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치열한 경쟁과 불안, 초조 등으로 과거와 다르게 정신적인 측면에서 고통을 더 많이 받고 산다. 유교의 수양법은 이러한 현대인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만약 그 도움되는 바가 크다면 많은 사람이 유교의 수양 방법을 찾게 될 것이고, 그러한 수양을 통해서 현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유교가 부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안회는 돈도, 명예도, 지위도 없는데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논어』에서는 공자(孔子)가 안회(顔回)를 칭찬하는 문구가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어질구나, 안회여! 하나의 대그릇에 담은 밥과 하나의 표주박에 담은 음료만으로 누추한 삶을 살아가건만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뎌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늘 한결같아 마음의 즐거움을 조금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어질구나, 안회여!” 안회(顔回)는 돈도 없고 명예도 없고 지위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일까? 유교에서는 어떻게 수양하기에 안회 같은 고도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욕심(欲心)을 줄이고, 천명(天命)대로 살며 경(敬) 수양을 실천하는 것이다. □ 행복을 만드는 유교 수양법 : 욕심 줄이기, 분수에 맞게 살기, 경(敬)의 실천 첫째, 욕심을 줄이면 줄이는 만큼 행복해진다. 맹자는 마음을 기르는데 과욕(寡欲)만 한 것이 없다고 하였고, 주돈이(周敦？)는 무욕(無欲)을 강조하였고, 주자(朱子)는 존천리거인욕(存天理去人欲)을 주장하였다. 욕심을 줄이는 만큼 행복이 커지기 때문이다. 둘째, 분수에 맞게 살면 행복할 수 있다. 천명(天命)을 안다는 것은 곧 자기의 분수를 안다는 것이다. 자기의 분수를 안다는 것은 자기의 장단점과 역량, 주변 환경과 처한 상태 등을 알고 현명하게 처세하는 것이다. 또한, 안분지족(安分知足)이란 말처럼 자기 처지를 탓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행복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분수를 지키고, 자기에게 주어진 천명을 깨달아서 천명대로 살아간다면 누구나 최고 행복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수양의 핵심인 경(敬)을 통하여 유교의 수양법은 현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은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자기 마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들을 빠짐없이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자기에게 올라오는 욕심을 객관화시킴으로써, 욕심에 이끌리지 않고 보다 내면에 충실하여 괴로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참으로, ‘경(敬)’ 하나만으로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마음을 다스려서 능히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경(敬) 수양을 오래 하게 되면 현대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가 줄게 되고, 심신이 편안하여 고도의 정신적 각성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 유교 수양론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 동양철학에서 수양의 의미는 지대하다. 수양은 삶의 본질이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삶과 죽음의 갈래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먼저 동양에서의 수양론을 유교, 불교 및 도교의 수양론으로 나누어서 설명한 뒤, 유교 수양론은 본격적으로 선진시대에서 출발하여 수당 시대 한유와 이고를 거쳐서, 북송오자와 주자의 수양론 체계를 먼저 살펴보았다. 조선조에서는 여러 훌륭한 유학자가 있지만, 그중에서 한훤당 김굉필,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수양론의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그 이유는 한훤당은 한강 정구의 외증조할아버지이고,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은 한강 정구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한강 정구는 퇴계와 남명을 스승으로 모시고, 한훤당의 도통을 이어 받아서 선대 학자들의 수양론을 토대로 신독(愼獨)과 경(敬)의 체계적 지득을 통해 수양론을 강조하였다. 『심경발휘』라는 독창적 심학 교재를 만들고, 경(敬)을 수양하는 체계적 접근은 바로 예(禮)에 근거한다고 하여 결국 그의 수양론은 심학과 예학을 열어서 조선 후기 심학과 예학의 번성을 가져온 계기가 된 것이다. 공자, 맹자, 주자, 한국에 와서는 한훤당, 퇴계, 조식으로 내려오던 심학의 흐름이 정구에 이르러 완성되고 이는 다시 미수 허목과 장현광으로 각각 심학과 예학의 갈래가 시작된, 조선 유학사에서 하나의 응결점이 바로 한강 정구였다. 