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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식탁 : 자연이 허락한 사계절의 기쁨을 채집하는 삶 (원제:The Wilderness C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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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생태학/환경학
저자 ( 역자 : 신소희 )
출판사/발행일 부키 / 2023.10.25
페이지 수 428 page
ISBN 9788960519930
상품코드 35681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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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
“오늘부터 나는 마트 대신 숲에 가기로 했다” 기후 위기와 자연 파괴를 염려하면서도 기꺼이 무한 욕망의 소비 지옥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며,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낀 모 와일드는 실험을 하나 해 보기로 했다. 일 년 동안 식료품을 사는 데 일절 돈을 쓰지 않고, 농사도 짓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사는 스코틀랜드 중부 자연에서 나는 것만을 채취해서 살아가겠다는 것. 물론 약초와 채취 전문가인 그에겐 나름대로 유리한 점이 있다. 그렇다 해도 고대인처럼 야생식만 먹고사는 게 요즘 시대에 가능한 일일까? 그는 과연 굶주리지 않고, 온갖 음식과 소비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무사히 실험을 끝마칠 수 있을까? 지금 이곳의 자연에서 채집한 것들로만 스스로를 먹여 살린 사계절 식탁 일기 채취와 야생식을 한다고 하면 구석기식 식단인 팔레오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자연의 질서를 따르자면 어느 한 가지 식단만 고수할 수가 없다. 팔레오는 육류와 생선이 풍부한 여름철에, 비건은 신선한 푸성귀가 넘쳐 나는 봄에만 적합하고, 감자와 빵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은 겨울철 농경 사회에서나 가능하다. 결국 매 끼니를 자연에서 구하려면, 조상들의 지혜를 참고하되 직접 밖에 나가서 뭘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겨울, 잠들었던 야생의 자아를 깨우다 모 와일드는 이제껏 거의 채식주의자로 살아왔지만 앞으로 일 년간은 무엇이든 먹을 각오를 해야 했다. 우리가 야채 하면 흔히 떠올리는 당근, 애호박, 브로콜리, 피망 같은 것들은 스코틀랜드 야생에서 자라지 않는다.이웃이 잡아다 준 사슴고기가 아니었다면 기나긴 겨울을 어떻게 버텼을까. 낮이 짧은 계절에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아직 얼지 않은 분홍쇠비름 잎을 따고 통통한 덩이뿌리 맛이 좋은 땅감자를 캘 수 있다. 직접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한 끼도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 고단한 생활이지만, “먹을거리를 채취하러 밖에 나가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마실 때마다 기운이 솟구치고 나 자신을 되찾는 느낌이다.” 그는 자동차 열쇠를 어디다 뒀는지는 늘 까먹어도 한번 먹을거리를 찾아낸 곳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 몇 년 전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멋진 그물버섯을 발견한 적이 있는데, 그로부터 8년이나 지난 후에 표지판도 나침반도 없이 곧바로 그 장소로 돌아가 버섯을 찾아냈을 정도다. 어쩌면 그 옛날 채취인 조상들이 남긴 유전자, 야생의 본능이 숲속 깊은 곳에서만 깨어나는지도 모른다. 이른 봄의 위기, 보릿고개 절기상으론 봄이지만 저자가 사는 언덕 위 목조주택은 여전히 폭설로 고립되어 있다. 식량 채취가 불가능하고 비축해 둔 견과류와 곡물도 빠르게 바닥나는 상황에서, 이맘때면 찾아오는 우울증까지 겹치자 모 와일드는 식욕도 잃고 기력도 잃는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케냐에서는 건기가 끝나면 다들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하늘은 매일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고 무자비한 햇볕에 땅이 좍좍 갈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서 천둥이 울리더니 번개가 번득였다. 