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 액션 씨어터 - 체화된 현존_황혜란 - 워크숍 기록 - 궁리에세이 1_‘경험하기’로부터_배소현 ● 컨택 즉흥 -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의 춤_바리나모 - 워크숍 기록 - 궁리에세이 2_접촉과 회복_배소현 ● 뷰포인트 - 세잔의 정물화와 생트 빅투아르산 연작_김신록 - 워크숍 기록 - 궁리에세이 3_‘하강下降하기’를 시도하는 X의 기록_황혜란 ● 소매틱 - 움직임의 질이 향상되면 삶의 질도 향상된다_홍정아 - 워크숍 기록 - 궁리에세이 4_몸-적인 현존과 그에 대한 수행적 글쓰기_배소현 ● 통합워크숍 - 움직임명상; 존재의 근원을 찾아서_배요섭 - 워크숍 기록 - 궁리에세이 5_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ㄴ 물고기들 같은,_배요섭 ● 참여자 후기

● 들어가는 말_내밀한 소통과 교감의 시간 즉흥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만나는 여러가지 질문들이 있다. 어떤 것은 명확하게,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지만 어떤 질문은 답하기 어렵다. 또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가기도 한다. 사람들마다 다른 경험을 하고, 또 다른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질문은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 이 워크숍은 이런 질문들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기획되고 진행되었다. 이런 고민은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마지막 작품인 〈휴먼푸가〉에 참여한 배우들로부터 시작되었다. 2년에 걸쳐 〈휴먼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배우들은 움직임명상에 기반한 여러 가지 즉흥훈련들을 경험해야 했다. 실제로 많은 장면들이 즉흥을 통해서 만들어졌고, 공연을 하는 순간들도 즉흥의 상태에 가까웠다.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을 수행하지만 사실은 거의 즉흥처럼 보였다. 배우들도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섬세한 노력들을 해야 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들은 매번 새로운 조건 속에서도 오픈즉흥 연습을 진행했다. 2-30분 정도 지속되는 이 즉흥연습을 통해 기억된 조각들이 몸 어딘가 박혀있음에도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몸을 재세팅 해놓는 것이다. 그런 준비상태가 되었을 때에야 〈휴먼푸가〉는 시작될 수 있었다. 배우들의 몸이 그 순간 더 예리하게 살아있어야 관객들에게 그 감각들을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즉흥의 힘이라고 믿었다. 관객들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그 공연의 경험은 강렬했고, 그런 상태를 더 경험해보고 싶다고 배우들은 말했다. 그들은 〈휴먼푸가〉를 만들어왔던 그 방식을 좀 더 이어가보고 싶어 했다. (중략)이 책은 그 내밀한 소통과 교감의 시간들을 기록한 것이다. 이 자료가 어떤 사람에게 의미가 있을지 또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어 기록의 방향을 찾느라 헤매기도 하였다. 영상과 사진, 소리의 기록들을 디지털 세상 어딘가 가득 쌓아 놓았다. 매순간 참여자들의 말들을 담으려고 쉼 없이 컴퓨터 자판을 춤추듯이 두드리기도 하였다. 그렇게 모인 자료들을 선별하고, 다시 다듬고, 이어붙이고, 또 새로 글을 쓰기도 하면서 여러 날을 지새웠다. 그 모두의 노력이 모여 이 책이 만들어졌다. 워크숍 현장에서 현재적 시공간 및 몸의 사건들과 긴밀하게 관계 맺으며 발생한 압축된 구어를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구어의 생생한 흐름과 정확한 전달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였으나 쉽지 않았다. 이 책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2021년 봄에서부터 가을까지 예술텃밭의 시공간을 통과하며 만났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어떤 에너지의 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성되고 소멸되는 시공간, 한 존재의 몸과 마음이 만나는 내면의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록 그 현장에 함께 있지 못했기에 이들이 하는 말들의 미묘한 의미를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고, 뜬 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흥의 세계에 관심 있거나, 처음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작은 실마리를 발견하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를 해본다. 궁리소묻다에서 출간하는 첫 궁리서적이라 부족한 것이 많고 허점도 많겠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고 중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