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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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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어문학계열
저자 정민
출판사/발행일 휴머니스트 / 2010.10.11
페이지 수 695 page
ISBN 9788958623601
상품코드 206699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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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한시 미학 산책》 완결개정판이 발간되었다. 1996년 초판이 발행된 지 15년 만이다. 옛 시인들의 한시 쓰기에 대한 글에서 시작된 《한시 미학 산책》은 한시의 세계를 풍성한 예화로 정겹고 운치 있게 말해주는 한시입문서, 한시의 다양한 형태미와 내용 분석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고급교양서로 자리매김하여, 여러 영역의 독자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명저가 되었다. 한시를 통해 시의 미학적 원리를 깊고 넓게 탐구하여 전문 연구자들도 만만히 접근할 수 없었던 한시와 미학이라는 두 개의 주제를 유익하고 흥미롭고 감상할 수 있는 열린 텍스트가 된 이 책은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고전 읽기라는 새로운 장(場)을 열어주었다. 전적(典籍)의 먼지 속에 파묻혀 있던 한시에 현대적 감각을 입혀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서 한시에 대한 관심이 회고나 호사 취미로 여겨졌던 우리 풍토에서 1996~2010년까지 15년 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문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시의 짙은 시향과(詩香)과 아름다움, 옛글의 정취, 그리고 ‘지금 여기’와의 소통을 향한 여정은 지은이의 애씀으로 15년 만에 완결개정판을 발간하면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 초판 발행 때 서른 여섯의 혈기 왕성한 소장학자였던 지은이는 15년 전의 문장을 거의 모두 새로이 쓰다시피 했고, 그간의 연구에서 발견한 성과를 토대로 몇 부분을 새롭게 다시 집필했고, 없었던 글을 새로 추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완결개정판에서는 전에 없었던 도판을 추가하여 시와 그림의 예술적 전통의 연관성을 실감할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인다. ‘시 읽기’와 함께 ‘그림 읽기’가 지닌 예술적 감수성의 같음과 다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초판을 펴내고 15년이 지났다. …… 젊어 쓴 글이라 과욕과 치기가 더러 보인다. 전에 안 보이던 부분이 새로 짚인다. 인용 작품도 더 적절한 예가 눈에 띄곤 했다. 그래서 부족한 것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냈다. 대부분의 문장을 고쳤다. 내용은 특별히 손대지 않았다. 책은 나름의 운명이 있는 법이다. 틀을 그대로 둔 것은 그동안 이 책을 아껴준 독자에 대한 일종의 예의이기도 하다. 개정은 주로 덜어내고 깎아내고, 관점을 교정하는 일에 주안을 두었다. 선시(禪詩)와 잡체시를 비롯한 몇 항목은 새로 쓰다시피 고쳤다. 한시와 현대시를 비교해 읽은 글은 앞서 없던 것이다. 시 번역을 모두 바꿨고, 제목도 통일을 기해 손질했다. 도판을 여럿 넣어 눈을 즐겁게 한 것이 특별히 자랑스럽다. 보기가 한결 시원하다. 혹 지난 책을 아껴 읽어주신 독자라면 달라진 부분을 견줘보는 일이 필자에게처럼 기쁨이 되었으면 싶다. ― 본문 4쪽, 〈개정판 지은이의 말〉에서 천 년의 시향詩香에 짙게 드리운 ‘우리 시대 인문 정신’ ― 《한시 미학 산책》의 특징 1 천 년이 넘는 문학 전통을 지닌 한시의 세계! 그 시향(詩香)의 세계를 15년 동안 독자와 함께 때로는 깊게, 때로는 넓게 탐험한 《한시 미학 산책》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 책일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지은이의 유려한 글쓰기와 감동스런 해석, 옛 시인의 빛나는 사유, 넘쳐 흐르는 삶의 통찰 등이 독자들의 눈과 귀를 붙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시에 대한 기초 입문서이며 동시에 높은 안목을 보여주는 비평서이고, 창작의 원리와 현묘함을 다룬 창작론이며 전통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문화론이기도 한 《한시 미학 산책》의 완결개정판 발간을 준비하면서, 또 하나의 발견이 있었다. 그것은 천 년의 시향 가득한 책 속에 단아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우리 시대 인문 정신’이었다. 지은이의 학문과 삶에 대한 참다운 애정과 삶을 바라보는 통찰을 보았고, 시와 그림의 행간에 스며들어 있는 우리 인문학이 현실, 이념과 현실의 괴리, 지식인의 역할과 놓인 자리 등 시대와 지식을 바라보는 성찰이 아로새겨 있었다. 