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작가가 알려 주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요소들 스트리트 사진가 Simpson Kim은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다섯 가지 요소로 ‘빛’, ‘컬러’, ‘인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흑백사진’을 꼽는다. 사실 역사책에 기록될 만한 순간이건 어제와 다르지 않은 점심식사 메뉴건 사진의 본질은 같다. 구도, 화각, 구성, 연출, 비율, 노출… 등도 중요하지만 저자는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가마다의 규칙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빛’과 ‘색’, ‘인물(피사체)’은 사진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그러나 작가가 그들을 통제하고 연출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만큼 작가의 메시지와 개성이 분명해지는 건 ‘사진을 찍을지’, ‘무엇을 드러낼지’가 온전히 사진가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리고’는 사진의 3요소에 더해질 수 있는 무엇이다. 우연, 장애물, 패턴, 노을, 그림자 등. 이런 요소는 사진가로 하여금 셔터를 누르게 이끈다. ‘흑백사진’은 흑과 백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색을 탐구하면서 처음부터 흑백 모드로 찍을 것을 권한다. 찍는 것과 찍히는 것이 능동과 피동이 아니라 같은 시공간에서의 동질성을 지닌 경험임을 이 책을 통해 온전히 깨달을 수 있다. 작가의 개성과 시선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들 『스트리트 포토 파이터』에 실린 모든 사진은 Simpson Kim이 10여 년 넘게 찍어 온 것들이다. 사색을 좋아하는 내성적인 성격의 작가는 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위해 학교 공부를 중단하고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다. 그리고 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찍고 싶어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 말을 걸고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스트리트 사진가가 되었다. 저자는 스트리트 사진가는 거리의 목격자라고 말한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거리를 무대로 만드는 일상의 관찰자’가 그들이다. 눈앞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찍지만 저마다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담는다. 이 책은 그 기록인 동시에 좋은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는 무엇인지와 어떻게 그것을 담을지를 이야기한다. 사진에 얽힌 비하인드와 보정법, 키워드 등 잘 찍은 사진 한 장. 자체로도 충분하지만 작가의 메시지를 분명히 담기 위해서는 후반 작업도 필요하다. 반대로 우리(사진을 보는 사람들)는 사진에 얽힌 뒷이야기가 궁금해 심한 갈증을 느낄 때도 많다. 저자는 눈길을 끄는 사진을 비롯하여 사진의 제목, 비하인드, 보정법, 키워드 등을 세세하게 공개한다. 전부 그가 경험하고 터득한 것들이라 짤막해도 묵직함이 전해진다.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것은 물론 유용한 정보들이다. 값비싼 카메라가 없어도 늘 갖고 다니는 휴대폰만으로도 사진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이 예술이 되는 데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진심이 필요하다. 같은 하늘을 바라봐도 보는 사람에 따라 그 결과물이 달라진다. 같은 대상을 수없이 변주할 수 있는 제1 매체가 사진인 이유다. 이 책에서 작가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도 사진을 찍는 사진가의 자세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리트 포토 파이터』는 매일 낯섦과 두려움이 가득한 거리로 나서는 모든 스트리트 사진가들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지지대와 같다.

들어가는 말_The Witness 1장 빛(Light) - 우리가 ‘빛’을 논하는 이유 - 내가 ‘빛’에 대해 말하고 싶은 몇 가지 - ‘빛’을 담은 사진과 글 2장 컬러(Color) - 우리가 ‘컬러’를 논하는 이유 - 내가 ‘컬러’에 대해 말하고 싶은 몇 가지 - ‘컬러’를 담은 사진과 글 3장 인물(Character) - 우리가 ‘인물(사람)’을 논하는 이유 - 내가 ‘인물(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은 몇 가지 - ‘인물(사람)’을 담은 사진과 글 4장 그리고(Et al.) - 우리가 ‘그리고’를 논하는 이유 - 내가 ‘그리고’에 대해 말하고 싶은 몇 가지 - ‘그리고’를 담은 사진과 글 5장 흑백사진(Black & White) - 우리가 ‘흑백사진’을 논하는 이유 - 내가 ‘흑백사진’에 대해 말하고 싶은 몇 가지 - ‘흑백사진’을 담은 사진과 글 감사의 말

