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프랑스라는 거대한 “현대적 문화국가”의 탄생 시기, 즉 제3공화국(1870-1940)에서부터 오늘날까지의 주요 문화적 사건들, 문화정책과 그 현상, 문화 지방분권주의 혹은 문화 민주주의, 문화재와 예술작품의 시대적 의의와 효용성 등 문화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저자 퓌마롤리는 인문학자 특유의 근엄한 어조로 프랑스 문화의 고귀함과 방대함을 은근히 과시하면서, 프랑스 문화가 어떤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우려의 시각으로 진단한다. 프랑스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문화의 방향성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 비판의 대상은 바로 국가 혹은 정부 주도로 전개되는 문화현상이며, 문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문화국가의 정체성이다. 이 책의 주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즉 저자는 현란한 프랑스 문화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 혹은 대중화를 지향하는 문화가 어떤 모습을 띠고 있으며, 그 결과 오늘날 프랑스 정신의 고귀함이 어떻게 변질해가고 타락하는가를 비판적 시각으로 고발한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는 오늘날 정치적·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려는 권력의지가 섬세한 감각의 세계에까지 침투하여, 지성을 파괴하고 고상한 취향을 억압하고 있다. 또한 대중문화는 겉으로 평등을 표방하고 보편적 문화향수를 지향하는 듯하지만, 권력과 탐욕의 이해관계 속에서 정치선전이나 상업광고로 오염되어 있다. 우리는 저자의 통찰력을 따라가면서 막연히 초현대화를 지향하며 아메리카니즘에 중독되어 가는 프랑스 정신들의 고통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느 정파든 집권당이나 고위 관료들은 자신들의 집단적 가치나 이념을 확산시키기 위해 문화예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 경우 정치적 신드롬처럼 문화는 종교적 숭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 서론 : 새로운 세계 - [ I. 문화국가의 기원 ] - 1. 기초 법령 - 2. 후견인: 제3공화국 - 3. 문화국가의 두 시도 1) 인민전선 2) 비시 정부와 《청년 프랑스》 - 4. 앙드레 말로와 문화 종교 1) 지식인과 “인간” 2) 본성과 문화, 물질과 정신 3) 유기적 사회를 위한 정신적 유대 - [ II. 문화국가의 초상 ] - 1. 배경의 기초 - 2. 사순절과 카니발 - 3. 문화, 혼성어, 스크린 언어 - 4. 문화적 당파에서 문화부로 - 5. 잘못 재단된 문화 - 6. 여가생활과 여가 - 7. 국가의 현대성 - 8. 대학에 반대하는 문화 - 9. 프랑스와 텔레비전 - - 결론 : 현재와 기억 1.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 2. 프랑스와 유럽의 정신 - 역자후기 -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