지은이는 흐른 것은 시간일 뿐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고 과거는 ‘오래된 미래’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에게 고전은 ‘오래된 미래’의 보물창고였다. 《한시 미학 산책》에는 시대의 변화상과 생각의 흐름, 삶의 전체성과 다양성, 열린 텍스트로서 이종 영역 간의 융합성 가능성, 개구쟁이 같은 놀이 정신, 놀랄만한 해학과 풍자 등 실용과 순혈의 잦대 아래 잊혀진 ‘우리 시대의 인문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고전이라고 해서 아무 고전이나 다 가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옛 시에도, 옛 그림에도 수준이 있고, 지금 글씨에도 높낮이가 있다. 무턱대고 옛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옛것이라야 한다. 높은 수준에서는 양(洋)의 동서도, 때의 고금도 없다. 이것이 고전이 지금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근거이다. 하지만 그대로는 안 되고 솜씨 있게 가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가 치열한 사유와 글쓰기를 통해 이룬 텍스트의 개방성은 오래된 것을 가장 모던한 감각으로 풀어내는 소통의 인문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당장 필요한 것은 ‘기(機)’를 읽어내는 안목이다. 기는 말 그대로 기회(機會)요, 기관(機關)이며 기축(機軸)이고, 기능(機能)이요 기지(機智)입니다. 기(機)는 비밀스러워 기밀(機密)이고 기는 자칫 위태로워 위기(危機)이죠. 기가 모이면 기회(機會)가 되고, 기의 중추(中樞), 즉 기추(機樞)는 문의 지도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심(機心)은 따져 분별하는 마음이에요. 기는 그러니까 이것과 저것이 갈라지는 분기점입니다. 사람은 임기응변(臨機應變)을 잘해야 한다지요. 그런데 임기응변이란 “그때그때 그 시기에 임하여 적당히 일을 처리함”이 아입니다. 대충 때워 넘어가라는 말이 아니라, 기에 임하여, 즉 어떠한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서, 상황의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자면 적절한 판단이 필수적이겠지요. 임기(臨機)해서 응변(應辯)하고, 응변하여 작제(作制)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화에 부응하여 그 상항에 가장 알맞은 방식[制]를 창출해내야 합니다. ― 〈보도자료 6. 지은이 인터뷰〉에서 우리 시학의 근원을 탐색하는 스물네 가지 한시 이야기 ― 《한시 미학 산책》의 특징 2 《한시미학산책》은 동아시아의 한시 이론을 빌려 중국과 한국 한시를 주제, 형식, 작법에 따라 스물 네 개의 테마로 분석하고 해석한 책이다. 중국의 두보, 이백은 물론이고 신라의 최치원, 고려의 정지상, 이규보, 조선의 이덕무, 이옥, 그리고 현대의 박목월과 조지훈 등 국문학사를 장식한 대시인의 작품과, 계몽기의 언문풍월 등을 포함해 소재의 공간적ㆍ시간적 스펙트럼이 광대하다. 우리 시학의 근원을 탐색하는 한시 이야기는 모두 스물네 편이다. 한시의 언어 미학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를 비롯하여, 당시[唐音]와 송시[宋調], 정경론(情景論), 시안(詩眼)과 시마(詩魔), 잡체시와 파격시를 거쳐 선시(禪詩), 여기에 완결개정판을 위해 새로이 쓴 〈한시와 현대시 같고도 다르게〉에 이르기까지 이 봉우리 저 골짜기엔 구름도 많고 물길도 여럿이다. 한시를 왜 읽고 배우는지, 오늘을 사는 사람은 어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숙고하는 에필로그로 기나긴 한시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한시의 여정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시를 보고 읽고, 그 아름다움과 뜻을 친절하고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다. 특히 매력적인 것은 이러한 한시의 미학을 ‘체험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책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한시가 등장하지만 하나같이 지은이가 공들여 읽고 깊이 추구한 뒤에 내놓은 것이라 독자에게 결코 생경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이 하나의 예시가 되어 한시 전체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 역할을 한다. 그런 치열한 탐구와 엄격성이 있었기에 잘못 논증된 부분에 대한 비판이나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태백의 유명한 구절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에 대한 기존의 해석을 반박하고, 또 권필이 의주에서 그를 찾아온 형 권겹을 만나 감격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를 지었는데, 이 시의 7구를 잘못 해석하여 완전히 다르게 오역한 사례를 비판하며 적실한 해석을 붙이기도 한다. 전반부에선 주로 한시의 미학을 논했다. 