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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기초 : 수와 인류의 3000년 과학철학사 (원제:Uncountable : A Philosophical History of Number and Humanity from Antiquity to the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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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과학사상/철학
저자 Nirenberg, David
출판사/발행일 아르테(arte) / 2023.07.28
페이지 수 626 page
ISBN 9788950933326
상품코드 356776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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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수를 둘러싼 심오하고 매혹적인 삶의 지식사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하늘을 관리하는 힘과 인간 내면의 삶을 움직이는 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우주에 대한 지식과 인간 정신에 대한 지식, 즉 물리학과 심리학, (비교 대상을 확장한다면)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 자연법칙과 인간의 자유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 15쪽 『지식의 기초』는 ‘차이’와 ‘동일성’을 사유하는 대단히 독특하고 특정한 관습들의 조합에 중심을 두고, ‘지식의 본성’을 탐구한다. 이 관습들은 계산, 수, 논리,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모든 지식과 관련되는데, 저자들은 이 관습(사고의 습관, 지식의 형태)이 공유된 ‘문화’와 ‘가정’의 생산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어떤 맥락에서 관습은 ‘공리’ 또는 ‘법’으로 기능하는데, 법칙을 규정하는 관습의 특성 때문에 인류는 우주의 또 다른 측면에도 같은 가정을 적용하려는 강한 욕망을 지니게 된다. 그 욕망을 통해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세상을 인식하는 규칙들”을 개발해 왔다. 동일성원리, 비모순율(모순율), 충족이유율이 대표적이다. 이 엄격한 원칙들이 세상에 대한 특정한 지식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데 감탄을 자아낼 만큼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충분히 증명됐다. 우리는 수학적 방법론을 세상의 점점 더 많은 측면으로 확장해 오면서, 좀 더 예측 가능하고 좀 더 통제 가능한 우주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이성의 공리(저자들은 ‘공리’라는 개념어 외에 ‘수/수학’ ‘법/법칙/규칙’ ‘논리/계산’ ‘확실성/인과성’ ‘동일성/단일성’ ‘아패틱’ ‘조약돌 양식’ 등의 다양한 개념으로 논의를 전개한다)는 개인과 공동체 특성의 상당한 부분을 구조화해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또한 형성했다. 이에 저자들은 다음의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이성의 공리들이 우리 ‘내면’과 ‘윤리’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적용 범위를 더 넓혀서 우리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오늘날 인간 활동의 거의 모든 측면에 수학적 방법론이 적용되면서, 수학은 그 어느 때보다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류는 “인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지식의 기초』는 위 질문을 추적하며, 지식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한계’의 문제를 고찰한다. 저자들은 2차 문헌에 만족하지 않고 원본 언어인 아랍어, 프랑스어, 독일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스페인어 문헌을 번역하고, 다양한 분야인 수학, 물리학, 철학, 종교학,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 문학 등 학문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수학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때 인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으며,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인지”를 고찰한다. ‘확실성(동일성)’과 ‘확실성에 대한 해방(차이)’ 두 