첫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갑자기 눈에 보이지도 않던 수백 가지 초목이 싹을 틔웠다. 비가 올 것을 식물이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이곳의 눈 속에서도 생명의 움직임을 목격할 수 있다. 그늘진 구석에 초록빛이 어른거리고, 돌돌 말린 새싹들이 햇살 속에 펼쳐질 날을 기다리며 야금야금 자라고 있다. 마침내 얼었던 땅이 녹자 그는 갓 딴 신선한 버섯을 요리해 먹으며 활력을 되찾는다. 춘분 아침 산책길에 자작나무 잔가지를 꺾었더니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수액 채취가 가능하도록 나무에 물이 올랐다는 뜻이다. 이보다 더 멋진 봄의 약속이 있을까. 푸성귀에 배부르고 꽃향기에 취하는 봄 집 근처 산비탈에 앵초 꽃이 만발한 걸 보니 완연한 봄이다. 본격적으로 먹을거리를 찾아 숲으로 바다로 나설 때다. 너도밤나무 잎의 새콤한 맛과 산사나무 잎의 고소한 맛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시기에 돋아난 어린 나뭇잎은 정말 맛있어서 기린처럼 나무에서 바로 뜯어 먹을 수도 있고, 샐러드를 만들거나 발효시키거나 술로 담가도 좋다. 골치 아픈 잡초 취급을 받는 서양민들레도 채취인에게는 반가운 식재료다. 자작나무 수액 시럽을 뿌려 노릇노릇하게 구운 민들레 뿌리를 씹으며, 모 와일드는 이 식물이 어디서 왔는지를 떠올린다. 길가에서, 심지어 고속도로 중앙 분리대에서도 자라나는 민들레는 억센 뿌리를 깊이 뻗어 콘크리트를 부수고 흙에 영양을 공급한다. 민들레뿐 아니라 소리쟁이, 우엉, 엉겅퀴처럼 버려진 땅에 자라나는 식물 상당수는 인간의 간을 해독해 주는 약초일 뿐만 아니라, 지구를 해독하는 터프한 일꾼들이다. 빌베리가 익기를 기다리는 여름 육지 식물의 잎이 질겨지고 해초도 맛을 잃는 여름에는 의외로 먹을거리 구하기가 힘들다. 저자는 현대인의 식단에는 넘쳐 나지만 야생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당분과 지방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급기야 정신 줄을 놓고 피시 앤 칩스 가게로 달려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다행히 가게가 문을 닫아 위기를 면했다. 베리류 등 햇과일이 나오기 전까지는 충분한 칼로리를 얻으려면 낚시와 유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친구네 농장에 염소젖을 구하러 간다. 옛날에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가축을 이끌고 여름 목초지와 겨울 은신처를 오가는 이동 방목을 했다고 한다. 치즈 만들기를 좋아하는 모 와일드는 방목장의 나무 오두막에 살며 우유를 짜고 치즈를 만드는 삶을 상상해 본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채취와 비슷한 매력이 있다. 우엉 뿌리를 캐서 껍질을 벗기고, 구멍 난 양말을 한 땀 한 땀 꿰매는 일은 일종의 명상과도 같다. 이렇게 시간과 수고를 들이다 보면 현재 내가 가진 것에 더욱 감사하게 되고, 그런 감사의 마음은 가장 소박한 삶에도 풍요로움을 불어넣는다. 가을, 자연의 넉넉함과 회복력에 감사하며 먹을거리가 흐드러지는 가을은 가장 바쁜 계절이다. 헤이즐넛도 따야 하고 어수리 씨앗도 모아야 하니까. 모든 씨앗은 살아남기 위해 약간의 독성을 지닐 수 있지만, 이는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만 먹으라는 자연의 교훈이다. 농약을 치지 않은 초원에서 무더기로 자란 버섯을 따다가 버섯의 멸종을 걱정하던 모 와일드는 땅에 화학 제초제와 살충제를 들이붓는 것이 인간에게도 생각보다 빠른 죽음을 가져올 것임을 경고한다. 토양과 바다가 죽으면 우리에겐 무엇이 남을까? 지구가 훼손되긴 했어도 아직 전부 다 잃은 것은 아니다. 인간에 의해 훼손된 땅에는 언제는 그곳을 복원하러 오는 개척종 식물들이 있다. 자연의 재활용 담당인 버섯은 석유 찌꺼기마저 분해할 수 있는 경이로운 존재들이다. 야생식을 하며 자연의 치유력을 몸소 경험한 덕분에 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었다. “나는 궁핍과 고난을 각오하며 이 한 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발견한 것은 오히려 풍요로움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승점이 가까워질수록 모 와일드는 아이러니한 기분을 느낀다. 