반면 중반부 이후에는 시에 얽힌 시인들의 사연, 문자 유희에 가까운 시들, 그리고 조선후기 한시의 변천과정에서 보여주는 파격과 해체 등 '이야기'가 풍부하다. 시는 현실에 맞선 자기 성찰과 혁신의 산물이며 시인은 떳떳한 기상을 갖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 또 잡체시는 한시만이 가질 수 있는 문자 유희의 재미를 보여주는 데, 재치와 언어구사력이 흥미롭다. 조선 중후기에는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면서 한시에 대한 의도적인 해체나 파격이 성행하는데, 그 대표적 인사가 김삿갓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창작된 수많은 시들을 시대 상황과의 관련 속에 살피면서, 저자는 그 시들의 묘미를 인정하면서도 시대정신의 몰락이 가져온 문화의 하강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는 말과 글이 가고자 하는 곳을 노려본다. 왜 이렇게 치열할 정도로 한시와 문장론에 집착하는 걸까? 왜 문장론으로 박사논문을 쓰고, 박지원의 문장을 샅샅이 연구하며, 한시에 매달리는 걸까? '말' 혹은 '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을 그리워하며 무엇을 추구하는가? 그리고 말과 글은 어떻게 드러나고 숨어야 하는가? 이것이 애초의 화두였던 바, 한시는 이러한 문장의 미학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 문장도 예외 없이 고치다 ― 《한시 미학 산책》의 특징 3 정서적 미감의 상실 시대에 우리 고전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그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한 《한시 미학 산책》! 1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독자가 변했고, 지은이도 변했다. 변화는 당연한 것이고 또 필연적인 것이다. 우리 고전을 현대어로 옮겨오는 데 있어서도 눈금의 조정은 당연하고 마땅하다. 옛것을 그대로 따라 해서도 안 되고, 옛것과 완전히 달라서도 안 된다. 그대로 하면 알아듣지 못할 말이 되고, 완전히 다르면 굳이 옛것이라 할 이유가 없다. 같고도 다르게, 다르지만 같게 하려면 상동구이(尙同求異)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 같음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다름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같은 것은 정신이요 알맹이다. 다른 것은 껍데기요 형식이다. 《한시 미학 산책》의 완결개정판도 마찬가지다. 세월 따라 생각이 바뀌고 안목이 달라졌고, 과욕과 치기가 앞선 곳도 있었고, 전에 안 보이던 부분이 새로 짚였다고 한다. 인용 작품도 더 적절한 예가 눈에 띄었고, 그래서 부족한 것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냈다. 한 문장도 예외 없이 고쳤다. 선시(禪詩)와 잡체시를 비롯한 몇 항목은 새로 쓰다시피 고쳤다. 한시와 현대시를 비교해 읽은 글은 새로이 추가했다. 특히 시 번역은 가능한 한 새로 했고, 스물네 개의 제목도 통일을 기해 손질했다. 특히 전에는 없었던 도판을 컬러로 70여 컷 이상 수록하여 눈을 즐겁게 한 것이 특별히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지은이 인터뷰 지난 2010년 10월 6일 수요일 오후 한양대에서 정민 선생님을 뵈었다. 다음날 7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논문 발표를 위해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중국 학생에게서 자신의 논문을 중국어로 읽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학부와 대학원 강의, 논문 및 저서 집필, 연구, 논문 발표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를 짧은 시간 동안 인터뷰했다. 시간을 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개정판 발간을 위해 지속적인 만남을 가졌는데, 그 순간순간 나누었던 내용도 부분적으로 삽입되었음을 밝힌다(편집자주). ▶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시 미학 산책》 완결개정판이 발간되었습니다. 대중들과 호흡한 첫 책이 아니었나요. 선생님에게도 독자들에게도 의미가 큰 책인데, 소감은 어떠신지요? 《한시 미학 산책》은 제가 해왔던 한시 읽기 공부와 한시 이론 공부를 시인들을 독자로 해서 정리한 작업이었습니다. 〈현대시학〉에 연재하면서 시인 독자들과 교감하면서 진행했던 작업이어서 무척 즐거웠고 보람도 있었고, 나름 흥분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도 그랬고, 요즘도 시인들이 시집을 제게 보내옵니다. 그분들이 제게 책을 보내는 것은 “《한시 미학 산책》 잘 보았습니다.”라는 감사의 표시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시인들이 시를 배우는 제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것이 보람이었습니다. ▶ 〈현대시학〉에 연재했던 시기가 1994년이었지요. 당시 출판계와 학계의 분위기는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 같아요. 