축의 논쟁을 다루며 혁명의 철학사, 통섭의 지성사를 아우르다! “인류가 ‘지식을 창조하는 방법’과 ‘인간을 이해하는 재료’는 무엇인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유일한 방법은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고 할 때 우리 ‘선택’을 의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들이 규칙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던지는 질문, 질문을 만드는 관점과 분야, 연구 주제에 달려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누구이고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또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에 따라 그 선택이 정해진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 26~27쪽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니런버그는 역사학자, 종교학자이자 다학제간연구의 권위자로서, 리카도 L. 니런버그는 수학자이자 문학가로서, 두 부자 모두 다양하고도 상반된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또한 데이비드 니런버그는 아르헨티나 출신 부모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대화에 깊은 관심을 두었으며, 수학과 문학을 동시에 연구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 유클리드기하학을 공부하면서 동시에 고대 그리스어 원전의 오디세이아를 익혔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이 두 저자의 통섭적 지식의 상당한 수준에 있다. 초반부에서는 주로 역사와 수학, 철학 분야를 아울러 논하고(1장~3장), 중반부에서는 주로 종교학, 심리학, 물리학을 결합하며(4장~7장), 후반부에서는 주로 문학과 사회과학(경제학, 사회학 등)의 경계를 넘나든다(8장~10장). 다음의 예와 같이, 인류 지성사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사상가들의 개념을 비교 또는 대조하며 소개한다. 닐스 보어의 ‘이중슬릿 실험(지연선택)’과 동시에 카를 융의 ‘공시성(비인과적 연결 원칙)’을, 슈뢰딩거가 일생 전반에 걸쳐 역설한 ‘세계 및 인간 모델 사이의 상호의존성’과 인도의 ‘베단타 전통’을, 데이비드 봄이 파편화의 해독제로 제시한 ‘레오 양식’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학』에서 제시한 개념을, 헤르만 바일의 ‘존재론적 미결정성’과 위스턴 휴 오든의 시 「아킬레스의 방패」를, 보르헤스와 나보코프의 시간 개념과 물리학과 신경과학의 시간, 철학자(베르그손, 버클리, 흄, 쇼펜하우어 등)의 시간 개념을 결합하고, 불교 철학과 상반된 아인슈타인의 동일성에 대한 기본 가정을 대조한다. 이렇게 저자들은 다학제간연구의 권위자라는 강점을 통해 가능한 한 다양한 시기, 문화, 분야에서 나온 인간 활동을 다룬다. 이런 활동들은 『지식의 기초』가 서두에 핵심 과제로 제시한 ‘선택’의 문제와 관련된다. 즉, 인류는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해석하는 재료(도구)로서 “필연과 우연, 확신과 의심, 동일성과 차이, 영원과 필멸, 객관성과 주관성, 규범성과 상대성”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할지에 관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과학과 시스템의 가치, 생활 규칙과 사유법칙의 가치를 인정하는 한편, 이 규칙들이 인간이라는 바다의 깊은 의미를 아직은 파헤치지는 못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즉, ‘확실성’이라는 서양 논리학에서의 중요한 가치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확실성에 대한 해방’ 또한 추구하는 길을 모색한다. 저자들의 천진한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조약돌 놀이도 하고 수영도 배울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이렇게도 표현한다. “헤라클레이토스가 우리에게 심리학(psychology)을 선물했던 곳에 피타고라스학파는 선거학(psephology)을 제공했다.” 이는 심리-선거라는 대립의 특성을 언어유희로 표현한 것이다[선거(프세포스, psephos)는 그리스어로 ‘조약돌’이며, 조약돌은 라틴어로 ‘칼쿨루스(calculus, 계산하다의 어원)’를 의미한다]. 그러면 “어떠한 규칙도 확립하지 않고, 주어진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이에 저자들은 ‘혁명적’ 관점을 내세운다. “절대적 규칙은 없다는 규칙”만을 적용해 철학사를 되돌아보고, 인류가 나아갈 길을 찾아보자고. 지식 분열의 역사에서 양자택일과는 반대의 길을 가 보자는 것은, 이 책의 궁극적 목표이다. 