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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탄생 : 한국어가 바로 서는 살아 있는 번역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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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번역/통역
저자 이희재
출판사/발행일 교양인 / 2009.02.10
페이지 수 412 page
ISBN 9788991799400
상품코드 201848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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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8 우수저작 및 출판 지원사업' 당선작! “번역이란 외국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한국어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20여 년간 번역 현장을 지켜 온 최고의 번역가가 절실한 고민을 이론으로 갈무리한 창조적 번역론 ! 2008년 한 해 동안 발행된 신간 종수는 4만 3099종, 그중 번역서는 1만 3391종으로 31%를 차지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번역서 비중이 1위이다. 그만큼 번역문이 한국인의 말글 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특히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책일수록 번역서가 많기에 지식층과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런데 한국 번역에는 이론서나 믿을 만한 실무서 하나 찾아보기 어렵고, 번역의 기본적 원칙조차 없다. 일본어 번역투, 영어 번역투 문장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외국어와 다른 우리말의 개성이 바랜 지 오래다. 이제 《번역의 탄생》이 우리말과 글을 바로 세우는 살아 있는 번역 원칙론을 제시한다. 20여 년간 말과 말이 치열하게 맞붙는 번역 일선에서 살아온 전문 번역가 이희재에게 번역이란 외국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한국어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문장 하나하나를 만날 때마다 겪은 갈등과 고민이 거시적 언어 이론의 틀로 스며들어 새로운 번역론으로 탄생했다. 저자는 한국어를 좁은 ‘우리말’ 틀이 아니라 󰡐다른 말’과의 관계 속에 노출시킴으로써 한국어를 ‘타인의 눈‘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국어의 개성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번역의 탄생》은 철저하게 한국어 현실에서 출발한 창조적 번역 이론서이자, 중국과 일본,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역사를 투명하게 비추는 우리말 임상 보고서이다. 외국어에 오염되지 않은, 왜곡되고 뒤틀리지 않은 반듯하고 생생한 한국어의 개성을 찾아 떠난다 ! 언어는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제국주의 국가가 예외 없이 식민지에서 종주국의 언어를 강요한 것도 언어를 통해 식민지 주민들의 정신을 장악하고 영구히 노예화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번역의 탄생》에서 저자는 한국어의 논리보다 외국어의 논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한국 번역의 현실을 통해 해방 후 두 세대가 지나도록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한국 주류 계층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한국의 사정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같은 번역이라도 일본이 일찍부터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의 책을 직접 번역하는 직거래 방식으로 제 문화의 틀을 세웠다면 한국은 일본이라는 중간상을 거쳐서 서양 문화를 간접적으로 받아들였다. 일본을 통한 한국의 서양 문화 수용을 나는 '기원의 은폐’라고 부르고 싶다. …… 일본을 통한 간접 수용 자체가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다. 이제는 자기만의 눈과 귀로 세상을 보고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예전보다는 문화 교류의 창구가 넓어졌고 직거래도 늘어났지만 한국을 이끌어 가는 주류 가운데는 아직도 다른 나라를 졸졸 따라가야만 마음이 놓이는 유아 의식에 갇힌 사람이 많다. 이미 오래전에 걸음마를 떼었건만 아직도 음식을 떠먹여주기만을 바라는 󰡐어른애’가 많다. 스스로 제 갈 길을 헤쳐 나가고 사유하는 데 서투르다. 제 손으로 새 말을 만들기를 두려워하고 아직도 일본에서 나온 영일사전에 기대어 영한사전을 만드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몸은 다 큰 어른인데 여전히 아이처럼 종주국만 쳐다보는 한국 주류의 머리가 머무른 현주소다." ― <머리말>에서 평생 동안 바르고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벌였던 이오덕 선생,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이면 누구나 막힘 없이 읽을 수 있는 우리말과 글’을 내세운 잡지 <뿌리 깊은 나무>를 펴내 순 우리말을 고급 문자 언어로서 새롭게 조명한 한창기 선생은 우리말 바로 쓰기의 선각자들이었다.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의 터전을 가꾸는 데 힘을 실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번역의 탄생》은 여러 선각자들이 이어 온 우리말과 정신의 주체성에 대한 고민을 번역이라는 영역으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번역은 ‘말의 무게를 다는 것’이며 ‘두 말에 담긴 정신의 무게를 다는 것’이다. 번역가는 저울 한쪽에 저자의 말을 올려놓고 다른 한쪽에 번역어를 올려놓은 뒤 둘이 균형을 이룰 때까지 작업을 계속한다. 그런데 한국의 번역 문화는 그동안 한쪽으로만 쏠렸다. 지나치게 출발어(원어)의 눈치를 보면서 원문에만 충실하려 했다. 한국어 논리보다 영어, 일본어 논리에 충실한 번역으로 저울은 기우뚱하다. 한국어의 논리를 제대로 알 때 한쪽으로 치우친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 한국어의 논리는 무엇일까? 이제까지 한국어는 지나치게 ‘우리말 틀’ 안에만 갇혀 있어 오히려 제 모습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번역의 탄생》은 번역 현장에서 찾아낸 한국어의 고유한 개성을 뚜렷이 보여준다. 영어는 한국어보다 추상성과 보편성을 담는 데 강하고 한국어는 구체성과 특수성을 나타내는 데 강하다. 명사와 형용사를 중시하는 영어의 논리를 따라 번역을 하면 구체적이고 생생한 부사가 풍부한 한국어의 개성이 죽는다. 한국어의 특징을 ‘우리말’ 영역 안에서만 누릴 게 아니라 번역에서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국어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한국어가 지닌 개성을 더욱 풍요롭게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자기 언어의 현실을 바로 보고 두 말의 균형을 잡으려 한다면 한국어가 지닌 개성을 더욱 창조적으로 살찌울 수 있다. 가령, 저자는 접두사와 접미사의 폭을 넓혀 외국어를 정확하고 간결하게 우리말로 옮기는 방법을 보여준다. 서구 이론가의 추상적 틀이 아닌 한국어 현실에서 출발한 이론 틀과 구체적 삶에 뿌리를 둔 한국어 재창조의 방법은 번역가뿐 아니라 우리글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선사한다.