제 기억으로는 1993년 12월 〈현대시학〉의 정진규 주간이 ‘옛 시인들의 한시 쓰기’에 대한 원고를 청탁한 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때 쓴 글이 지금 제 홈페이지도 있어요. 〈詩話, 행복한 시 읽기〉라는 제목입니다. 평소 해왔던 한시 읽기 공부와 이론 공부를 정리하는 것이어서 큰 부담 없이 썼어요. 지면에 발표되자 박희진 유안진 같은 중견 시인들이 “도대체 정모라는 사람이 누구냐?” “폴 발레리의 시 이론들보다 훌륭하다”며 관심을 나타냈어요. ▶ 초판 출간 당시의 사회문화적, 학술적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당시 한문학계는 다른 분야처럼 1980년대의 자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리얼리즘 이론으로 작품을 분석하는 연구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다산의 애민시나 농민시, 현실문제를 다룬 위항인(중인)들의 한시를 분석한 연구가 넘쳐 났지만 미학적으로 분석한 논문은 드물었어요. ‘이데올로기만 남아 있고 아름다움을 논하지 않는’ 당시 문학 담론에 답답해했고, 그 결핍은 곧 새로운 미학이론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때 개인적으로도 이데올로기가 문학의 본령이 될 수 없다는 신념을 굳혔고, 독자들도 박노해 시인에서 도종환과 이해인 시인을 찾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 ‘시학’이라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그것을 연상하던 시인들에게 연암이나 이규보의 이론, 권필 시선을 통해 시를 설명하는 선생님의 방식이 정말 신선하고, 또 깜짝 놀랄 일이었을 겁니다. 편집자인 저 역시도 지금 이 책을 읽고는 그런 충격을 받았거든요. 고려시대 광종 때 과거제가 도입된 이후 시를 통해 관료를 충원한 나라인데 시 이론이 얼마나 융성했겠어요. 또한 500년 동안 작시(作詩)를 통해 관료를 충원했던 국가(조선)라면 얼마나 시 이론이 융성했을지를 상상해보세요. 당시에는 어떤 시인이나 연구자도 그 부분에 주목하지 않았어요. 소통을 위해서 각주를 빼고 한시의 눈높이를 낮추니까 글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할 만한 시인들이 호응한 것이에요 한시를 통해 시의 미학적 원리를 진지하게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이 신선한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시대적 상황도 작용했을 겁니다. ▶ 《한시 미학 산책》이 대중과의 소통을 첫 물꼬를 튼 작품이지요. 독자들에게 어떤 면이 어필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대의 코드와 호흡했기 때문이겠지요. 시대와 소통했기에 당시 학계에서 금기시됐던 자유로운 글쓰기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요. 우리가 어릴 때는 삼국지라면 오직 박종화의 삼국지를 의미했지만 지금은 이문열이나 장정일의 방식이 아니라면 읽어낼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면 글 쓰는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저는 이 책을 쓰면서 비로소 그 문제를 민감하고 절실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 이번에 새롭게 개정한 《한시 미학 산책》에는 새롭게 추가한 글이 있지요. 스물네 번째 이야기로 수록된 〈한시와 현대시, 같고도 다르게-상동구이론(尙同求異論)〉입니다. 상동구이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옛것을 그대로 따라 해서도 안 되고, 옛것과 완전히 달라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대로 하면 알아듣지 못할 말이 되고, 완전히 다르면 굳이 옛것이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같고도 다르게, 다르지만 같게 하려면 상동구이(尙同求異)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음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다름을 추구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같은 것은 정신이요 알맹이고, 다른 것은 껍데기요 형식입니다. 저급의 모방은 꼭 겉모습을 흉내 냅니다. 한번은 속아도 두 번은 안 속씁니다. 고급의 모방은 원리를 본뜨는 것입니다. 겉보기엔 완전히 다른 얘긴데, 알고 보면 똑 같은 것입니다. 우리 고전을 현대화한다면 바로 여기에 그 비전이 있을 것 같습니다. ▶ 편집자로서는 매우 의미 심장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선생님 논문에서 ‘고전이라고 해서 아무 고전이나 다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옛 그림에도 수준이 있고, 지금의 글씨에도 높낮이가 있다. 무턱대고 옛것이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옛것이라야 한다. 높은 수준 앞에서는 양(洋)의 동서도 없고, 때의 고금도 없다. 