄’의 섹스 1 건강의 심신 층위와 섹스 2 건강의 사회적ㆍ영적 층위와 섹스 3 성스러운 섹스, 성공적인 섹스 chapter 05 몸 돌봄의 전통지식과 창조경제 1 몸 돌봄의 전통지식과 자무산업 2 데이 스파 살롱에 재현된 전통 미용관행과 미의식 3 창조경제의 자원-에스노 웰니스 chapter 06 세상의 아름다움을 치장하다 에필로그 | 섹스 아닌 ‘이바다’이더이다 참고문헌 찾아보기

인도네시아인들의 미의식은 ‘시각을 즐겁게 하는 형태ㆍ색ㆍ구조와 같은 속성들의 조합’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ㅊ 오히려 ‘감각적으로 즐겁거나, 의미가 있거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가져다주는 인간ㆍ사물ㆍ생각 등의 특성’이라는 측면에서 정의된다.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통해 형성되는 감각적 경험과 ‘호ㆍ불호’의 감정적 판단을 아우르는 관점인 것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은, 그녀의 외모 이외에도 그녀의 신체 위에 재현되는 지적인 능력, 예의범절, 품성, 윤리 및 섹슈얼리티 등과 같은 다양한 미적 차원들을 모두 아우르며 감탄되는 ‘광의의 신체미’이다. 이러한 미의식 속에서 인간은 미적 대상이기보다는 미적 경험의 주체이자 윤리적 주체로 자리매김된다. 또, 전인적 인간성 실현이야말로 아름다움의 지향점이 된다. 이것이 바로 ‘안팎의 아름다움’이라 정의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미의식이다. _「1장 미의식과 성」 83~84쪽 자바사회에서 자무는 의약이자, 소통의 도구이고, 가정과 공동체의 화목과 평안을 매개하는 장치이며, 신 앞에 인간의 도리를 표현하고 실천하는 전통이다. 또한 자무는 ‘돌봄’의 의약이다. 창조주께서 창조해 맡기신 바를 돌보도록 운명 지워진 인간의 ‘돌봄’ 역할을 지원하는 의약이다. 그리하여 자무는 자바 사람들의 신체 건강만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공동체의 화목과 평안을 돌보고, 신과의 관계까지도 돌본다. 자바의 가정과 궁정이 자무의 기원으로 거론되는 것도 실은 자무가 가정과 궁정의 ‘돌봄’ 활동을 지원하며 축적된 전통지식인 까닭이다. 가정은 화목에 이르기 위한 ‘돌봄’ 공간이요, 궁정은 평안을 도모하기 위한 ‘돌봄’의 통치 공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바 사람들이 자무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무가 자바 사람들이 이해하는 우주의 질서를 표현하고 자바 사람들의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들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 따라서 자무를 통해 추구되는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의 신체적 건강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자바에서 건강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층위들 속에서 모두 요구되는 ‘편안함(nyaman)’이다. 신체적으로 질병이 없고 어떤 일에 매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 개인의 마음이 느끼는 기쁨과 평정의 상태, 가정과 공동체 내에 갈등이 없고 화목한 사회적 화합의 상태, 그리고 신과의 조화가 모두 이 ‘편안함’의 층위들을 이룬다. 이 ‘편안함’의 층위들이 모두 만족되었을 때, 자바 사람들은 그것을 ‘평안’이라 부르고, ‘평안’이야말로 자바 사람들의 진정한 건강이 된다. _「3장 ‘돌봄’의 의약과 ‘평안’한 건강」 179~180쪽 인도네시아에서의 섹스란 단순한 욕구 충족 행위이거나 감정의 표현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섹스는 자신과 배우자의 심신을 돌보는 테라피로서 중요하고, 또한 가정의 화목이라는 사회적 건강과, 종교적 신실함이라는 영적인 건강의 문제가 개입된 중요한 문화적 실천이다. 섹스란 대우주와 소우주를 모두 ‘돌봄’으로써 ‘평안’한 건강에 도달하자는 실천 행위이며, 창조주의 피조물로서 인간의 본분을 다하는 종교적 신실함의 실천 행위인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섹스는 규범적으로 ‘돌봄’의 섹스이다. 때문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있어 성이란, 심신의 편안함과 활력, 그리고 사회적 편안함과 영적인 편안함을 모두 아우르는 총체적 건강과 웰니스를 구현하는 행위의 일환으로서 중시된다. 역으로 인도네시아에서의 건강과 웰니스는 성적 차원을 배제한 채 기대될 수 없는 가치이다. _「4장 ‘돌봄’의 섹스」 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