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철학자 야스퍼스는 《비극론》을 통해 실존을 위한 근거를 제시해주었다. 그에게 있어 비극은 현실 인식과 맞물린다. 철학자는 31살 때 1차 세계대전을, 또 56세 때 2차 세계대전을 경험했다. 특히 두 번째 전쟁 경험에서는 경력에 대한 심각한 타격뿐만 아니라 생존에 대한 위협까지 느꼈다. 1937년 나치당이 집권하고 있던 시절에 이미 교수직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유대인의 아내를 두었다는 이유로 이민도 마음대로 떠날 수가 없었다. 1942년 이민 허가를 받아내기는 했지만 아내는 독일에 남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야스퍼스는 이민을 포기했고, 만약 체포되면 아내와 함께 자살하기로 마음을 먹기도 했다. 이런 삶의 경험이 고스란히 철학으로 스며들었다. 이렇게라도 살아야 할까? 살아야 한다면 어떤 마음으로 삶에 임해야 할까? 등 수많은 질문들이 철학자를 고민하게 했다.
전체주의의 이념에 대한 반감은 야스퍼스의 철학에 깊은 뿌리를 형성한다. 그는 삶을 위기로 몰아넣는 것들이 무엇인지 철학적으로 추궁했다. 그는 한계상황을 철학적 질문으로 제시했고, 4대 성인을 언급하며 인류의 모범을 가르쳤으며, 비극을 연구하며 현존재의 현상을 밝히려 했고, 거기서 비극적 분위기를 극복하는 길을 모색했다. 그는 자신의 철학적 물줄기를 실존철학이라는 큰 강물에 맞대면서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 자기만의 색깔을 유지한다.
‘유신론적 실존철학’, 이것이 야스퍼스 철학을 지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야스퍼스는 니체의 허무주의 사상에서 뻗어나간 줄기와 같다. 극복의 이념을 한계상황이라는 개념으로 증폭시켰고, 초인이라는 개념을 포괄자라는 개념으로 확장시켰다. 그는 신을 긍정하면서도 실존의 이념을 언급할 수 있는 길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신과 함께 실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준 것이다.
1902년 19세의 청년 야스퍼스는 스위스의 질스마리아를 들리기도 했다. 니체가 무無를 기다리다가 영원회귀 사상을 깨달은 곳이다. 소위 차라투스트라의 고향이다. 그리고 니체와 마찬가지로 훗날 바젤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다 퇴직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을 마감했다. 왠지 모르게 니체의 삶과 절묘하게 겹치는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비극은 ‘역사적 사실의 문제’라고 니체는 말했다. 야스퍼스도 비극을 통해 사실의 문제에 다가서면서도, 그것을 기점으로 하여 철학적 신앙과 영원한 철학으로서 세계철학을 지향한다.
저자 이동용은 한계상황에 대한 인식을 동그라미라는 비유로 설명을 이어간다. 연못에 돌 하나가 던져지면 수면 위로 동그라미가 형성된다. 하나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안에서 새롭게 동그라미가 탄생한다. 그리고 끝까지 퍼져나간다. 그 끝이 한계다. 모든 움직이는 것은 힘이 다할 때가 있다. 사람에게는 죽음이라는 현상이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그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그때 말로만 듣던 단말마의 고통도 겪게 될 것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살아서는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이어서 두렵기만 하다.
철학자 야스퍼스의 인생에 돌멩이 하나가 던져졌다. 나치라는 독재상황이 그의 삶을 통째로 위기상황에 처하게 했다. 외부세력이든 내부세력이든 어느 하나의 세력이 독재를 펼치게 될 때 지식인들은 낭만주의적인 성향을 드러내게 된다. 현실을 부정하고 내세를 동경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과 여기는 인정할 수 없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위로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삶은 받아들일 수 없는 혐오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죽음은 꿈과 희망으로 충만한 이상향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저자 이동용은 이런 위기상황을 야스퍼스가 어떻게 철학적으로 극복해내고 또 승화시켜나가는지 치열하게 관찰한다.