이것이 고전이 지금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근거’라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고전 텍스트를 깊게 섭렵하고 연구해오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고전 텍스트 그대로는 안 되고 솜씨 있게 가공해야 합니다. ‘사기사(師其辭)’가 아니라 ‘사기의(師其意)’ 한다면, 즉 형식으로서가 아니라 원리로서 옛것을 배우려 한다면 지금 필요한데 없는 것은 예날 속에 이미 다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기(機)’를 읽어내는 안목입니다. ▶ ‘기(機)’를 읽어내는 안목이라……. 기는 말 그대로 기회(機會)요, 기관(機關)이며 기축(機軸)이고, 기능(機能)이요 기지(機智)입니다. 기(機)는 비밀스러워 기밀(機密)이고 기는 자칫 위태로워 위기(危機)이죠. 기가 모이면 기회(機會)가 되고, 기의 중추(中樞), 즉 기추(機樞)는 문의 지도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심(機心)은 따져 분별하는 마음이에요. 기는 그러니까 이것과 저것이 갈라지는 분기점입니다. 사람은 임기응변(臨機應變)을 잘해야 한다지요. 그런데 임기응변이란 “그때그때 그 시기에 임하여 적당히 일을 처리함”이 아입니다. 대충 때워 넘어가라는 말이 아니라, 기에 임하여, 즉 어떠한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서, 상황의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자면 적절한 판단이 필수적이겠지요. 임기(臨機)해서 응변(應辯)하고, 응변하여 작제(作制)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화에 부응하여 그 상항에 가장 알맞은 방식[制]를 창출해내야 합니다. 고전 콘텐츠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임기응변하고 응변작제하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남들 하는 대로 해선 소용없고 나대로 해야 합니다. 대충대충 해서는 안 되고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럴듯하게 해서는 안 되고 똑바로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소통을 염두에 둔 인문학적 글쓰기’를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통을 위해 선생님께서 가장 애쓰는 것은 무엇인가요? 《한시미학산책》을 펴낸 다음 시인들이 잘 읽었다며 편지를 보내왔는데 예상보다 훨씬 높은 반응이어서 놀랐습니다. 저는 그 다음부터 ‘소통을 염두에 둔 인문학적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논문을 쓰면 우리 분야 여남은 명 정도가 읽어보는데, 조금 관점을 달리해서 쓰면 수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죠. 무엇이 더 가치있냐가 아니라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내용과 문체에서 모두 ‘전달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사람들은 나의 문체가 유려하다고 평하지만, 나 자신은 아름다움을 전혀 중시하지 않습니다.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접속사를 피해 문장을 나누지요.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글의 리듬, 그리고 언어의 경제성입니다. 아무리 공들여 쓴 표현이라도 퇴고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도려내요. 그럴수록 전달력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고 나면 3번 소리 내서 읽어요. 제가 읽고 고치고 아내에게 부탁합니다. 아내가 읽어가다 멈추는 곳이 있으면 그건 문장이 잘못된 거예요. 그런 곳들을 한 번 더 고칩니다. ▶ 문학 연구가 문화 연구로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한국 한문학의 비전과 문화사적 시야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2007년 이후 선생님의 저서를 보면 이 흐름과 맥락을 가져가고 있는 듯합니다. 볼 것을 못 보면 못 볼 것을 봅니다. 무엇을 볼 것인가? 어떻게 볼 것인가? 문화사적 시야를 지닐 때 한국 한문학의 비전은 무한대로 확산된다고 생각해요. 열린 눈으로 텍스트를 보면 문화의 새 길이 보이고, 패턴으로 읽으면 흐름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하일기》도 문화사적 시야를 가지고 읽어봐야 할 텍스트입니다. 조선 지식인들이 ‘볼 것’이라고 생각한 과거 중화의 문물들이 연암에게는 ‘못 볼 것’이 되고, 저들이 ‘못 볼 것’이라고 여기는 청의 발달한 문물과 제도 위에 그는 집요하게 눈길을 준다. 보는 것이 다른 것은 생각이 달라서입니다. 생각이 다르니 보는 눈도 달라집니다. 연암은 일기에서 자꾸 ‘못 볼 것’만 들춰내고 ‘볼 것’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댔어요…… 문화사적 시야로 바라볼 때 전혀 새롭게 음미될 자료들은 무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의 방식을 바구고, 접근의 경로를 고쳐서, 신발끈을 새로 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 감사합니다.
