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학교 무역학과에서 12년 재직하다가 컨설팅학과를 신설하면서 남은 12년을 신설학과에서 지내게 되었다. 2008년에 첫 안식년은 미국에서 지냈고, 2015년 두 번째 안식년은 스페인으로 가고 싶은데 상황이 어찌 전개될지 모르겠다.
서강대학교 재학 시절 교내문학상 번역 부문에 단편소설 Haircut(어느 깎사의 이야기)으로 당선되었는데, 은퇴 후에 무엇을 깎는 깎사가 되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초등학교 시절 명필이었는데 그 능력을 살렸더라면 지금은 세 끼 풀칠도 못했을 것이다. 선배 하나가 서예반 동아리 활동 후 대만 유학을 갔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연극반을 1년 하다 그만두었는데, 그때 바로 1년 선배가 나중에 보니 벤처기업인이 되어 벤처협회장까지 지냈으나 이후 망하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교에서 특임교수를 하고 있다. 반면 연극반에서 주연을 하다가 TBS(1980년 KBS에 통합) 공채에 합격한 뒤, 드라마에서 장미희랑 주연을 맡아 남자 신데델라가 된 다른 선배는 국회의원까지 하다가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있다.
인문학의 소양이 어느 대학보다 두터운 서강에서 난 뭘 먹고 지냈는지, 이제 돌이켜보면 모든 게 모를 일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