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척박하여 농사가 되지 않았으면 제주 농경신 자청비가 별도로 메밀을 가지러 다시 신의 세계로 갔을까? 제주에서 메밀은 신화적이다. ‘제주 농경신 자청비가 척박한 땅에 사는 제주 사람들을 위해 하늘나라에서 얻어온 곡물이 메밀’이다. 신화는 현실에서 싹튼다. 메밀의 생명력이 고난의 제주를 살렸다는 신화는 사뭇 현실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에 제주 토박이 식물학자 김찬수 박사는 메밀의 신화성과 미래성에 주목하면서 메밀의 식물학, 메밀의 역사와 전파과정, 제주와 메밀의 문화적 가치 등을 풍성하게 풀어놓았다. 특히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책 곳곳의 사진자료에 있다. 내용의 어렵고 난해한 면은 명료한 사진을 통해 독자를 단숨에 이해시킨다. 시시각각 메밀의 발아 과정을 담은 생생한 사진자료를 포함하여 메밀꽃, 열매 등의 면면을 담고 있는 사진자료들은 그 자체로 독자들에게 메밀의 다채로운 정보를 그대로 전해준다. 뿐만 아니다. 제주의 오름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메밀밭 사진들은 글로 표현해내기 어려운 제주의 멋스러움과 우아함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 누구라도 그 곳이 어디인지, 직접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