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민속놀이는 흔히 민속오락·민속경기·민속유희·민속예능·전승놀이·향토오락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것은 민속놀이라는 개념 속에 싸움(game)을 뜻하는 경쟁의식을 비롯해서 흥을 뜻하는 유희성·즐김을 나타내는 오락성·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성이 복합적으로 숨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속놀이에는 종교와 사상·제도와 생활양식·풍습·노동 등 인간의 삶 전반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러한 요소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한자는 민속놀이보다 더 방대하고 구체적으로 인간의 인식체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막연한 표현이 아니라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 글자들이 많이 있으며, 특히 퍼즐놀이나 글자 맞추기 놀이처럼 문자와 문자가 결합하여 새로운 뜻과 음을 가진 글자로 재창조 된 경우도 있고, 수수께끼처럼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민속놀이와 한자의 공통점은 모방과 창조라 할 수 있다. 모방과 창조는 인간이 모든 문화를 만들어 내는데 있어 가장 기초가 된다. 창조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有)서 새로운 유(有)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례로, ‘길쌈놀이’는 원래 직물을 짜는 부녀자들의 노동이었는데, 지루함과 고단함을 달래는 한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의식을 부여하여 놀이가 된 것이다. 제기차기나 팽이치기의 경우에는 놀이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연날리기는 여러 가지 모양의 연을 사용한다. 이들 놀이는 놀이 전승 과정 안에서 재창조의 모습을 보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밖에도 종교성이 짙은 놀이의 경우 무언가를 갈구하는 인간의 바람이 포함되어 있다. 믿음의 대상인 ‘신(神)’도 결국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이므로 이 또한 상상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자에서 밝을 명(明)은 태양을 형상화한 둥근 원 안에 점을 찍어 표현한 일(日)과 초승달과 보름달의 중간 형태인 반달의 형상 위에 점 하나가 찍힌 모습의 월(月)이 합쳐진 글자이다. 태양과 달이 어둠을 밝히는 역할을 하는데 이 두 가지가 합쳐졌으니 매우 밝다는 의미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고대 한자에서 일(日)은 태양이 아닌 창문의 모습을 그린 것이며, 한나라 때에 이르러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의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렇듯 한자는 형체를 본떠 글자를 만들고 각각의 글자를 결합하여 새로운 뜻과 음을 가진 문자가 매우 많은데, 이는 모방과 상상력을 통한 창조적 결과물을 도출한 대표적인 예라 해도 부족하지 않다.
이처럼 민속놀이와 한자가 갖는 공통적 특성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있어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단순히 놀이로서, 학습의 대상으로 접근하지 않고 모방과 창조의 과정, 그리고 민속놀이와 한자에 숨어 있는 의미들을 중심으로 접근한다면 융합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배양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한자의 자료는 한자의 어원을 밝히는 것과 함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문화를 글자와 연계하여 소개하고 있는 하영삼 교수의 <100개 한자로 읽는 중국문화??에서 발췌하였다. 한자 자료를 이 책 한 권으로 한정지은 이유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 ‘한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교양도서로서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자 연구에 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분의 연구물이므로 다른 연구자의 자료와 혼합하지 않고자 하였다. 그러나 저자 스스로 궁금증이 생긴 한자들에 대해서는 하영삼 교수의 또 다른 저서인 <한자어원사전>과 <문화로 읽는 한자> 등을 참고하였다.민속놀이는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에서 출판한 <한국민속대관>?세시풍속/전승놀이?와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세시풍속사전>, 심우성의 <한국의 민속놀이>와 <우리나라 민속놀이>, 주강현의 <조선의 민속놀이>, 김종만의 <아이들 민속놀이 100가지>, 유안진의 <한국전통사회의 아동교육>을 1차 자료로 하였다.