머리말
비극적인 삶은 현실 인식에 해당한다 / 5
I. 인간이 직면하는 근원적 수수께끼
1. 진리는 존재한다 / 15
2. 생각하는 존재의 과제로서 철학적 사색 / 21
3. 이성적 존재의 물음은 모두 사실의 문제다 / 25
4. 철학적 사색과 근원적 직관 / 31
5. 궁극적인 진리의 언어로서의 직관 / 35
6. 종교, 예술, 문학이라는 형식들 / 39
II. 비극적 지식과 안식이라는 궁극적 목적
1. 비극과 구제의 관계 / 49
2. 근원적 직관 속에 철학이 숨어 있다 / 52
3. 늘 새롭게 획득해야 할 위대한 작품 속의 비극적 지식 / 55
4. 비극 작품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 / 59
5. 비극 작품의 역사적 개관과 고대의 비극 / 62
6. 근대의 비극과 세속의 등장 / 66
7. 근대의 비극 속 중세의 흔적 / 70
8. 비극적 지식과 비극 이전의 지식 / 73

III. 비극적 상황파악과 비극성 극복의 가능성
1. 서사시와 비극 속의 다양성 / 83
2. 비극성이 부족한 계몽주의 철학과 계시종교 / 91
3. 좌절과 몰락 그리고 초월을 거듭하는 비극적인 것에 대한 의식 / 95
4. 비극적 의식과 현실 인식 / 99
5. 견딤을 필요로 하는 비극과 구원의 해방 / 102
6. 문학과 철학의 두물머리 / 105
IV. 문학에서의 비극적 대상
1. 비극적 분위기와 비극적 기분 / 113
2. 현상의 원리로서 투쟁과 알력 / 118
3. 싸움의 결과로 나타나는 승리와 복종 / 125
4. 생각의 근원을 형성하는 죄와 죄의식 / 130
5. 좌절함으로써 드러나는 인간의 위대함 / 135
V. 진실과 정의라 불리는 옳음의 문제
1. 진실과 진실이 부딪칠 때 / 143
2. 진실성의 문제와 지식을 추구하는 오이디푸스 / 146
3.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무죄의식 / 151
4. 철학자가 바라보는 화해의 성립 조건 / 154
5. 햄릿과 증명할 길 없는 진실성의 문제 / 157
6. 왜곡된 세상에서 진실을 알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방법 / 164
7. 게으른 복수심으로 뻔뻔하게 살아 있는 존재의 양심 / 167

VI. 비극의 논리와 구원론
1. 비극적 지식은 자기 자신을 찾는 인식작용이다 / 175
2. 인간이기에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원일반의 개념 / 179
3. 보편적인 인간의 고난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 / 184
4. 포괄자와의 관계 형성으로서의 구원 / 188
5. 문학 속의 형이상학적 사고와 그 재료로서 비극성과 구원 / 194
VII. 공허한 탐미주의를 경계하는 구원의 형식들
1. 실존철학이 말하는 죽음에의 용기 / 205
2. 유한자의 몰락 앞에서 무한자의 현실성과 진실성을 본다 / 211
3. 아이스킬로스의 《에우메니데스》
- 구원의 다른 말로서 ‘좋은 생각’ / 219
4.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는 구원 / 224
5. 레싱의 《현자 나탄》 - 모두가 가족이다 / 227
6. 비극이 비극 역할을 해내지 못할 때 / 231

VIII. 경청함으로써 언어를 발견하기
1. 비극적 현실과 비극적 형이상학 / 237
2. 비극적 현실에 대한 신화적 해석 / 241
3. 비극적 현실 속에서 이뤄지는 운명과 인도는 섭리다 / 247
4. 개념을 통한 철학적 해석 / 252
5. 사물을 비극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얻게 되는 비극적 지식과 비극적 직관 / 256
6. 암호의 소리에서 언어를 발견해야 하는 철학의 과제 / 261
맺는말