스트리트 포토그래피(street photography)는 ‘스트리트(거리)’와 ‘포토그래피(사진)’의 합성어다. 쉽게 말해 거리에서 찍은 사진을 말한다. 지금은 흔한 단어이지만 내가 스트리트 포토를 처음 접했던 10여 년 전만 해도 좋아하거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은커녕 모두들 반문하기 바빴다. 그게 무슨 사진이냐고. 여기에는 일부 조소도 섞여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이유는 다르다. 과거에는 스스로가 정의하고 알아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너무나 다양하고 여러 갈래인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고유의 특성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사진이라는 음식의 제1 재료는 빛이다. 신선한 재료가 될 수 있는 ‘좋은’ 빛. 빛은 무엇일까? 사진이 말하는 빛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자연광과 인공광. 기준에 따라 다르게 나눌 수도 있다. 일단 빛의 방향에 따라 피사체의 정면에서 비추는 순광(純光), 피사체의 좌우 45도 각도에서 비추는 사광(斜光), 피사체의 좌우 90도 각도에서 비추는 측광(側光), 피사체의 후측면에서 비추는 반역광(半逆光), 피사체의 뒤에서 비추는 역광(逆光)으로 분류할 수 있다. 높이에 따라 직하광, 상향광으로도 분류가 가능하다. 날씨와 기타 요소 등에도 좌우된다. - 1장 ‘빛’ 중에서 역광은 물체의 뒤(혹은 후측면)에서 들어오는 빛이다. 사실 프로 작가도 보조 장치(?) 없이 역광을 활용한 인물 사진을 찍기는 까다롭다. 얼굴이나 디테일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역광은 쓸모없을까? 아니다. 그럼 역광의 매력은? 때론 가려질 때 아름답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실루엣이 그렇다. 궁금증과 오묘한 감정을 부른다. 역광의 매력이자 거기 매혹당하는 이유다. 어떻게 이런 곳에 자리 펼 생각을 했을까? 누가 봐도 신선놀음으로 보이는 그의 선택은 신의 한 수!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삼았고, 이른 아침의 역광이 낭만과 신비로움을 완성시켰다. 이 같은 효과로 아슬아슬한 남자의 실루엣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나도 끝내 카메라를 꺼냈다. 남자는 무심히 책장을 넘기고 또 넘겼다. 앞으로 얼마간은 이 모습을 유지할 것이다. 자, 대략의 구도는 주어졌다 - 1장 ‘빛’ 중 “아름다움은 아름다운 마음에서” 그럼 우리 눈이 인지할 수 있는 색은 얼마나 될까? 놀라지 말 것! 무려 1천만 개가 넘는다. 여기에 단색을 이것저것 조합한다면…? 색은 최고의 표현 수단이다. 바꿔 말하면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색을 잘 활용해야 한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에서는 특정 색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그러니 더더욱 색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을 필요가 있다. 나는 패션 전문 자격증을 준비하던 군 복무 시절에 색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시험 과목에 색 이론이 있었다.) 이전에는 색에 대한 범위가 좁았다고 할까? 어울릴 것 같은 혹은 좋아하는 색 위주로 선택했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특성상 순간의 판단과 결정, 임기응변이 중요하다. 가령 모델이 가진 색과 거리(street)가 가진 색을 어떻게 조화롭게 담을지를 찰나에 정해야 한다. 스트리트 사진가들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장은 특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2장 ‘컬러’ 중에서 색은 기억을 풍성하게 한다. 오래 간직하고픈 기억을 흑백으로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기억에게는 고유의 색이 있다. 그래서 부분보단 전체의 기억을 위해 색을 담기도 한다. 로포텐이 그렇다. 방금 뚜껑을 연 페인트로 색을 입힌 듯한 세상. 이 사진을 찍은 날도 색으로 기억한다. 채도 차이뿐, 각각의 요소들은 공통 성질을 지닌다. 엇비슷한 색들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조화와 안정감이 표현된다. 주조색이 가지는 따뜻함, 기쁨, 희망, 긍정 등은 이 하루를 오래 기억하게 한다. 저마다 기억은 다를 테니, 나만의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표식을 넣자. 나의 표식은 오른쪽의 키 큰 남자다. 그의 빨간색 티셔츠를 포인트 컬러로 활용했다.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대화 모습을 담아 온기를 더해 두었다. - 2장 ‘컬러’ 중 “기억은 저마다의 색을 지닌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찍는 사진은 인물(사람) 사진이다. 직업이 사진가인 나도 물론이다. 내가 상대를 찍는 사진도 있지만 나 자신을 찍는 셀피(selfie)도 엄연한 인물 사진이다. 그러니 사진 장르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인물이라는 주장에 반박하기는 힘들 듯하다.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보는 이는 사진에 담긴 이를 통해 (설혹 그를 모르더라도)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사진이 담는 어떤 피사체보다 전달력이 강하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에서는? 하나는 장담할 수 있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인물은 광고나 화보에 등장하는 전문 모델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적’ 자아, 다시 말해 당대의 사회상인 셈이다. 