목차
개정판 지은이의 말 초판 지은이의 말 첫 번째 이야기. 허공 속으로 난 길 - 한시의 언어 미학 푸른 하늘과 까마귀의 날개 빛깔 영양이 뿔을 걸듯 허공 속으로 난 길 눈과 귀가 있다 말하지 말라 이명과 코골기 두 번째 이야기. 그림과 시 - 사의전신론(寫意傳神論) 그리지 않고 그리기 말하지 않고 말하기 장수는 목이 없고, 미인은 어깨가 없다 정오의 고양이 눈 마음에서 얻어 뜻으로 깨달으니 세 번째 이야기. 언어의 감옥 - 입상진의론(立象盡意論) 싱거운 편지 왜 사냐건 웃지요 언덕에 오르려면 뗏목을 버려라 내 혀가 있느냐? 어부가 도롱이를 걸친다 청산 위로 학이 날아간 자취 네 번째 이야기. 보여주는 시, 말하는 시 - 당시와 송시 꿈에 세운 시의 나라 작약의 화려함과 국화의 은은함 당음, 가슴으로 쓴 시 송조, 머리로 쓴 시 뱃속에 넣은 먹물 다섯 번째 이야기. 버들을 꺾는 뜻은 - 한시의 정운미(情韻味) 남포의 비밀 버들을 꺾는 마음 가을 부채에 담긴 사연 난간에 기대어 저물녘의 피리 소리 이해 못할〈국화 옆에서〉 여섯 번째 이야기. 즐거운 오독 - 모호성에 대하여 그리고 사람을 그리다 오랑캐 땅의 화초 개가 짖는 이유 무지개가 뜬 까닭 백발삼천장 뱃속 아이의 정체 일곱 번째 이야기. 사물과 자아의 접속 - 정경론(情景論) 묘합무은, 가장자리가 없다 정수경생, 촉경생정 이정입경, 경종정출 정경교융, 물아위일 지수술경, 정의자출 즉정견경, 정의핍진 여덟 번째 이야기. 일자사(一字師) 이야기 - 시안론(詩眼論) 한 글자를 찾아서 뼈대와 힘줄 한 글자의 스승 일자사의 미감 원리 시안과 티눈 아홉 번째 이야기. 작시, 즐거운 괴로움 - 고음론(苦吟論) 예술과 광기 늙은이 오는 것도 모르고 눈을 상처 내고 가슴을 찌르듯 가슴속에 서리가 든 듯 참을 수 없는 가려움, 기양 개미와 이 열 번째 이야기. 미워할 수 없는 손님 - 시마론(詩魔論) 즐거운 손님, 시마 시마와의 논쟁과 시마 증후군 시마의 죄상 시귀와 귀시 귀신의 조화와 시인의 궁달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열한 번째 이야기. 시인과 궁핍 - 시궁이후공론(詩窮而後工論) 불평즉명, 불평이 있어야 운다 나비를 놓친 소년, 발분서정의 정신 시궁이후공과 시능궁인 궁한 사람의 시가 좋은 이유 시와 궁달의 관계 탄탈로스의 갈증 열두 번째 이야기. 시는 그 사람이다 - 기상론(氣象論) 이런 맛을 아는가? 시로 쓴 자기소개서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강아지만 반기고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자족의 경계, 탈속의 경지 열세 번째 이야기. 씨가 되는 말 - 시참론(詩讖論) 머피의 법칙, 되는 일이 없다 형님! 그자 갔습니까? 대궐 버들 푸른데 하늘은 재주 있는 자를 시기한다 열네 번째 이야기. 놀이하는 인간 - 잡체시의 세계 1 글자로 쌓은 탑, 층시 또는 보탑시 화문시, 바로 읽고 돌려 읽고 그림으로 읽기, 신지체 열다섯 번째 이야기. 실험정신과 퍼즐 풀기 - 잡체시의 세계 2 빈칸 채우기, 수시ㆍ팔음가ㆍ약명체 구슬로 꿴 고리, 장두체와 첩자체 파자놀음과 탁자시 이합체와 문자 퍼즐 열여섯 번째 이야기. 말장난의 행간 - 한시의 쌍관의(雙關義) 초록 저고리, 국수 한 사발 장님의 단청 구경 견우와 소도둑 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선덕여왕의 자격지심 열일곱 번째 이야기. 해체의 시학 - 파격시의 세계 요로원의 두 선비 눈물이 석 줄 김삿갓은 없다 슬픈 웃음, 해체의 시학 한시 최후의 광경 열여덟 번째 이야기. 