이렇게 고단하고 제약이 많은 생활에도 불구하고 실험을 끝내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발걸음이 닿는 어디에서나 제철 식재료를 발견하는 재미, 다른 생각은 전부 잊고 눈앞의 자연에 몰두할 때의 순수한 즐거움은 슈퍼마켓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든 음식을 사는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으리라. 하루 종일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기쁨, 식물과 마주 보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기쁨은 또 어떤가. 야생식을 하며 얻은 것들 중에는 이웃과 친구들의 관대함이라는 선물도 빼놓을 수 없다. 고대인들이 그러했듯, 야생에서 식량을 구하는 일은 타인을 필요로 한다. 사슴이며 오리며 야생동물 고기를 나눠 준 이웃들, 첫 만남에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 낯선 이, 행여나 굶을까 온갖 식재료를 소포로 부쳐 주고 자기만 아는 생물 서식지를 공유해 준 채취인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 무모한 실험이 성공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당연하게도, 자연에서 얻은 풍요로움에는 그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서 받은 다정함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었다. 식료품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덕다리버섯, 쐐기풀 잎, 별꽃은 여전히 공짜다. 더 많이 갖겠다고, 혼자만 누리겠다고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자연의 넉넉함은 누구에게나 무료다.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이 연기한 순자의 대사처럼. “미나리는 이렇게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 먹고 건강해질 수 있어.” 인간과 자연의 몸과 마음이 한데 건강해지는 길 야생식의 해를 마무리하며, 모 와일드는 자연이 내준 것을 먹고 살아간 날마다 한 그루씩 총 365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진정한 채취인은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다’는 것이 자연의 기본 법칙임을 이해한다. 그래서 자연이 공짜로 내주는 것을 받을 때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고,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돌려준다. 인간이 모든 생명체와 맺었던 이러한 호혜 관계의 상실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처한 위기의 핵심이다. 저자는 자연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만이 인간과 지구의 단절을 치유할 방법이라고 직감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에 도전했다. 결론적으로 야생식으로 생존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매우 건강한 삶의 방식임을 밝혀냈다. 그는 몸무게가 30킬로그램이 줄어 25년 전 옷 사이즈를 입게 되었고, 당뇨병이 있던 친구는 실험에 동참한 지 3개월 만에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두 사람 모두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달라진 것은 몸의 건강만이 아니다. 자연과 연결되는 기쁨은 지친 영혼을 위한 양식이다. 모 와일드는 “날씨가 좋든 나쁘든 무조건 산과 들을 돌아다녀야 하는 지금 기분이 매우 좋고 유례없이 건강하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이 행복을 느끼기 위해 꼭 시골에 살거나, 엄격한 야생식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연이 건네는 말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처럼, “인간과 자연의 몸과 마음이 한데 건강해지는 길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늘 곁에 두고 실천해 보길 권한다.”