이 책은 수양의 관점에서 유교에서 수양론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공자부터 주자까지 선진 유교와 성리학의 수양론적 관점을 이해할 수 있고, 조선조 한훤당 김굉필, 퇴계 이황, 남명 조식 그리고 한강 정구에 이르기까지 수양론적 체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Ⅰ. 동양철학에서 수양론의 위상 1. 유교의 수양론 7 1) 도덕적 완성을 통한 태평성대 구현 2) 수양을 통한 자기만족과 행복 추구 - 과욕(寡欲) - 지천명(知天命) - 경(敬) 2. 불교의 수양론 28 1)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 2) 팔정도(八正道) 3) 육바라밀(六波羅密) 3. 도교의 수양론 38 1) 성명쌍수(性命雙修) 2) 인간의 의지적인 운명관 3) 개인 중심의 구체적인 수행 Ⅱ. 유교 수양론의 형성 1. 선진시대의 수양론 53 1) 공자의 수양론 - 군자의 모습 - 군자의 자세 - 군자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침 2) 맹자의 수양론 - 선단확충(善端擴充) - 호연지기(浩然之氣) - 과욕(寡欲) 3) 『대학』의 수양론 - 수양의 목적 - 수양의 전 단계 - 수양의 과정 - 수양 후의 단계 4) 『중용』의 수양론 - 솔천명(率天命) - 신독(愼獨) - 중화(中和) - 시중(時中) - 성(誠) 2. 수당시대의 수양론 110 1) 한유의 수양론 - 한유의 생애와 불교의 배척 - 원도(原道) 2) 이고의 수양론 - 이고의 생애 - 복성서(復性書) 3. 송대의 수양론 127 1) 북송오자(北宋五子)의 수양론 - 주염계(周濂溪) - 소강절(邵康節) - 장횡거(張橫渠) - 정명도(程明道) - 정이천(程伊川) 2) 주자의 수양론 - 이기론(理氣論) - 심성론(心性論) - 수양론(修養論) Ⅲ. 조선조 수양론의 전개 1. 한훤당 김굉필의 수양론 165 1) 한훤당의 도통적 위상 2) 『소학』의 수양론적 체계 - 『소학』의 배경 - 『소학』의 구성 - 『소학』의 수양론적 내용 3) 한훤당 수양론의 요체 - 한훤당의 소학적 삶의 실천 - 「한빙계」를 통해 본 한훤당 수양론의 요체 2. 퇴계 이황의 수양론 193 1) 퇴계 수양론의 체계 2) 거경으로서 존양·성찰의 의미 - 미발(未發)에서의 존양(存養) - 이발(已發)에서의 성찰(省察) 3) 이(理)의 체현과 실천으로서의 궁리 - 박학(博學) - 신사(愼思) - 지행병진(知行竝進) 3. 남명 조식의 수양론 214 1) 『학기류편』 편찬 체계와 의의 2) 경의(敬義)의 의미와 실체 - 남명의 경(敬)의 의미 - 경의(敬義)의 실체 - 활경(活敬) 및 행의(行義) 3) 남명의 선비정신과 상소를 통한 실천 - 남명의 선비정신 - 상소를 통한 실천 Ⅳ. 한강 정구의 수양론 1. 한강의 생애와 수양 과정 233 1) 초년시절 성인의 길 추구 2) 중년의 엄격한 자기절제 과정 3) 저술과 제자 양성의 노년기 활동 2. 한강의 학문관 246 1) 위기지학(爲己之學) 성인의 학문 추구 2) 하학(下學)과 박학(博學) 중시 - 하학(下學) 중시 - 박학(博學) 추구 3) 쇄소응대(灑掃應對) 『소학』의 강조 3. 한강의 심학 체계와 경(敬)에 대한 인식 268 1) 『심경발휘』 편찬 경위와 의의 2) 「경이직내장」에 제시된 경(敬)의 요체 - 경(敬)의 실천적 도구로서의 의(義) - 경(敬)의 의미와 수양 방법 3) 한강의 경(敬)에 대한 인식과 실천 4. 한강 수양론의 수기적(修己的) 실천 287 1) 신독(愼獨)의 체화 2) 존덕성과 도문학의 균형 3) 존심불구(存心不苟)와 안빈낙도 추구 - 존심불구와 겸손 -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 추구 5. 한강 수양론의 사회적 실천 310 1) 관직을 통한 수양적 삶의 전개 2) 실천적 사회활동 전개 - 서원(書院)을 통한 사회활동 - 월강회(月講會)를 통한 사회교육 - 지리지 편찬 3) 전란 대응과 의병 활동 6. 한강 수양론의 전승 322 1) 영남학파의 근기(近畿) 지방 전승 2) 왕사부동례(王士不同禮)의 개척 3) 선비정신 계승 및 전승

인간은 심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완전하다. 몸 때문에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겪으며, 마음 때문에 욕심이 생겨서 괴롭게 된다. 그래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불완전한 ‘나’라는 영역에서 벗어나는 수양을 해야 한다. 수양은 불완전한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완전한 ‘신’의 영역에 도달하기 위한 현실적 행위이다. 수양을 통하여 고통, 불행, 불만족 등의 현실 세계를 벗어나서 행복하고 평안한 세계에 다다르게 된다. 모순이 있는 상태에서 모순이 없는 완전무결한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 (17쪽) 유교는 천명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유교에서는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을 주장한다. 분수에 맞게 산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량이나 형편에 맞추어서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것으로, 이는 곧 천명(天命)에 맞게 산다는 것이다. 천명을 안다면 쓸데없는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고, 쓸데없는 욕심을 내지 않으니 좌절하거나 불안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으니 스스로 만족하는 상태가 된다. 