바라봄의 시학 - 관물론(觀物論) 지렁이의 머리는 어느 쪽인가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생동하는 봄풀의 뜻 유아지경과 무아지경 속인과 달사 열아홉 번째 이야기. 깨달음의 바다 - 선시(禪詩) 산은 산, 물은 물 선기와 시취 설선작시, 본무차별 거문고 소리는 어디서 나는가 스무 번째 이야기. 산과 물의 깊은 뜻 - 산수시(山水詩) 가짜 어옹과 뻐꾸기 은사 청산에 살으리랏다 요산요수의 변 들늙은이의 말 가을 구름이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네 스물한 번째 이야기. 실낙원의 비가(悲歌) - 유선시(遊仙詩) 풀잎 끝에 맺힌 이슬 닫힌 세계 속의 열린 꿈 구운몽, 적선의 노래 이카로스의 날개 스물두 번째 이야기. 시와 역사 - 시사(詩史)와 사시(史詩) 할아버지와 손자 시로 쓴 역사, 시사 변새의 풍광 궁사, 한숨으로 짠 역사 사시, 역사로 쓴 시 스물세 번째 이야기. 사랑이 어떻더냐 - 정시(情詩) 담장 가의 발자국 야릇한 마음 보름달 같은 임 진 꽃잎 볼 적 마다 까치가 우는 아침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 스물네 번째 이야기. 한시와 현대시, 같고도 다르게 - 상동구이론(尙同求異論) 동서양의 수법 차이 한시와 모더니즘 지훈과 목월의 거리 밤비와 아내 생각 낯선 마을의 가을비 에필로그. 그때의 지금인 옛날 - 통변론(通變論) 지팡이 자국마다 고이는 봄비 거미가 줄을 치듯 그때의 지금인 옛날 사기의 불사기사 도로 눈을 감아라 찾아보기

저자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한문학 자료의 발굴 정리와 한문학의 대중화 작업을 함께 해 왔다. 18세기 지성사에 관심을 두어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 관련 작업에 몰두 중이다. 그간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꼼꼼히 읽어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을, 다산 정약용이 창출한 새로운 지적 패러다임과 그 삶에 천착하여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 『다산의 재발견』, 『삶을 바꾼 만남』, 『다산 증언첩』, 『다산의 제자 교육법』, 『파란』(전 2권) 등을 펴냈다.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연구로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미쳐야 미친다』 등이 있으며 청언소품에 관심을 가져 『마음을 비우는 지혜』, 『내가 사랑하는 삶』,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돌 위에 새긴 생각』, 『다산 어록 청상』, 『성대중 처세 어록』, 『죽비소리』 등을 펴냈다. 출판문화대상, 우호인문학상, 지훈국학상, 월봉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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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1/01/05 | 평점
11111111111111  | ts*** | 2010/11/17 | 평점
^^  | durm*** | 2010/11/25 |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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