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패 중에서도 짓소리 ‘인성’에 대한 연구서가 출간됐다. 이 분석연구를 위해서 저자인 작곡가 김종삼은 만4 년에 걸쳐서 송암 스님의 부른 ‘인성’을 실음으로 정밀하게 오선에 채보했으며, 그 이후 다시 2년의 칩거 생활을 통해 연구와 집필을 완성하였다. 이 책의 기본은 짓소리 인성의 음악 구조와 음계 그리고 리듬과 텍스트 사용법에 대해 분석하였으며, 특히 인성이 가지고 있는 음악의 구조와 음계의 구조를 불탑의 구조와 한국종의 배음현상과 연결해 그 상관관계에 관해 설명하고, 판소리와 시조 그리고 가곡 등과의 관련성도 짚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성’의 음악기법과 20세기 이후의 서양 현대음악작곡가들의 기법을 비교·분석함으로써 범패가 가지고 있는 현대성과 보편성에 대한 탐구를 시도했다. 여기엔 존 케이지, 펠트만, 윤이상, 셀시 포페 등의 작품이 분석되어서 인성에서 나타난 음악기법과 비교되며, 또한 티베트 불교음악과 한국 불교음악의 연관성도 다루고 있다. 티베트 불교음악의 대표 악기인 롤모의 리듬과 목탁 리듬의 구조적 유사성을 악보로 제시한다. 250여 페이지의 이 책은 150개가 넘는 예시 악보와 그밖에 각종 수치를 그래프, 도표 등으로 도식화해서 이해를 돕는다.

A. 범패에 대하여 (a)기원 (b) 범패의 종류 1. 한국, 중국, 일본의 범패 2. 홋소리와 짓소리 3. 한국 범패와 티베트 범패 4. 인성의 정밀채보와 연구 범위 B. 구조 (a) 전체 구조 (b) 세부 구조 (c) 원형악구와 발전악구 C. 인성 분석 (a) 진자운동과 점감법 (b) 각 음 선율; 한 음으로 노래하다. (c) 차출임; 축소반복과 이도 (d) 글리산도 D. 흐르는 음 (a) 요성 1. 선율에서 요성으로 2. 요성의 유형 3. 또 다른 요성의 음악들 (b) 비브라토Vibrati 1.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비브라토 2. 인성의 비브라토 3. 포페의 비브라토 (c) 글리산도-비브라토 1. 이동하는 요성 2. 글리산도와 연결된 요성 3. 치브코빅의 흐르는 음 E. 무한공덕; 끝없는 순환 (a) d악구 1. d원형악구 2. d발전악구 3. 연장악구 4. d악구의 음계와 음띠 구성음 (b) d악구와 지름시조의 악구 구조 F. 노래 (a) e악구 (b) f악구 (c) g악구와 g1악구 G. 모음음절 (a) 평시조에서의 모음음절 (b) 티베트 범패에서의 모음음절 (c) 인성의 모음음절 H. 점감리듬 (a) 단일 템포에서의 점감리듬 (b) 한 악구 안에서의 템포변화 1. 다템포 2. 박자전조 (c) 예외의 리듬형 (d) 티베트 불교음악에서의 점감리듬 (e) 점감리듬과 불탑 1. 범패 발생시기의 불탑 2. 정림사지5층석탑 3. 석탑의 점감리듬 4. 윤이상의 점감리듬 I. 외연을 더 넓혀서 범패를 바라봄 (a) 한국종과 범패 1. 한국종과 일본, 중국종 2. 서양종 (b) 한국종의 음향 분석 1. 음통 2. 음향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의 음원 3. 봉덕사종의 음향 분석 4. 상원사종 음향 분석 (c) 인성의 음띠와 신라종의 음띠 (d) 범패에서의 화성의 가능성 1. 포페 2. 셀시 에필로그

서문. 중에서 “이 연구서는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수행됐다. 첫째 범패 짓소리 중에서 ‘인성’을 분석하여 구조, 음 재료, 리듬 등의 음악 소재에 대한 실체를 규명하는 일이다.…실음 기보의 원칙을 위해 음정의 최소 단위를 1/6음 즉 33센트로 잡았고 50센트인 1/4음, 이어서 2/3음, 1/2음, 2/3음, 3/4음, 5/6음으로 온음을 8 등분 했고, 음가는 ♩=60 기준에서 한 박자를 최대 32분할했다. 작곡을 해오던 나에게 음악의 소재란 음향과 시간이라는 복합체를 제어할 수 있게 마련해 놓는 상태를 말하는데, 분석이라고 하는 창작의 역방향에서 이미 ‘있었던 것’을 해독하고 재구성을 시도한다.…두 번째 연구 과제는 인성에서 나타난 음악 특징과 20세기 이후 작곡가들의 기법을 비교하는 일이다. 인성의 음악 특징이 현대음악에서 나타나는 경우를 예시로 들었는데, 그중에는 펠트만과 같이 우연일 수 있는 경우와, 한국태생의 윤이상처럼 한국음악 요소를 의도적으로 사용한 작품이나, 케이지나 셀시와 같이 아시아 음악에 관심을 보였던 작곡가들과 포페와 같이 한국 음악에 적극 관심을 가진 작곡가 등의 작품들이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이미 세계사에 이름을 올린 이 작곡들의 작풍과 극동의 작은 한 나라가 가지고 있는 불교음악과의 연계성을 밝힌다.” 에필로그 중에서 “이 연구에 대해 혹자가 말하길 국악은 특성상 임의성이 많아 부를 때마다 다르기에 분석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하지만 그런 전제는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다. 같은 사람이 같은 곡을 연주할 때 왜 똑같아야만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물었어야 했다. 그 상황에서 발생하는 편차의 의미와 가치를 왜 뒤에 두어야만 하는지도 묻지 못했다. 코프먼이 티베트 범패를 녹음하면서 이와 같은 혼란에 빠졌었다. 티베트 범패승들이 같은 곡을 연주함에도 불구하고 종파와 종파 사이에서 서로 다르게 해석해서 부르는 것을 들었을 때, 아마도 잘못 배웠거나 제대로 배웠지만 녹음할 때 잘못 불렀을 것으로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그런 상황을 보면서 과연 다른 시간에 다시 부르게 되면 똑같이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을 했었다. 그러나 티베트 범패의 스승인 셍에Senge라마의 말은 코프먼의 고정관념을 잠재웠다. ‘내가 범패승으로 30년간 승려들을 가르쳤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한 노래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두 번 부르는 일이 없었다.’” “그 맥락에서 같은 곡을 같은 이가 부른, 또는 같은 곡을 다른 사람이 부른 음원들을 분석해서 곡과 곡 사이에 존재하는 상보성과 가변성의 경계를 구분해내야 할 뿐 아니라 연주자와 연주자 사이의 것도 찾아야 한다. 이 같은 귀납법 방법에 의한 분석은 짓소리라고 하는 특정 음악 군을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힘을 부여할 수 있고, 연주자와 연주 시기에 의해 발생하는 유동성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시켜줄 것이다. 앞서 서양 비브라토의 연구 결과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임의성 안에도 일정한 질서가 있으며 그 임의성 안에서도 절대성이 있기 마련이다. 연구 분석을 통해서 홋소리와 짓소리의 상관관계와 짓소리의 발생과 변천 경로를 역추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