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행복한 숲은 한국 위빠사나 선원의 수행자들이 설립하였다. 붓다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위빠사나 수행 및 초기불교의 경전에 관한 자료를 펴내어 실수행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행복한 숲에서 펴낸 첫 번째 책으로 미얀마 마하시 선원의 큰 스승인 아신 자띨라 사야도의 법문 ‘큰 스승의 가르침’이 있다. 두 번째로 아신 자띨라 사야도의 수행문답인 ‘보니 거기 세상이 있다’를, 세 번째로 한 법학자가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 과정을 기록한 ‘아는 마음, 모르는 마음’을, 네 번째로 미얀마 쉐우민 선원의 우 꼬살라 사야도와 우 떼자니아 사야도의 법문집인 ‘쉐우민의 스승들’을 펴냈다. 이번에 다섯 번째로 펴내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미얀마 모곡 사야도의 12연기 강론집으로 현재 한국 위빠사나 선원에서 12연기 강좌의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붓다께서 설하신 법문 중에 가장 두드러진 진리가 사성제(四聖諦)이다. 사성제는 붓다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지혜이지만 이러한 지혜를 얻도록 한 것이 바로 연기법이다. 그래서 연기법은 사성제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연기법은 붓다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진 뒤에 어느 누구로부터도 이의가 제기되지 않은 완전한 법칙이다. 역대의 모든 부처는 연기법과 사념처 위빠사나 수행을 통하여 진리를 깨달았다. 연기법이란 원인에 의해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즉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라는 조건에 의해 일어난다. 또한 일어났으면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연기적 구조에 의해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이 위빠사나이다. 그래서 연기법이 없는 위빠사나 수행은 할 수가 없다. 연기법을 알아야 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잘못된 견해를 제거하는데 있다.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을 이해하지 못하면 영원히 무지 속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이 책은 미얀마의 대 장로 모곡 사야도(Maha Thera Mogok Sayadaw. 1899~1962)의 12연기법과 위빠사나 수행에 대한 법문을 모곡센터 위빠사나 보급회 회장인 우 탄 다잉((U Than Daing)이 정리하여 펴내게 되었다. 모곡 사야도께서는 당대의 대 학자이시면서 위빠사나 수행까지 겸하신 위대한 대 장로이시다. 어느 시대나 대 학자가 평생을 학문에 정진하면서 위빠사나 수행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모곡 사야도께서는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11km 가량 떨어진 아마라뿌라의 민구라 따익 사원에서 비구들을 상대로 아비담마(abhidhamma. 論藏) 강의를 30년 이상 해 오셨다. 사야도께서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은 소를 몰고 가면서도 한 번도 소에서 짠 우유를 마셔보지 못한 목동과도 같음을 아시고 위빠사나 수행에 정진하시게 되었다. 당시에 사야도께서는 삼장(三藏) 중에서 아비담마 발취론(發趣論)과 쌍론(雙論)을 가르치는 가장 인기 있는 강사로서 비구들 사이에서는 많은 존경을 받았으나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같이 교학과 수행을 겸비한 대 장로께서 2차대전 이후에 다시 12연기 법문을 시작하셨는데 교학자는 물론 수행자의 입장이 되어 연기법과 위빠사나 수행을 상호 보완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이때 심오한 12연기 법문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도표를 직접 고안하시어 쉽게 배우도록 하셨다. 12연기 도표는 연기가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 또한 그 연결고리는 어떻게 끊을 수 있는지를 매우 이해하기 쉽고 간략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지금도 모곡 사야도의 12연기 법문은 항상 도표를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12연기법은 아비담마의 분별론(分別論)과 같은 빨리어 원전으로만 접할 수 있었다. 이들 경전은 야자수 잎에 기록되어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빨리어를 공부하는 일부 비구들을 제외하고는 이해할 수도 없었다. 사원의 문서 보관소에 보관되어 마치 붓다의 상징인양 안치되고 받들어 지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 장로 모곡 사야도에 의하여 일반 대중들도 쉽게 연기법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서문 소개말 1장. 연기(緣起)란 무엇인가 2장. 부분, 연결, 요소와 시간 3장. 오온의 연기(현재의 측면) 4장. 어떻게 연기의 고리가 느낌으로부터 회전을 시작하는가 5장. 시작[無明]으로부터 보는 연기의 회전 6장. 끝[老死]에서부터 보는 연기의 회전 7장. 위빠사나 수행을 하지 않을 때 연기의 윤회는 계속된다 8장. 순관(順觀)으로 본 연기법 9장. 근본 원인인 무명과 갈애로 인한 연기의 회전 10장. 연기의 수레바퀴를 이루는 바퀴살과 바퀴통, 축, 막대와 테두리를 분해하고 부수는 방법 11장. 