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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 화학물질 세상에 대한 과학적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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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교양으로 읽는 화학
저자 김병민
출판사/발행일 현암사 / 2022.05.30
페이지 수 568 page
ISBN 9788932320960
상품코드 35476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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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살충제 계란 사건 우리 현대사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난 30년 동안 한꺼번에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건들이 있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은 사망자만 수백 명에 달하는 참사였다. 그런데 지금 언급한 사고들의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는 사건이 있다. 1995년부터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었으나 2011년에야 피해를 인식하기 시작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2020년 7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규모를 정밀하게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해당 제품 사용자는 627만 명(오차 범위를 고려할 때 최소 574만 명)에 이른다. 이 중 피해를 입은 사람은 약 67만 명(오차 범위를 고려할 때 최소 61만 명)이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새로운 증상이나 질병이 발생한 사람을 약 52만 명으로 보고 있다. 52만 명 중에는 기존에 앓던 질병이 악화된 경우가 약 15만 명, 병원 진료를 받은 뒤 사망한 경우가 약 1만 4,000명인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런 놀라운 수치에도 불구하고 피해 신고자는 6,817명에 그쳤고, 이는 특조위가 추정한 피해 인원의 1퍼센트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수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피해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원인도 모른 채 질병에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을 기준으로 판정된 공식적 피해자만 4,114명, 사망자는 995명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잘 알려진 사건이지만 그 피해 정도와 원인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기억에서마저 흐릿해지고 있다. 당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동일 제품을 사용했던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와 혐오증(일명 케모포비아)을 불러왔다. 연이어 케모포비아를 가져온 사건은 또 있다. 바로 2017년의 살충제 계란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파격적인 유통 통제를 실시했고, 덕분에 마트에서 계란이 일제히 사라져 한동안 식탁에서 계란을 구경하기 어려웠다. 이 두 사건의 중심에는 화학물질이 있다.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MG)과 피프로닐(Fipronil)이라는 살균제와 살충제 물질이다. 살균제는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물질이고 살충제는 해충을 죽여 없애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대상과 목적이 분명하지만 정해진 용도와 용법에서 벗어난 물질은 다른 얼굴이 된다. PHMG를 비롯해 가습기에 포함된 또 다른 화학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은 주로 세제나 미용 제품과 같은 공산품에 발생하는 세균을 제거하거나 증식하지 못하게 정해진 미량을 사용한 후 충분히 제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물질이 정해진 용도와 용법에서 벗어나 엉뚱하게도 가습기라는 제품에 사용된 것이다. 가습기는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실내 공간에 수증기라는 물 분자 덩어리를 뿌리는 제품이다. 살균제 물질은 물 분자와 공기를 매개로 호흡기를 거쳐 인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결국 흡입 독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살균제의 흡입 독성에 대해 충분한 고민 없이 기업은 제품을 제조하고 정부는 허가했으며 소비자는 성분을 알지 못한 채 믿고 사용한 것이 참사를 불러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학습 효과로 살충제 계란 사건에 모두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정부와 양계업계는 물론 소비자까지 그야말로 혼란에 빠져들었다. 계란에 잔류하는 피프로닐의 허용 기준은 0.02ppm이다. 그런데 문제가 된 농장에서 0.0363ppm이 검출됐다. 그러면 계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된 사실과 그 함유량, 어떤 것이 문제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살충제는 그 자체로 유해하지만 하루에 한두 개 정도의 계란을 섭취해도 인체에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피프로닐이 이미 다른 식품에도 존재하고 허용되었던 물질이라는 것이다. 