책의 내용 선정을 위해서는 <100개 한자로 읽는 중국문화>를 참고하여 ‘숫자’, ‘의식주’, ‘신분제도’, ‘종교와 윤리·도덕’ 4가지로 분류한 후, 관련 전문가 5인에게 요약·정리된 한자와 민속놀이자료를 제시하고 대분류 항목에 해당되는 놀이와 한자를 총 2회에 걸쳐 선정하도록 의뢰하였다. 선정된 민속놀이와 한자는 매 회 마다 3인 이상이 동의한 것들이다. 그러나 3인 이상의 동의를 받은 자료일지라도 이 책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된 자료는 다시 전문가 집단과 협의하여 제외하였다.
한자와 놀이선정 기준은 첫째, 대분류 항목에 제시된 제목에 적합한 놀이와 한자일 것, 둘째, 민속놀이와 한자를 연계하여 문화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 셋째, 이 책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창의적 사고 및 활동에 목적을 둔 것이므로 학습자들이 실연할 수 없는 놀이도 배제하지 말 것 등 3가지를 제시하였다.
이상과 같은 과정을 통해 선정된 민속놀이와 한자는 다음과 같다.
○ 숫자와 관련 된 민속놀이와 한자
공기놀이, 구슬치기, 다리세기, 사방차기, 열 발 뛰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8자놀이
일(一), 이(二), 삼(三), 사(四), 오(五), 육(六), 칠(七), 팔(八), 구(九), 십(十).
○ 의식주와 관련 된 민속놀이와 한자
갈퀴치기, 거북놀이, 고사리 꺾기, 길쌈놀이, 낫치기, 덕석몰이, 두껍아 두껍아, 땅따먹기, 소꿉놀이, 소놀이, 쌀-보리, 쥐불놀이, 지신밟기, 청어 엮기
가(家), 금(金), 도(陶), 맥(麥), 미(米), 사(絲), 식(食), 의(衣), 전(錢), 주(住).
○ 신분제도와 관련 된 민속놀이와 한자
군사놀이, 궐희, 씨름놀이, 종경도 놀이, 탈놀이, 토성관원놀이
공(工), 군(軍), 노(奴), 농(農), 문(文), 민(民), 사(士), 상(商), 왕(王), 중(衆), 차(車)
○ 종교와 윤리·도덕과 관련 된 민속놀이와 한자
경로회, 다리 밟기, 달맞이, 물장구놀이, 백중놀이, 사자놀이, 연등놀이, 윷놀이, 줄다리기, 파일놀이, 팔랑개비 돌리기, 폭죽
민속신앙 관련 한자: 귀(鬼), 복(福), 생(生), 신(神), 용(龍), 우(牛), 제(帝), 제(祭), 조(祖), 호(壺), 화(華)
불교관련 한자: 과(果), 보(報), 불(佛), 사(思), 시(施), 심(心), 안(安), 연(連), 인(因)
윤리·도덕 관련 한자: 덕(德), 도(道), 리(理), 신(信), 애(愛), 예(禮), 의(義), 인(仁), 충(忠), 효(孝).
선정된 민속놀이와 한자의 내용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간략하게 엮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사진 및 그림 자료를 함께 제시하였다. 또한 각 장마다 창의적 활동으로 ‘놀이 만들기’ 또는 ‘놀이 변형하기’, ‘연상되는 글자(한글, 한자) 써보기’를 넣어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과의 만남을 통해 한자 급수시험을 위한 공부, 지루하고 재미없는 암기식 학습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펴보는 것과 함께 우리의 전통문화와 가까운 이웃나라 중국의 문화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100개 한자로 읽는 중국문화>를 이 책의 한자자료로 자유롭게 쓰도록 허락해 주신 하영삼 교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을 엮으면서 인용·참조한 민속놀이 내용들은 관련 저서들 외에도 한국민속박물관 및 어린이 박물관, 한국국립중앙박물관,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시풍속사전>,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등에 수록된 자료들이다. 이곳에는 많은 민속학자분들이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한 자료들이 DB로 구축되어 있으며 후학들과 민속놀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상으로 자료공개 및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런 나눔의 혜택을 누림에 감사드리며 보시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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