우리는 “꿈, 시뿐만 아니라 과학에서도 배우기를 원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이 지식으로 간주되는지”, “지식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아가 “그 영향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인간성’을 탐구하는 핵심 질문 “우리는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다른 것은 같다. 모든 같은 것은 다르다.’ 너의 정신 안에서 이 두 가지 원리 사이를 오가라. 그러면 너는 우선 이 두 원리가 모순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 폴 발레리의 산문시에서 저자들은 『지식의 기초』를 통해 철학, 과학, 종교의 세 분야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태도라고 비판하며 ‘인식론적 겸손’과 통섭을 기반으로 사고할 것을 제안한다. 플라톤이 존재의 변화를 배척하는 ‘파르메니데스’적 존재 기준에 매달리면서도, 유동적인 세계에서 우리가 느끼는 ‘헤라클레이토스’적 경험을 허용했다는 점을 역설하며, “끝없이 변하는 우주를 느끼면서도,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기초를 찾는 작업”을 시도할 것을 권한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가 곧 철학, 과학, 종교적 탐구의 성배가 되었음을 역설한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와 철학 전반에 걸쳐 나타난 공통된 가르침은 두 종류 지식(‘차이’와 ‘동일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함을 암시했다. 저자들은 이런 양자택일 해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거듭 지적하며, “안전하게 생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생략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으로 논의를 이어간다. 이 질문은 과학자들이 직면하는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이며, 나아가 자기 자신을 포함한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이에 뉴턴은 다음과 같이 숙고했다. “세상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는지 잘 모른다. 스스로 보기에는 바닷가에서 놀면서 평범하지 않은 매끈한 조약돌이나 예쁜 조개껍데기를 발견하려고 이리저리 다니는 소년 같다. 내 앞에는 거대한 진리의 바다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로 있다.” 이는 우리가 특별히 ‘인간 연구’와 관련해서는 평범한 조약돌 양식(이성의 공리)을 선택할 때 생기는 손실을 의식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인식론적 겸손’을 내포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저자들은 더 현실적인 설명으로 ‘인간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 감정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비모순율을 따르지 않고, 우리 기분도 라이프니츠의 충족이유율보다는 어떤 스페인 시인이 찬양했던 설명 불가능함을 더 따르곤 한다. “그리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아무 이유도 없이 기쁨이 존재한다.” 과학과 철학의 기원 플라톤, 뉴턴, 칸트, 데카르트, 아인슈타인, 헤르만 바일, 슈뢰딩거, 니체, 존 듀이, 후설, 보르헤스 등 위대한 사상가들이 제기한 ‘문제의식’ 지식의 본질(‘차이’와 ‘동일성’의 대립)은 어느 시대에는 삶과 죽음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었고(제1차세계대전),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세계에서는 오랫동안 인간성 문제의 핵심에 자리한 문제였으며, 칸트가 평생을 천착해 온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도 했다. 이 여정을 따라 우리는 ‘3000년 과학철학사의 주요한 논쟁’, 그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던 탁월한 지식인들의 사유를 626쪽의 분량으로 대단히 압축적으로 만날 수 있다. 헤르만 바일, 폴 발레리, 아낙시만드로스, 알파라비, 소크라테스, 파르메니데스, 피타고라스, 시몬 베유, 데카르트, 후설, 하이데거, 칸트, 흄, 발자크, 괴테, 니체, 뉴턴, 루트비히 볼츠만, 슈뢰딩거, 도스토옙스키, 비트겐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무수한 사상가, 과학자, 작가 들을 만나며, ‘세상의 이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크나큰 영감과 위안을 선사한다. 나아가 수학, 물리학에서 시작한 문제의식이 정치, 철학, 심리학, 인간학에 대한 질문과 연결되며, 이는 곧 인류와 우주 속에서 ‘인류의 자리’에 대한 질문으로 발전해 나감을 배울 수 있다. 