목차
1장 들이밀까, 길들일까 - 직역과 의역의 딜레마 2장 한국어의 개성 - 동적인 한국어, 정적인 영어, 더 정적인 프랑스어 3장 껄끄러운 대명사 - '그’와 '그녀’를 모르는 한국어 4장 주어는 어디 갔지? - 한국어와 주어 5장 수동태 길들이기 - 문장을 오염시키는 과잉 수동문 6장 우리를 슬프게 하는 사동문 - 영어는 타동사를 좋아한다 7장 죽은 문장 살려내는 부사 - 추상에 강한 영어, 구체성에 강한 한국어 8장 '적(的)’이라는 문장의 '적(賊)’ - 형용사는 부사로 잡는다 9장 간결한 문장의 비밀, 덧말 - 접두사와 접미사 활용하기 10장 한국어 말꼬리를 잡아라 - 실감나는 어미 활용 11장 살빼기 - 군살은 뺄수록 아름답다 12장 좁히기 - 좁혀야 생생하다 13장 덧붙이기 - 풀어주면 쉬워진다 14장 짝짓기 - 짝을 지으면 안 되는 가짜 친구들 15장 뒤집기 - 뒤집으면 자연스럽다 16장 느낌이 사는 토박이말 - 입말 활용법 17장 맞춤법도 법이다 - 한국어의 힘을 키우는 길 18장 말의 지도, 사전 - 우리 삶이 담긴 사전이 필요하다 19장 만들어 쓰기 - 개념의 핵심을 찌르는 조어법 20장 셰익스피어와 황진이가 만나려면 - 리듬을 옮기는 시 번역 ■ 주석 ■ 인명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번역을 하면서 나는 한국어에 눈떴다. 작가가 되어 한국어 자체만을 놓고 씨름했더라면 한국어의 개성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어, 일본어, 독일어 같은 외국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다 보니 한국어의 남다른 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연하기만 했던 한국어답다는 개념이 차츰 구체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국어가 이미 번역서를 통해 영어와 일본어에 상당히 깊이 물들었음을 깨달았다. 번역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때부터 조금씩 바뀌었다. 이미 외국어에 많이 물든 한국어에 외국어 문체의 흔적을 더 남기려고 애쓰는 것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원문에서 멀어지는 고공 비행의 길로 날아올랐다. 이 책은 잃어버린 한국어의 창공을 향해 한없이 날아오르고 싶었던 내 마음의 비행 일지인 셈이다. ― <머리말>에서 한국어보다 영어에서 명사의 활동 반경이 훨씬 더 넓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입니다. 프랑스어에서는 명사의 활동 반경이 영어보다 더 넓습니다. 프랑스어는 영어보다 명사를 더 많이 써서 정적이고 추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반면에 영어는 동적이고 구체적인 느낌을 줍니다. 프랑스어는 무엇보다도 형식, 확정된 상태, 분석을 통해 현실에서 잘라낸 조각들을 나타내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프랑스어는 또 사건을 실체로 제시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할 때는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처럼 명사를 동사나 부사, 형용사 같은 다른 품사로 바꾸어줘야 할 때가 많습니다. 가령 프랑스어 "J’ai faim."은 영어로는 "I have a hunger."가 아니라 "I am hungry."가 제격이고 "J’ai froid."는 "I have a coldness."가 아니라 "I am cold."가 어울립니다. - <2장 한국어의 개성>(39쪽)에서 토박이말을 쓰는 까닭은 민족주의를 주장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머리에 잘 들어온다는 소박한 이유에서입니다. 가령 영국 성공회에는 High Church, Low Church, Broad Church 같은 다양한 종파가 있었습니다. High Church는 권위와 전례를 중시하는 가톨릭에 가까운 입장이고 Low Church는 의식보다는 복음을 중시하는 입장, Broad Church는 포용성을 중시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이 세 단어를 보통 영한사전에서는 각각 '고교회파', '저교회파', '광교회파'로 풀이합니다. 이것을 '높은 교회파', '낮은 교회파', '넓은 교회파'라고 해주면 훨씬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을까요? 특히 '광교회파'라고 하면 아마 독자들 대부분은 '넓을 광'을 떠올리기보다는 '빛 광'을 떠올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한글로만 쓴다고 해서 언문일치가 아닙니다. 정말 언문일치체는 말하듯이 쉽게 쓰는 글을 말합니다.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듣기만 해도 알아들으려면 토박이말을 많이 써주어야 합니다. - <16장 느낌이 사는 토박이말>(290쪽)에서

저자
이희재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독문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현재 런던대 SOAS(아시아아프리카대학)에서 영한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번역의 탄생]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反자본 발전 사전] [혁명 극장] [새벽에서 황혼까지] [산티아고 가는 길] [진보의 착각] [리오리엔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예고된 붕괴] [번역사 산책] [몰입의 즐거움] [소유의 종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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