사용하면 안 될 물질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 아니다. 심지어 다른 식품의 피프로닐 함량 허용 기준 수치는 아이러니하게도 논란이 됐던 계란보다 높은 경우도 많다. 피프로닐은 인류가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그러나 소비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물질이었을 뿐이다. 다만, 계란에 존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물질이 발견된 것뿐이다. 역학조사 결과, 양계 농장에서 청결한 사육 환경을 위해 살포한 살충제가 닭의 몸을 타고 계란으로 옮겨진 것이다. 하지만 검출량만으로 본다면 그렇게 소란스럽고 공포스러울 필요는 없었다. 물론 정부는 위해도(危害度) 수준을 떠나 유통된 계란의 적정한 처분과 양계 농장에 대한 후속 조처를 재빨리 실행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은 계란을 섭취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알기도 어려운 수치와 단위를 나열하며 전 국민을 화학 공포로 몰고 갔다. 두려움은 온전히 소비자 몫이었다. 앞서 언급한 두 사례는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하나는 모르고 당한 거라면 다른 하나는 알면서도 당한 것과 같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질문이 필요한 시대 우리 삶의 주변을 채우고 있는 각종 제품에 붙어 있는 성분표에는 알 수 없는 화학물질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분명 미지의 물질은 아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물질이다. 화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라고 모든 물질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략적 기능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이러한 화학물질의 정체와 기능을 알 수 없다. 불안은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어쩌면 불안감이 드는 건 당연한 것이고,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사고는 그 불안을 공포와 혐오로 바꾼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소비자는 무력해진다. PHMG와 피프로닐이라는 용어들 앞에서 무력감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화학물질의 화학적 조성과 성질이 무엇인지, 허용량 수치에 대해 일일이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이런저런 수치를 듣는다 해도 가늠이 안 된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오로지 ‘과연 그 물질이 안전한가’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부분은 어느 누구도 이 간단한 질문을 스스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질문을 상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성장과 효율이라는 단어 앞에서 질문이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 이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 ‘이렇게 뿌려도 안전한 걸까?’ 당연히 이런 질문을 꺼내야 한다. 우리의 기억에서 흐릿해져 가는 사건 조각을 다시 꺼내 조립하고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과 맞춰봐야 하는 퍼즐인 것이다. 이것이 과거의 경험에서 얻는 교훈이다.
목차
머리말 1장 물질을 알아가다 1. 알고 있었으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물질들 2. 윤리를 망각한 현대판 연금술사 3.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논한다는 것 4. 원자와 원소 5. 화학은 전자의 이야기 6. 고작 100개 남짓인 재료로 만드는 세상 7. 아연과 수은의 동거 2장 물질을 이해하다 1. 물질은 왜 만들어질까 2. 물질은 모양만 변할 뿐 재료는 사라지지 않는다 3.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준 물질 4. 배열과 결합의 분자 건축 5. 인간의 욕망을 닮은 화학 6. 지구의 시간을 꺼내다 7. 새로운 물질의 등장 8. 물질의 본성 3장 새로운 물질을 만들다 1. 탄소 하나로 시작하다 - 메탄, 클로로포름, 메탄올 2. 불개미 끓이기를 멈추다 - 포름알데히드와 포름산 3. 탄소 두 개가 만나다 - 에탄, 에틸렌, 아세틸렌 4. 신의 물방울, 에탄올 5. 독과 식초 - 아세트알데히드와 아세트산 6. 탄소 세 개가 만났을 때 - 이소프로필 알코올과 아세톤, 그리고 수족관 7. 자동차 부동액을 먹고 바른다고? - 프로필렌 글라이콜 8. 네 개 이상의 탄화수소 - 석유화학 산업의 발전 9. 연료를 얻기 위한 화학적 여정 10. 구조가 기능을 만드는 분자 건축 4장 사라지지 않는 물질들 1. 당구공에서 시작된 플라스틱의 역사 2. 달고나를 닮은 폴리머 3. 착한 플라스틱과 나쁜 플라스틱? - 폴리에틸렌 4. 단단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한 플라스틱 - 폴리염화비닐 5. 금속보다 매력적인 플라스틱 - 폴리아세틸렌 6. 유리처럼 투명한 플라스틱 -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7. 뜨거워도 괜찮아 - 다양한 용도의 플라스틱 8. 팬데믹 최전선의 플라스틱 - 폴리프로필렌의 명암 9. 조심스러운 고분자 - 폴리스타이렌 10. 플라스틱과 환경호르몬 - 폴리카보네이트 11. 