이는 책이 제시한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첫째, 지식에 대한 생각은 삶의 방향과 방식에 깊은 영향을 준다. 둘째, 삶을 바꾸고 싶다면 지식에 대한 생각을 더 잘 의식해야 한다.” 우리는 인과율을 발견했음에도 우주를 인과율 위에 세우려고 하지 않았던 아낙시만드로스의 지혜에 압도될 것이며, “모든 우연, 모든 사랑, 모든 논리, 당신과 나는 불합리라는 은총 덕분에 존재한다”라고 표현한 오든의 시구와 “시와 과학 사이에 다리를 놓아야 한다”라고 말한 존 듀이의 주장에 감탄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두 저자들의 방대하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탐구 결과물을 통해, 지식의 분열 속에서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법’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될 것이며, 우리 자신 안에 “동일성과 차이라는 동시적 신비”를 키울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해제 과학, 철학, 문학의 문헌들을 정량 과학에 대한 회의론의 입장에서 3000년의 장대한 기간을 아우르며 다양하게 살피는 이 책은, 세상의 이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흥미를 줄 내용으로 가득하다. - 김민형 | 에든버러대학교 수리과학 석좌교수,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
목차
해제 김민형 vii 추천사 이은수, 장태순, 조대호, 허준이 x 서론 조약돌 놀이 1 1장 세계대전 위기 33 2장 그리스인들: 이론의 원사시대(Protohistory) 73 3장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서양 사상의 미래 107 4장 일신교들의 수학 문제 139 5장 데카르트부터 칸트까지 : 엄청나게 간결한 철학사 187 6장 수가 필요로 하는 것 : 또는 2+2=4는 언제 성립하는가? 223 7장 물리학 (그리고 시) : 동일성을 향한 의지와 차이를 향한 의지 269 8장 욕망의 공리 : 경제학과 사회과학 309 9장 시간 죽이기 359 10장 윤리적 결론 403 감사의 글 437 주석 441 참고 문헌 545 찾아보기 589
본문중에서
이 책은 종말을 예고하는 계시록이 아니다. 21세기의 분열을 더 잘 이해하고 이 분열 속에서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시도다. 인류의 다양한 사상은 어떻게 서로 맹렬하게 싸웠을까? 그리고 왜 이런 갈등 속에서 수와 수식 관계의 진리 주장이 그렇게 강력하게 떠올랐을까? 이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역사학의 과제이며, 이 책 전반부(1~5장)에서 그 역사를 제시한다. 1~5장에서는 고대 그리스철학 및 유일신교의 부상부터 근대 물리학과 경제학의 출현까지 다루면서 어떻게 수천 년 동안 사고의 이상, 실천, 습관 들이 수를 지식과 확실성을 향한 인간적 요구의 초석으로 바꾸었는지 추적한다(고대의 역사, 철학, 종교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은 2~4장을 건너뛰어도 된다). 이런 분열 속에서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이 책 후반부의 목표다(6~10장). - 2쪽 영원히 변하고 구분할 수 없으며 셀 수 없는 ‘푸른 조약돌들’이 비이성, 혼돈, 광기를 불러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셀 수 있고 늘 그 자체로 한결같이 존재하는 안정된 조약돌들이 이성, 과학, 온전한 정신을 불러온다. 보르헤스의 결론은 우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을 위협하는 두 가지 관심 유형, 두 가지 삶의 형태, 두 종류의 지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함을 암시하는 듯하다. 앞으로 보겠지만 이런 양자택일은 인류 역사와 철학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공통된 가르침이다. 그러나 이 책의 목표는 이런 양자택일 해법이 잘못됐고, 동시에 위험하다는 것을 해명하는 데 있다. - 7쪽 근대 수학은 이성과 ‘존재’ 사이에 분열을 만든 후, 더는 인류에게 ‘생활세계’에 접근하는 법을 주지 못한 채 ‘과학 세계’에 접근하는 법만 제공했다. 이 ‘과학 세계’는 자신의 예측력 덕분에 인간에 대한 표면적 진리만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럽의 인간성’은 위기에 빠졌는데, 이 위기는 과학의 실용적 성공을 축소한 게 아니라 ‘진실의 전체 의미를 그 기초부터’ 흔들었다. 그 충격으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절대’ 이성에 대한 믿음, 역사의 의미에 대한 믿음, 인간성에 대한 믿음, 인간의 자유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 그렇다면 인간성 훼손을 어떻게 복구해야 할까? 