목차
프롤로그 1부 겨울 1장 시작에 앞선 몇 가지 2장 첫날 3장 채취 구역 4장 뿌리를 캐다 5장 망가진 땅 6장 계절의 변화 7장 사냥과 육식 8장 든든한 우정 2부 야라흐 9장 이른 봄이 오다 10장 보릿고개 11장 해초를 따며 12장 수액이 오르다 13장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 3부 봄 14장 4월의 눈 15장 노란 향기 16장 숲의 경이 17장 생선 만찬 4부 여름 18장 방목에서 치즈까지 19장 갯벌의 보물들 20장 하지의 햇살 아래 21장 꽃과 열매 22장 낙원에서 보낸 여름 23장 풀과 곡식 24장 풍요와 슬픔 사이 5부 가을 25장 씨앗과 꿀 26장 버섯에 거는 기대 27장 추분 28장 야생의 치유 6부 마지막 나날 29장 미래를 향한 희망 30장 멋진 신세계 31장 감사의 시간 감사의 말 주
본문중에서
1장 시작에 앞선 몇 가지 어쩌다 한번씩 현대식 슈퍼마켓에 가면 언뜻 보기엔 선택의 폭이 무한한 것 같다. 화사한 빛깔로 포장된 식품들이 끝도 없이 진열되어 있지만, 사실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인류는 역사를 통틀어 7000여 종에 이르는 식물을 먹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 일일 칼로리 섭취량의 50퍼센트 이상은 밀, 옥수수, 쌀이라는 단 세 가지 곡물에서 나온다.(26쪽) 2장 첫날 몇 헥타르에 달하는 거대한 침엽수 조림지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멋진 그물버섯을 발견한 적이 있다. (…) 그로부터 8년 후 나는 길도, 표지판도, 나침반도 없이 곧바로 그 장소로 돌아가 그물버섯을 찾아냈다. 내 발이 길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숲속 깊은 곳에서 나는 모든 본능이 되살아나는 일종의 경계 공간에 들어선다. 내 안의 무언가가 길을 알고 있다.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날아가는 새처럼, 혹은 툰드라에서 여름을 지내고 은신처로 돌아오는 늑대처럼.(47쪽) 11장 해초를 따며 이처럼 망가진 땅에 첫 번째로 도착하는 것은 언제나 ‘터프 가이’ 식물들이다. 쐐기풀, 엉겅퀴, 소리쟁이, 바늘꽃, 기회주의자인 겨자과와 냉이과 식물들. 토질이 손상되면 인간도 굶주릴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 식물들은 모두 영양가와 약효가 풍부한 식량 자원을 제공한다. 쐐기풀 어린잎, 엉겅퀴 뿌리와 줄기, 바늘꽃 싹, 봄맞이냉이 잎은 배고픈 이들을 위한 음식이며 아무나 가져갈 수 있다. 누구에게나 공짜다.(143쪽) 19장 갯벌의 보물들 농장 길을 벗어나 초원을 가로지르는 오솔길로 접어들자 눈앞에 갯벌이 나타난다. 뜨거운 햇볕 아래 사막의 신기루처럼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가슴이 뛴다. 몇 달간 봉쇄에 처했던 내겐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만큼 반가운 풍경이다. 갯벌에 내려가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먹을거리를 밟게 된다. 이리저리 위험한 수로가 뻗어 나간 짙은 녹색의 평평한 진흙 팬케이크 속에 식재료가 몇 에이커나 펼쳐진다!(221쪽) 20장 하지의 햇살 아래 꽃이 만발한 딱총나무 숲 사이로 좁은 오솔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향기가 너무 짙어서 숨을 쉴 때마다 꽃에 코를 갖다 대는 것 같다. 감각의 천국이다. 검자줏빛 딱총나무 열매는 일 년 내내 음식에 풍미를 더해 주는 소스와 진액의 중요한 재료인 만큼, 나뭇가지에 열매가 잔뜩 맺힐 가을철에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딱총나무를 둘러싼 울렉스의 뾰족한 가시가 포식자인 사슴을 막아 준다. 이 향기로운 통로를 따라 걷다 보니 기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허벅지에 닿도록 자라난 풀줄기가 꽃을 피우고, 꽃에 맺힌 씨방이 따사롭고 평온한 저녁 햇살에 은빛으로 빛난다.(236쪽) 22장 낙원에서의 여름 오디를 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오후 2시 30분쯤 쏟아지는 소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벌은 날개가 젖으면 날 수 없기에 해가 나오고 빗방울이 마를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 한다. 나뭇잎 아래로 숨어든 벌들이 밖을 내다보며 기다리는 동안 나는 얼른 희고 연한 오디를 한 그릇 가득 딴다. 벌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 그들을 제압한 것 같아 으쓱한 마음도 든다. 유치하긴 해도 승부에 이겨서 얻어 낸 열매가 더 달콤한 법이니까.(267~268쪽) 24장 풍요와 슬픔 사이 야생식을 찾아다니다 보면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고, 풍경에 개인적 의미가 생길 뿐만 아니라 기억력도 늘어난다. 나는 종종 이런 식으로 말하곤 한다. “게저, 그리핀 포레스트에 소변보러 들어갔다가 거대한 그물버섯 발견했던 거 기억나지? 그 길로 500야드쯤 더 내려가면 돼.” “랍의 밭 옆길을 따라가 봐. 10년 전에 거기서 주름버섯이 엄청 많은 곳을 찾았었거든.”