침묵의 역습 5장 먹는 것도 물질이다 1. 식품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고찰 2. 세상을 움직이는 발효의 화학 3. 천연 물질과 인공 화합물의 이유 없는 대결 4. 필요 이상의 공포, 필요 이상의 안심 5. 단백질 접힘과 풀림 6. 건전한 정신에 건강한 몸이 깃든다 7. 약과 독은 형제 사이 8. 기적의 신약은 없다 6장 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1. 화학은 친화력이다 2. 무기화학공업의 발전 3.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다 4. 화학은 반응의 학문 5. 화학, 생물학을 설명하다 6. 자연을 흉내 내다 7. 염료로 시작해 약을 합성하다 8. 인류가 집착한 또 다른 물질, 고무 9. ‘지속 가능함’으로 위장한 인류의 두 얼굴 7장 새로운 물질, 새로운 문명 1. 태양으로 그리는 그림 2. 그래핀 시장의 주도권 3. 타노스를 닮은 중국과 디스플레이 기술의 왕좌 4. 화석에너지의 연장선에 있는 수소 5. 자연에서 답을 얻다 글을 마치며 참고 문헌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과학에서 가설이 이론이 되기 위한 가장 큰 조건이 있다. 모든 실험과 증명의 과정에서 오류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에 비로소 이론이 되고 법칙이 된다. 이론으로 성립됐다 해도 이후 오류가 하나라도 나타나면 이론은 실패로 끝난다. 화학물질과 같은 과학적 산물을 다룰 때는 과학자든 관리자든 모두 과학적 태도를 갖춰야 한다. 특히 화학물질을 포함한 화학은 무해한 분야가 아니다. 그 때문에 물질을 다뤄야 하는 상황에서는 윤리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소비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 32쪽 우리 인체는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이지만 간혹 예상과 다른 엉뚱한 작동을 하기도 한다. 방부제인 파라벤이나 화학물질 비스페놀A를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몸에서 받아들여 이상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분자로 구성된 화학물질이 아닌 단순한 원소 하나도 우리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다. 그 원소가 우리 몸을 구성하지 않는 원소인 경우에는 분명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 68쪽 화학은 전자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소들이 전자를 빼앗고 빼앗기거나, 버리거나 얻어 오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화학의 전부라고 해도 좋다. 우리는 이것을 ‘반응’이라고 하고 그 결과를 ‘변화’라고 한다. 이런 반응으로 반응물이 변화해 새로운 생성물이 만들어지며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유해한 화학물질도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 들어와서 물질 스스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전자를 매개로 우리 몸과 반응하는 것이다. 만약 화학물질 자체가 너무나 안정하다면 몸에 들어와도 반응하지 않는다. - 89쪽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은 지구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화학적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귀한 자원이다. 다시는 석탄을 만들 수 없을지 모른다. 석탄은 식물의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이 없었던 시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석유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석탄과 석유는 과거에 태양이 지구에 쏟아부었던 에너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광합성의 산물인 셈이다. 인류가 이 물질을 지각에서 꺼내 에너지로 쓰게 되면서 일어난 사건이 바로 산업혁명이다. 과거의 시간을 꺼낸, 그러니까 인류가 대지의 비밀을 알아낸 사건이다. 인류는 이때부터 어머니의 젖을 빨 듯 대지의 검은 양분을 먹이로 편의를 누리며 성장했다. 성장에 도취돼 지각에 묻힌 탄소를 대기로 끊임없이 올려 보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별 고민 없이 그리했다. 기후 위기를 일으킬 정도의 재앙을 가두었던 자물쇠를 푼 열쇠가 바로 화석연료와 열기관이다. - 148쪽 크릴은 바다 생물인 고래의 먹이라는 것이다. 고래는 두 차례에 걸친 잔인한 시대를 지나고 있는 생명체다. 19세기 화석연료의 등장 이전에는 연료의 공급을 책임졌고 제2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급격하게 증가한 플라스틱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 꼭 그들의 먹이마저 빼앗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해안가로 떠밀려 와 죽어가는 고래의 뱃속에는 크릴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다. 그 대부분은 인류가 만든 고분자 물질이다. - 251쪽 오늘날의 우리 삶을 잠시 살펴보자. 출근 전에 커피 전문점에 들러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구매한다. 계산을 위해 꺼내는 신용카드는 폴리염화비닐, 일명 PVC로 알려진 물질이다. 커피가 담긴 투명하고 단단한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라는 물질인데, 우리에게는 이름의 약자인 페트(PET)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물질이다. 