후설은 신앙이 처음 만들어질 때 기초가 된 직관적 수학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60쪽 데카르트는 존재와 수를 갖는 것을 동일시했던 피타고라스주의자가 아니었다. (알가잘리도 그러했듯이) 데카르트에게 ‘필연적 존재’는 수가 아니라 신이었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사실 신에게 2+2=4는 필연적 사실이 아니다. 주석가들은, 데카르트가 앞 장에서 만났던 ‘기회원인론자’들처럼, 신이 원하기만 하면 2+2=5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를 놓고 논쟁한다. 분명히 데카르트의 신은 플라톤의 신과 달리 수의 필연성에 의존하지 않는다. - 194쪽 수는 관념이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 설명했듯이, 관념이야말로 공리적으로 아패틱한 것을 만들 수 있다. 공리화의 힘은 거대하고, 공리를 부정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정말로 엄청나게 큰 것을 잃게 된다. 2+2=4를 절대적 진리로 여기는 것도 오류지만, 이 진리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같은 크기의 오류다. 이 책에서 만난 인물 대부분은 첫 번째 오류에 지나치게 집착했지만, 발자크처럼 두 번째 오류로 기우는 사람도 많다. - 254쪽 물리학은 수학을 응용함으로써 인간 지식의 힘을 보여 주는 엄청난 업적을 낳았고, 미시 영역부터 거대한 규모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보는 깊은 통찰을 제공했다. 그러나 수학이 인간의 우주 탐구에서 동일성과 차이 사이의 선택을 없애 버리지는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물리학과 그 밖의 다른 과학을 수학과 동일시하려는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과학들처럼) 물리학은 시나 신화와 같은 지식의 다른 영역과 친족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즉 물리학은 우리 자신, 타인, 다른 생명 형태,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를 탐구할때 더욱 패틱한 경로를 취하는 지식 영역과 여전히 연결돼 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이 장에서 강조하고 싶은 요점이다. 당신은 이 장에서 우리가 가끔 시를 이용해서 과학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게 될 텐데, 이는 다음의 요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다. 가장 수학적인 물리학조차도 시와 같은, 지식을 향한 더욱 패틱한 방법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그 관계를 통해 동일성과 차이를 성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 264쪽 ‘나=나’는 성립되는가? 나의 정신과 타인의 정신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정신과 물질, 인간 주체와 세계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양자역학의 몇몇 선구자들은 물리학을 생각하는 방식과 정신을 생각하는 방식의 상호작용을 유난히 의식했다. - 286~287쪽 시와 과학이 서로를 성찰한다면, 둘 사이에 있는 도랑, 인간의 패틱한 측면과 아패틱한 측면 때문에 생긴 도랑의 반대편을 서로 더 자주 넘나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1891년과 1929년에 나온 존 듀이의 감동적인 선언에 동의한다. “오늘날 과학과 예술의 이런 분리, 삶을 산문과 시로 나누는 것은 영혼의 부자연스러운 분리다. (…) 지난 몇 세기 동안 삶과 경험 영역에서 일어난 운동이 너무 빨랐고, 그 영역과 방법이 너무 넓어서 반성적 사고의 느린 걸음을 앞질러 가는 바람에 이런 분리가 생겼다.” - 295쪽 실험실에서조차 욕망은 맥락에서 독립적이지 않고, 선호는 반드시 이행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주체는 자신의 행동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혼자 사적으로 금전적 이익을 선택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다른 행동을 더 선호할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이 위에서 러스킨이 인간 안에서 ‘불안한 요소들은 수학적이 아닌 화학적으로 작동한다’고 선언한 의미일 것이다. - 342쪽 사소한 일을 추구하는 바람에 사랑하는 사람을 소홀히 대하는 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하나? 인정하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많은 사람들의 불행은 명백히 자초한 것이다. 우리가 욕망을 잘 알고 그 욕망들이 모순 없이 합리적이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합리론을 따르는 이론가들에게 이 질문은 시급한 문제다. 