또한 설령 욕심을 내더라도 천명을 따르기에 그것이 세상 이치에 벗어나지 아니하여 괴로울 일이 없는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욕심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더라도 자기의 천명에 맞게, 분수에 맞게 욕심을 적절히 통제한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23쪽) 경(敬) 수양을 오래 하게 되면 현대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가 줄게 되고 심신이 편안하게 되어 고도의 정신적 각성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경(敬)’ 하나만을 가지고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마음을 다스려서 능히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26쪽) 유교 수양론은 치인지학(治人之學)과 위기지학(爲己之學)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에서 태평성대를 만드는 치인지학보다는 개개인의 삶의 질적 향상과 행복을 추구하는 위기지학이 현대인에게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유교의 행복론은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욕망의 제어에 있다고 본다. 욕망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천명을 알아야 한다. 천명을 알고 분수에 맞게 행하는 삶, 그것이 바로 행복이 될 것이다. 이러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경(敬)’을 통한 마음 점검이 필요하다. (26~27쪽) 『논어』에 나타난 군자의 모습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화내거나 불편해하지 않는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으며, 설령 나에 대한 평가가 왜곡된다 한들 개의치 않고 여여하게 지낼 수 있는 정신적 자아감의 성취한 상태이다. 두 번째는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 가난하지만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아니하고 즐겁게 살 줄 아는 능력자이다. 세 번째, 근심 없고 두려움 없고 강직하고 굳센 모습이다. 세상살이에 대하여 어떠한 난관이 와도 좌절하지 않으며 여여(如如)하게 받아들이며 정신적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네 번째는 다투지 않는 모습이며, 다섯 번째, 명(命)을 알면서 욕(欲)을 따라서 행해도 세상 법도에 어긋남이 없는 유유자적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54쪽) 당나라의 이고는 성(性)과 정(情)을 구분하여 정(情)은 부정적인 것으로, 성(性)은 긍정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정(情)을 없애어 성(性)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맹자는 정(情)의 멸(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性)의 확충을 말하였다. 즉, 본래부터 내재되어 있는 선한 본성을 더욱 키워서 사특한 생각이나 행동이 자리를 잡지 못하게 함으로써, 도덕성을 회복하고 착한 본성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정(情)보다는 성(性)에 집중하여 성(性)의 확충을 강조한 것이 맹자 수양론의 특징으로, 이는 공자가 강조한 인(仁)의 수준을 구체적으로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단(四端)으로 확충시킨 점에서 공자의 수양론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78~79쪽) 도(道)는 천명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천명을 따른다는 것은 우리에게 숙명처럼 천명이 주어져 있다는 말이고, 각자에게 부여된 천명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인생을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패배주의적 발상이 아니다. 자기의 분수와 역량을 잘 살펴서 그에 맞게 현명하게 살아야 한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천명을 알든, 알지 못하든 천명은 마치 DNA처럼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도(道)는 잠시도 떠날 수가 없고, 만약 떠날 수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가야 하는 이유이다. 왜냐하면, 홀로 있다고 해서 홀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도 드러나게 되며, 아무리 들리지 않는 곳에 있어도 들리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가 보고 있기에, 군자는 설령 혼자 남더라도 더욱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독(愼獨)은 군자가 되는 수양의 중요한 덕목이다. (102~103쪽) 주일무적(主一無適), 상성성(常惺惺), 정제엄숙(整齊嚴肅). 