비극은 실존의 문제다 / 267머리말 비극적인 삶은 현실 인식에 해당한다 / 5 I. 인간이 직면하는 근원적 수수께끼 1. 진리는 존재한다 / 15 2. 생각하는 존재의 과제로서 철학적 사색 / 21 3. 이성적 존재의 물음은 모두 사실의 문제다 / 25 4. 철학적 사색과 근원적 직관 / 31 5. 궁극적인 진리의 언어로서의 직관 / 35 6. 종교, 예술, 문학이라는 형식들 / 39 II. 비극적 지식과 안식이라는 궁극적 목적 1. 비극과 구제의 관계 / 49 2. 근원적 직관 속에 철학이 숨어 있다 / 52 3. 늘 새롭게 획득해야 할 위대한 작품 속의 비극적 지식 / 55 4. 비극 작품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 / 59 5. 비극 작품의 역사적 개관과 고대의 비극 / 62 6. 근대의 비극과 세속의 등장 / 66 7. 근대의 비극 속 중세의 흔적 / 70 8. 비극적 지식과 비극 이전의 지식 / 73 III. 비극적 상황파악과 비극성 극복의 가능성 1. 서사시와 비극 속의 다양성 / 83 2. 비극성이 부족한 계몽주의 철학과 계시종교 / 91 3. 좌절과 몰락 그리고 초월을 거듭하는 비극적인 것에 대한 의식 / 95 4. 비극적 의식과 현실 인식 / 99 5. 견딤을 필요로 하는 비극과 구원의 해방 / 102 6. 문학과 철학의 두물머리 / 105 IV. 문학에서의 비극적 대상 1. 비극적 분위기와 비극적 기분 / 113 2. 현상의 원리로서 투쟁과 알력 / 118 3. 싸움의 결과로 나타나는 승리와 복종 / 125 4. 생각의 근원을 형성하는 죄와 죄의식 / 130 5. 좌절함으로써 드러나는 인간의 위대함 / 135 V. 진실과 정의라 불리는 옳음의 문제 1. 진실과 진실이 부딪칠 때 / 143 2. 진실성의 문제와 지식을 추구하는 오이디푸스 / 146 3.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무죄의식 / 151 4. 철학자가 바라보는 화해의 성립 조건 / 154 5. 햄릿과 증명할 길 없는 진실성의 문제 / 157 6. 왜곡된 세상에서 진실을 알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방법 / 164 7. 게으른 복수심으로 뻔뻔하게 살아 있는 존재의 양심 / 167 VI. 비극의 논리와 구원론 1. 비극적 지식은 자기 자신을 찾는 인식작용이다 / 175 2. 인간이기에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원일반의 개념 / 179 3. 보편적인 인간의 고난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 / 184 4. 포괄자와의 관계 형성으로서의 구원 / 188 5. 문학 속의 형이상학적 사고와 그 재료로서 비극성과 구원 / 194 VII. 공허한 탐미주의를 경계하는 구원의 형식들 1. 실존철학이 말하는 죽음에의 용기 / 205 2. 유한자의 몰락 앞에서 무한자의 현실성과 진실성을 본다 / 211 3. 아이스킬로스의 《에우메니데스》 - 구원의 다른 말로서 ‘좋은 생각’ / 219 4.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는 구원 / 224 5. 레싱의 《현자 나탄》 - 모두가 가족이다 / 227 6. 비극이 비극 역할을 해내지 못할 때 / 231 VIII. 경청함으로써 언어를 발견하기 1. 비극적 현실과 비극적 형이상학 / 237 2. 비극적 현실에 대한 신화적 해석 / 241 3. 비극적 현실 속에서 이뤄지는 운명과 인도는 섭리다 / 247 4. 개념을 통한 철학적 해석 / 252 5. 사물을 비극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얻게 되는 비극적 지식과 비극적 직관 / 256 6. 암호의 소리에서 언어를 발견해야 하는 철학의 과제 / 261 맺는말 비극은 실존의 문제다 / 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