이 질문이 그들의 근본 가정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343쪽 우리는 인류를 고통스럽게 분열시키는 지식을 마지막까지 남겨 뒀다. 이 지식은 이 책에서 다룬 모든 세기 동안 (아마도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우리를 존재와 생성, 동일성과 차이, 영원과 죽음으로 갈라놓았다. 그 지식은 시간에 대한 지식이다. 이 지식은 너무 강력하고 고통스러워서, 몇몇 영향력 있는 고대인들은 이 지식을 지혜의 나무 열매를 따 먹어서 받은 원초적 처벌로 소개했다. “너는 흙이므로, 흙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순수로부터의 타락은 열역학제2법칙이 우주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의미다. 시간과 엔트로피는 한 방향으로 흐른다. 우리는 죽을 운명이다. 인간의 죽음보다 확실한 미래 지식은 없는 것 같다. - 359쪽 두 사상가는 자신들이 이런 양극점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베르그손은 (종종) 받았던 과학자의 적이라는 비난에 줄곧 강력하게 반발했다.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도 자신이 반철학적이라는 주장을 (정당하게) 거부했다. 우리는 양극점 중 어느 쪽을 지지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수전 손태그(Susan Sontag)에 동의한다. “생각과 감정을 구분하는 사유 방식은 선동의 일종일 뿐이다. 이 선동은 사람들이 의심하거나 자만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의심하게 해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파괴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383쪽 우리 자신 안에 동일성과 차이라는 동시적 신비를 키우려고 노력하기, 그것이 우리가 제시하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앞선 장들에서 다음의 내용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다. 종사하는 지적 분야에 상관없이, 즉 수학자, 시인, 신비가 혹은 철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 경제학자, 심리학자 혹은 역사가가 모두 이 동시적 신비를 배양하면, 자기 분야에 기초한 새로운 질문들이 떠오를 것이다. 여기 결론에서 우리는 학자, 전문가, 지식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정신, 주체, 인간으로서 누구나 이 동시적 신비를 키워 가기를 원할 수 있다고 제안할 것이다. - 406쪽 감동적인 연주는 연주자들 사이에, 연주자들과 청중 사이에 일어나는 침투다.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만들 때는 입자처럼, 그리고 동시에 파동이나 장(fields)처럼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평범한 조약돌뿐만 아니라 파란 조약돌이 될 필요도 있다. - 410쪽 주체가 동일성과 차이를 동시에 경험하는 능력을 키우고 동일성과 차이 사이의 변환에 열린 존재가 되는 일이 어려운 훈련이라는 주장은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모든 인간 존재가 이미 주체이지 않은가?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가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겠는가?” 키르케고르가 던진 질문이다. 그는 이어서 대답도 제시한다. “바로 그렇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되는 일은 대단히 어렵고, 정말로 모든 일 가운데 가장 어렵다. 그 이유는 모든 인간 존재는 다른 무언가가 되고 싶고 그 이상이 되고 싶은 강한 본능적 욕구와 충동이 있기 때문이다.” - 411~412쪽 당신의 대답이 무엇이든, 당신이 동일성과 차이의 끝없는 신비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수록 당신의 개별적 추구 능력도 더 커질 것이다. 여기서 능력은 당연히 확신과 의심을 키우는 능력, 새로운 기초와 그 기초 아래에 입을 벌리고 있는 심연을 발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어떤 시인이 잘 묘사했듯이, 당신의 인성이 심각한 위험에 빠지는 순간을 피하려면 두 가지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자기만족에 빠진 눈은 속임을 당할 것이다, 문제가 풀렸다고 생각하면서, 마침내 저 앞을 볼 수 있고 세계를 이해했다고 추측할 것이다. 바로 이때가 당신이 정말로 조심해야 할 때다. - 435쪽

저자
Nirenberg, David
출간작으로 『Anti-Judaism』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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