이 세 가지는 거경(居敬)의 핵심적인 수양방법으로, 거경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시간적인 선후 관계가 있다. 먼저 거경(居敬)의 상태는 주일무적이다. 주일무적이 곧 거경의 상태가 된다. 그래서 거경은 주일무적의 상태를 말하게 되며, 이렇게 주일무적이 되려면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있다는 것은 내 마음이나 생각의 흐름을 살피는 힘이 필요한데, 이것이 상성성(常惺惺)이다. 이러한 상성성의 상태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성성이 되고자 하면 필시 정제엄숙이 필요한 것이다. 요컨대, 정제엄숙은 수양의 첫 번째 단계로써 정제엄숙을 통하여 상성성을 이루고, 상성성을 통하여 주일무적 상태가 된다. 이러한 주일무적 상태에서 거경(居敬)을 확립하는 것이다. (156~157쪽) 한훤당은 유교에서 말하는 핵심 수양 방법을 대체로 정밀하게 실천하여 도학적 삶을 영위하여 왔으며, 그 과정에서 본인의 실천적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인 방법까지 적시(摘示)하였다. 단순하게 책을 읽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선현들이 제시한 수양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였으며 그 실천적 경험치가 녹아있는 것이 바로 한빙계(寒氷戒)의 내용이다. 이러한 실천적, 도덕적 수양을 하였기에, 한훤당은 오늘날 도통(道統)의 종주 자리를 지켜온 것이다. (192쪽) 퇴계는 거경궁리의 수양 방법을 좀 더 체계화하고 구체화하였다. 퇴계는 거경의 상태를 『중용』 장구에 나오는 미발(未發)과 이발(已發)로 나누어서 각각 존양(存養)과 성찰(省察)로서 분석하였다. 이러한 퇴계 수양론의 체계는 위의 그림과 같다. 퇴계는 마음의 내적 수양 방법인 거경에서는 무사시(無事時)의 미발(未發)과 유사시(有事時)의 이발(已發)로 나누어서 설명하였다. 무사시 심의 미발 상태에서는 계신공구(戒愼恐懼), 조존(操存), 심사(心思), 양심(養心), 진심(盡心) 등을 논의하였고, 유사시 심의 이발 상태에서는 신독(愼獨), 극기복례, 심재(心在), 구방심(救放心), 정심(正心) 등을 논의하였다. (195쪽) 남명은 임종의 순간에도 “창문을 열어라. 하늘의 해가 저렇게도 맑고 환하구나!”라면서 태연하게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는 임종의 순간에도 평소 벽에 써 붙여 두었던 경(敬)과 의(義)의 두 글자를 가리키며 재삼 그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이 두 글자는 매우 절실하고 중요한 것이니, 배우는 사람들이 힘써 여기에 공력을 들여야 할 것이다. 공력을 많이 들여 익숙하게 되면 가슴속에 한 가지도 가리는 것이 없게 되어 맑고 밝게 될 것이다.” 남명 수양론의 핵심은 바로 경(敬)과 의(義)이고 이를 통하여 평생 실천의 길을 걸어왔다. 남명 수양론의 특징은 바로 의(義)로 표현되는 실천에 있는 것이다. (218쪽) 퇴계의 인품은 온화ㆍ돈독하며 학문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고, 남명은 엄정ㆍ호탕하며 학문이 직관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다. 이것으로써 알 수 있는 것은 퇴계와 남명은 기질적인 면에서나 학문적인 성향에서도 상반된 것을 알 수 있다. 한강은 기질적인 면에서는 남명을 닮았으며, 학문의 성향은 퇴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237쪽) 한강은 운명하는 그날까지 아침에 『가례회통』을 읽었고 자리가 바르지 않다고 세 번이야 이야기하여 자리가 비로소 바르게 되자 마침내 운명하셨다. 대가들의 삶은 죽는 순간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죽음 앞에서 당당하고 구차하지 않게 삶을 마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한강의 마지막 임종의 모습은 참다운 유학자로서 평생 수양에 힘써왔음을 알 수 있다. (244쪽) 본래 편협된 사고를 지진 사람은 남의 것을 보지 못하고 자기가 보는 것이 전부인 줄 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나중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자기 선입견만 품고 판단하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이 크다. 한강이 박학(博學)을 추구한 목적은 정확하게 진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우주 사이에 수많은 일과 사건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일을 궁리하는 것은 인간의 책무이므로 그 대소와 정조(精粗)를 떠나서 모두 배워야 한다고 한강은 생각하였다. 한강은 우주 사이의 허다한 일이나 천지간의 도리를 연구하는 것이 유자(儒子)의 도리하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박학(博學)을 추구하였고, 학문의 규모와 범위가 굉박(宏博) 하였지만, 그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고 공부하여 책으로 저술하였다. (258~259쪽) 한강의 『심경발휘』 편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도 진덕수의 『심경』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심경』의 계보를 이어받았다는 점이다. 