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할 때는 확실히 이런 식으로 기억할 수가 없다! 에이번 강변에 있는 야생 사과나무는 내게 야생식의 해에 겨울을 나게 해 준 고마운 나무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305쪽) 26장 버섯에 거는 기대 채취인에게 자기만의 채취 장소를 공유한다는 것은 엄청난 존중과 우정의 표시다. 몇 년 전 내가 퍼스셔에 살았을 때 버섯을 채취하는 이웃이 있었다. 6년간 알고 지낸 끝에 그는 내게 자기가 흰주름버섯을 따는 곳을 보여 주었다. 나는 그제야 그가 나를 신뢰하고 있으며 우리는 진짜 친구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의 채취 장소는 종종 내밀한 공간이다. 그곳에는 생계뿐만 아니라 발견과 기쁨에 관련된 자기만의 추억이 담겨 있다. 우리는 뇌의 해마에 채취와 관련된 기억을 간직하며, 거대한 그물버섯과 보석처럼 붉은 월귤, 꽃송이버섯 여섯 개를 한꺼번에 발견한 장소와 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 따라서 그런 공간에는 진정한 친구만이 입장할 수 있다. 그곳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소중히 여겨 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 탐욕스럽지 않고 이윤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사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대지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 자연계에 대한 깊은 사랑을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337쪽) 28장 야생의 치유 인간이 치유되려면 심신의 연결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연결도 매우 중요하다.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작가이자 약초학자 스티븐 뷰너의 말을 인용하자면, “극심하게 고통스러운 상태란 비정상적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적 반응이다. 가장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결국 자연 풍경과의 유대감이 필수적이다. 야생에는 신경 비정형을 치유하는 데 꼭 필요한 정직함과 풍요로움이 있다.” (...) 나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현대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심각하게 분열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에 별도의 소셜 미디어 페르소나, 근무용 인격,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또 다른(될 수 있으면 진정한) 자아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진다. 자연은 이런 조립식 자아를 원하지 않는다. 야생은 우리의 진정한 존재, 내면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일깨운다.(379~380쪽) 일단 땅 위의 작은 식물과 균류를 찾으려고 하면 곧바로 편도체가 집중을 하게 마련이다. 방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존재가 느닷없이 ‘보이기’ 시작한다. 편도체는 감각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 반응도 처리한다. 내 채취 강습생들은 감각의 문이 ‘열리는’ 경험을 하면서 감정 변화도 겪는다. 많은 사람이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어렸을 때 이후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 지각력 고양에 따르는 정서적 자유를 찾으려면 아무것도 계획하거나 실행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응시하기만 하면 된다.(381~382쪽)

역자
신소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편집자로 일해왔다.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 『피너츠 완전판』,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 『야생의 위로』,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플롯 강화』, 『여자 사전』 등이 있다. 8년 전 데려온 삼색 무늬 길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피너츠 완전판 1: 1950~1952 | 신소희 | 북스토리
   피너츠 완전판 2: 1953~1954 | 신소희 | 북스토리
   피너츠 완전판 3: 1955~1956 | 신소희 | 북스토리
   피너츠 완전판 5: 1959~1960 | 신소희 | 북스토리
   피너츠 완전판 세트(1950-1960)(1-5권) | 신소희 | 북스토리
   피너츠 완전판 6: 1961~1962 | 신소희 | 북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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