빨대는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으로 만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휴대전화에도 여러 고분자 물질이 들어가 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한 패스트푸드 매장은 그야말로 고분자 물질 범벅이다. 일회용 스푼은 폴리프로필렌이고 용기는 폴리스타이렌(Polystyrene)이며 음식을 포장한 종이나 음료를 담은 종이컵 안쪽에는 수분을 막아주는 폴리에틸렌(Polyethylene)이나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가 코팅돼 있다. 집을 나서기 전 몸을 씻기 위해 사용했던 각종 세제에도 화학물질이 있었고 화장품에도 미세한 플라스틱이 존재한다. 그리고 멋지게 입었던 의복과 신발에는 폴리에스테르와 폴리우레탄(Polyurethane)이 있다. 이렇게 물질 이름이 다르면 화학적 구조와 성분, 기능이 다르다. 하지만 모두 올레핀에서 출발한 물질이다. - 269쪽 우리 세포는 다룬 적이 없는 이상한 모양은 잘 받아들이지도 않고 어떻게든 밖으로 배출하려고 한다. 이런 물질이 배출되지 않고 남으면 독이 된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사용하던 물질과 비슷한 구조면 비록 엉뚱한 물질일지라도 몸은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렇게 원래 사용했던 물질의 경로로 낯선 물질을 배달하고 도착지인 각종 기관에 이르러서는 정작 물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의 기관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호르몬을 닮은 이런 외부 물질을 내분비 교란 물질이라고 한다. - 320쪽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수명은 어떤가. 일상에서 물질이 제대로 사용되는 라이프타임(Lifetime)을 보면 충격적이다. 수명은 고작 평균 20분이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1분이면 족하다. 그런데 이 물질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데 수백 년이 걸리고 심지어 강한 재질은 500년 이상이 소요된다. 사용은 현재 인류가 하고 있고 물질은 미래까지 존재한다. 그 미래에 현재 인류는 없다. 그래서 플라스틱 물질은 환경 정의의 문제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세대가 이익을 누리고 정작 피해와 책임은 후손이 짊어지게 하는 정의롭지 못한 매개 물질이기 때문이다. - 332쪽 화학자는 자신이 만든 물질이 다른 물질과 어떤 행동을 할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세상을 상대로 목표 물질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질이 합성되면 기준에 부합한 충분한 시험을 하게 된다. 우리 주변의 의약품이나 염료, 세제 등 모든 화합물이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렇다 해도 인간이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라 통제의 범위를 벗어나는 물질이 나타나곤 한다. - 458쪽 우리는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이 모두 화학물질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물질의 본질과 탄생 이유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알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공포는 혐오를 만들고 오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와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간단히 실행할 수 있는 해결책과 무엇이 나쁜 것인지를 알고 싶어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피하는 것은 모든 것을 자식 세대에 미루는 행동이다. 지금 우리 자신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우리가 물질의 정체에 관하여, 그리고 물질이 왜 탄생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물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 508쪽

저자
김병민
화가와 작가가 꿈이었으나 엉뚱하게도 화학공학자이다. 탄소 나노튜브 연구를 시작으로 물질의 본질에 관해 깊은 관심을 두게 되었고, 지금은 물질 분자의 진동에너지 분석으로 국내외 기업, 대학 및 연구소의 과학기술인을 돕고 있다. 한림대학교와 인천대학교에서 겸임 및 전문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어릴 적 꿈을 놓지 못하고 매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한 문장과 한 획의 선으로 살아가는 꿈을 지금도 꾸고 있으며, 각종 저서와 강연, 신문 칼럼, 일러스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이언스 빌리지』(2017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슬기로운 화학 생활』(2019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숨은 과학』(2020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이 있다.
   사이언스 빌리지 | 김병민 | 동아시아
   사이언스 빌리지: 슬기로운 화학생활 | 김병민 | 동아시아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 김병민 | 동아시아
   숨은 과학 | 김병민 | 사월의책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지구 파괴의 역사 | 김병민 |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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