그는 스승인 퇴계의 권위와 학문에 주눅 들었던 것도 아니고, 자신의 사상체계에서 『심경부주』가 부당하고 모순이 있다고 생각하여 과감하게 새로운 책을 편찬한 것이다. 한강의 수양론은 그 실천성에 의의가 있다. 『소학』을 통하여 생활 규범이나 윤리의식을 실천하였을 뿐만 아니라, 성인의 학문인 『심경』을 공부하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바는 누가 뭐래도 행동으로 옮기는 살아 있는 지식인이었다. 이런 점에서 한강의 『심경발휘』 편찬은 조선 중기의 심학(心學)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2973~274쪽) 경진년(1580, 선조 13)에 선생이 창녕 현감(昌寧縣監)에 제수되어 사은 숙배할 적에, 상(上)이 인견하여 묻기를, ‘그대가 힘을 쏟은 것은 무슨 책인가?’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신은 일찍이 『대학』을 공부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상이 묻기를 ‘대학 공부 중에 무엇이 가장 긴요한가?’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삼강령과 팔조목이 모두 자신을 수양하고 남을 다스리는 방법이기는 하나, 선유(先儒)가 이르기를 천덕(天德)을 보존하고 왕도(王道)를 구현하는 것은 그 요점이 오직 신독(愼獨)에 있다고 하였으니, 신독 공부가 가장 긴요한 것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289쪽) 이러한 인격적인 결실은 통상 겸손으로 나타난다. 오랜 세월 성인의 꿈을 꾸면서 스스로 인격 수양을 해온 한강이라면 겸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명하다. 왜냐하면, 한강은 일반 저잣거리의 사람과 자기를 비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혹 우월감 등의 감정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한강은 평생을 성인(聖人)과 비교하여 늘 자신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끼고 반성하고 노력하였다. 그렇기에 한강은 그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 겸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03쪽) 관료로서 한강은 빈틈없는 업무처리와 따뜻한 선정으로 널리 명성이 자자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히 원칙론자였다. 이것으로 봤을 때 그의 관직 생활은 어려서부터 닦아온 수양의 사회적 실천으로써 성인(聖人)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처세였다. 한 마디로 유가적 이상 정치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백성의 삶 향상을 위하여 공정하고 빈틈없이 업무처리 하였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자신의 녹봉을 털어서라도 굶주린 백성을 구휼하였고, 널리 덕으로써 백성을 교화하여 선정을 베풀었다.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았던 강직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치에 어긋난다면 비롯 왕이라도 상소를 통하여 그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간언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성인(聖人)을 꿈꾸는 유학자로서 완벽해지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이었으며, 일생을 통하여 닦아온 수양의 결과였다. (313쪽) 조선시대 예학의 문제는 한강이 활동하던 16세기에서 발생하여 17세기에 대표적인 학풍을 형성함으로써 예학파 또는 예학 시대를 형성하였다. 한강은 예학을 체계화하는 데 평생의 학문적 정열을 쏟았고, 그 결과 왕사부동례(王士不同禮)의 영역을 최초로 개척하게 되었다. 그의 예학 학통은 허목을 통하여 근기 지방에 전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17세기 후반까지 예학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였다. 한강은 영남학파의 학풍을 확립하여 김장생(金長生, 1548년~1631년)의 기호예학파와 더불어 두 갈래 큰 줄기를 이루어 한국 예학의 대표적 학통을 이끌게 된 것이다. (329쪽) 한강은 남명의 의로운 기개를 이어받아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인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지방 외직에 있을 때 권세 높은 사노를 붙잡아서 옥사시키는가 하면, 여러 차례 상소나 편지를 통하여 왕이나 권력가에게 정당한 길을 걷도록 목숨을 걸고 충언하였다. 한강의 이러한 선비정신은 그의 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전승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그의 대구권 문인이나 제자 대부분이 향토를 지키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성리학의 실천정신인 선비정신은 남명에서 한강으로 계승되었고, 한강에서 그의 제자들에게 전승되어 조선 후기 유학자들의 많은 귀감(龜鑑)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3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