연기의 길을 따르는 자는 눈먼 자의 길을 따르는 자이다 12장. 역관(逆觀)으로 본 연기법 13장. 유신견(有身見)의 원인과 결과 14장. 유신견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1.유명소경(有明小經) 2. 야마까경(Yamaka Sutta) 3. 찬나 장로(Channa Thera) 4. 비구 사띠(Sati)는 어떻게 사견을 가지게 되었는가 15장. 위빠사나 수행과 알아차림의 확립[念處] 16장. 심념처(心念處)의 중요성 17장. 사견(邪見)을 어떻게 제거하는가 18장. 상견(常見)과 단견(斷見)을 제거하는 방법 19장. 심념처(心念處. 마음을 알아차림) 20장. 청정(淸淨)에 대한 문답 1. 어느 평범한 비구와 네 분의 아라한 2. 붓다의 위대한 두 제자의 문답 21장. 수온(受蘊)과 연기법 22장. 수념처(受念處. 느낌을 알아차림) 23장. 범부와 아라한에게 느낌이 미치는 영향 24장.몸의 흔들림은 위빠사나 수행과 양립할 수 있는가 용어집 옮긴이의 말

12연기 중 처음 2가지인 무명(無明)과 행(行)은 과거의 존재를 의미하며 무지의 탓으로 형성된 과거의 업(業)을 말한다. 식(識)에서 수(受)까지의 연결고리는 과거의 존재 혹은 과거의 행위[業]가 현재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갈애(渴愛)에서 업의 생성[有]까지의 연결고리는 현재 매순간 진행 중인 의도를 가진 행위를 가리킨다. 이는 우리의 성격이나 환경 등 현재 처한 위치가 과거에 행해진 업의 결과라고 할지라도 미래는 지금 하고 있는 행위, 즉 현재의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으며,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업력(業力)의 질을 바꾸거나 수정할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2가지 연결고리인 생(生)과 노사(老死)는 현재의 행위에 따른 미래의 결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렇게 존재의 연속적인 흐름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 - 서문 중에서 수행자가 연기법의 대의를 완전히 이해할 때, 그는 일어남과 사라짐을 통찰하는 지혜를 얻게 된다. 즉 오온이 일어나는 과정을 인과의 법칙에 따라 이해할 때 단견(斷見)을 가진 단멸론자(斷滅論者)의 그릇된 견해를 제거할 수 있으며, 이전의 오온이 사라지고 새로운 오온이 일어나는 과정을 인과의 법칙에 따라 완전히 이해할 때 상견(常見)을 가진 불멸론자(不滅論者)의 잘못된 견해를 제거할 수 있다.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이 원인과 결과의 과정일 뿐, 그 속에 인간, 남자, 여자 또는 자기라고 불릴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수행자가 완전히 알고 이해할 때 자아, 즉 유신견(有身見)의 장막으로부터 일시적으로 자유로워질 수가 있다. - 제2장 부분, 연결, 요소와 시간 중에서 ‘눈’과 ‘보이는 대상’이 부딪칠 때 ‘안식’이 일어난다. 수행자는 이 ‘안식’을 대상으로 그것이 지속되는지 혹은 사라졌는지를 지켜보아야 한다. 이 ‘지켜보는 의식’으로 알아차렸을 때 이전의 안식은 이미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지켜보는 자에게 있어 명백한 사실은 안식은 찰나적으로 일어났다 사라졌기 때문에 그것을 더 이상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이 일어날 때 이 일어남을 뒤에 오는 아는 마음(지켜보는 의식)으로 지켜보아야 한다. 아는 마음이 일어날 때에 이미 먼저 일어난 안식 혹은 다른 식이 사라졌다고 하는 것은 2가지 의식이 병행하여 존재하지 않기 때문임을 명심해야 한다. ‘마음은 다르게 일어난다. 마음은 다르게 소멸한다.’ 이것은 한 순간에 오로지 하나의 의식만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색․수․상․행․식의 어떠한 오온이 일어나든 간에 그 일어남은 바로 사라지는 찰나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당신의, 우리의 오온에 관한 실상이다. 모든 일어남은 순간적이다. 이전에 일어난 오온의 사라짐은 새로운 오온을 일으키고 똑같은 과정이 끝없이 반복될 뿐이다. - 제3장. 오온의 연기(현재의 측면) 중에서 어떤 개구리 한마리가 붓다의 설법인지 알지 못하고 그저 듣기가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듣고 있다가 목동의 뾰족한 지팡이에 찔려 우연히 죽음을 맞게 되었다. 이 개구리는 천계의 삼십삼천에 천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여기서 분명히 이해해야 할 것은 개구리의 의식이 천인의 몸을 따라간 것도, 몸 안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오로지 인과법에 따른 것이었다. 불교에서 영혼이 옮겨 간다는 것은 없다. 환생이라는 것도 불교에서는 철저히 부정된다. 실제로 일어난 것은 개구리라는 과거생의 사몰심이 선행하는 원인이 되어 천인의 재생연결식이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천인의 재생연결식은 개구리의 사몰심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났다. 어떠한 영혼이나 의식이 한 존재와 다음 존재에서 일치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천인의 의식과 개구리의 의식이 하나이거나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숙지해야 한다. 다른 의식으로 옮겨 가는 영혼이나 의식은 없다. 왜냐하면 이미 말했듯이 의식은 일시적이며 무상하고 항상 변하며 동일한 상태로 연속적인 두 순간을 지속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제14장 유신견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