그러니 옷을 돋보이게 하고자 혹은 상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모델들과는 다른 범주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그들에게 단번에 동질감을 가지며, 온갖 감정을 포용할 수 있다. - 3장 ‘인물’ 중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고대했던 전설적인 스트리트 사진가 빌 커닝햄. 지난 세월을 새긴 그의 외모는 정말 근사했다. 문득 나의 30년, 40년 뒤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때도 지금처럼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서는 모습이면 좋겠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아, 거창할 필요는 없다. 몇 초라도 작가가 느끼는 그의 특징, 개성. 대화를 나누어도 좋겠지만 아니라도 오롯이 내가 느끼는 분위기면 괜찮다. 그는 눈가의 주름, 굽은 등, 그리고 하얗게 센 머리가 힌트다. 이들을 잘 조합하면 무언가 나올 듯한 느낌. 커닝햄의 시그니처인 파란색 재킷과 노란색 카메라 스트랩의 대비가 완성도를 높인다. 훌륭한 사진가 이상의 탁월한 모델이다. - 3장 ‘인물’ 중 “인간 스캐너가 되어 보자” ‘그리고’는 하나가 아니다. 작가의 기호, 취향, 좋아하는 것 등 뭐든 편하게 부를 수 있다. 나의 경우 우연, 장애물, 번영, 동식물, 패턴, 노을, 구름, 건축물, 그림자, 자동차…. 구상적인 것도 있고 추상적인 것도 있다. 어느 정도 작가의 의도가 들어가거나 필요한 것도 있지만 전혀 의도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이것들을 어떻게 묶을지 많이 고민했다. 딱히 공통점이 없어 보였으니. 고심 끝에 ‘그리고’라 적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부르기로 했다. 작가마다 ‘그리고’는 당연히 다를 텐데 어쨌든 작가 자신이 좋아하고 애정을 가진 무엇을 찾고 찍고 끊임없이 도전해 보는 자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나는 만물상처럼 세상의 온갖 것들을 두서없이 갖고 왔다. 살아 있는 호기심 천국처럼 보일 듯도 싶은데 어느 정도 인정. 나에게 ‘그리고’는 삶의 일부다. 이들 언저리에 머물며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그리고 깊숙이 알아 간다. - 4장 ‘그리고’ 중에서 청계5가에 있는 마전교. 자주 다니는 길목이지만 별 관심 없던 게 사실. 생뚱맞다 여겼던 이곳을, 언제부턴가 매력을 발견하고 말았다. 청계1가와 청계10가 사이에 놓인 스물두 개의 다리 중 왜 마전교에만 붉은 벽돌이 사용되었을까? 위로 길게 뻗은 열여덟 개의 창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번 솟은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더 이상 이곳은 흔하디흔한 다리가 아니라 세상 유일무이한 근사한 건축물이 된다. 오른쪽에서 빛이 들어오면서 진한 그림자가 마전교의 각짐, 간격, 굴곡 같은 형태를 더욱 잘 표현해 낸다. 뒤편의 큰 구름(적운)은 창을 비롯한 다리 전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평범한 풍경이 특별해지는 전환 장치인 셈이다. 하늘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붉은 계열이 주요 색이라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를 셔터 타이밍으로 잡았다. - 4장 ‘그리고’ 중 “일상도 특별하게” 꼭 흑백이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흑백은 무채(無彩)가 아니라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유채(有彩)다. 흑백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흰색과 검은색만으로 형형색색 무수히 많은 색을 지닌 컬러를 무력화시킨단 말인가. 이 답을 위해 사진가는 물론이고 여러 관람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몇 가지 매력을 찾아냈다.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는 수많은 색이 숨겨 있다. ‘회색’이라고 뭉뚱그려 말할 수 없는 수십, 수백, 그 이상의 색. 그래서 흑백사진을 모노크롬(monochrome)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회색조(grayscale)라 표현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더 알고 싶다면 ‘존 시스템(Zone System)’을 검색해 보면 촬영 시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흑백사진의 질감과 톤을 작가의 의도에 맞게 표현하고자 탄생한 이론이다. 핵심은 세 가지 무채색의 미묘한 톤 차이에서 형태와 구성이 강조된다는 것. - 5장 ‘흑백사진’ 중에서 뻥 뚫린 배경에 나무 하나. 이곳을 담으려고 멀리서도 찾아올 정도다. 정작 많은 인파로 텅 빈 사진을 찍는 게 쉽지 않아졌는데, 운이 좋았다. 성급하게 셔터를 누르기보다 멀찌감치 자리 잡고 오래 바라보았다. 처음 계획은 홀로 솟구친 나무만 더욱 고독하게 담는 것이었지만 뭔가 빈 느낌이었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가 올 거라 믿었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셔터만 누르면 되게끔 준비를 마쳤다. 나는 오른쪽에서 1/3 지점에 나무를 배열했다. 그의 위치는 2/3 지점이 될 것이다. 나무의 높이는 위아래 여백을 잡는 데 활용했다. 자로 잰 듯한 구도로 무료함을 느낄 수 있으니 해결 방법을 간구해야 했다. 나의 답은 언덕의 기울기. 평평한 땅이었다면 심심했을 수도 있겠지만 살짝 솟구치다 비스듬히 내려가는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