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의 범주는 양식으로 규정할 수 있다. 개별작품의 구조인 형식과 달리, 양식은 시대성과 지역성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연희의 양식은 굿놀이, 탈놀이, 인형놀이, 판소리, 광대굿놀이, 정재와 교방무, 사찰연희, 대동놀이, 풍물놀이, 유랑광대놀이, 개인춤, 연주, 가창, 강화(講話), 통과의례, 무예 등으로 대별된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양식만을 다루었다. 동양연희의 총체성을 놓고 장르론의 관점에서 미분화된 저급한 예술로 보느냐, 아니면 총체적인 현장성의 관점에서 퍼포먼스의 생동력이 넘치는 예술로 보느냐라는 논의가 제기될 수 있다. 어느 한편의 관점에서 다른 한편을 평가하기보다는 지역문화의 특징과 독자성, 문화의 교류와 발전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전통연희는 본질적으로 보존, 복원, 현대화, 창작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형문화재와 달리 공연을 통해서 생명력을 전승해 가는 무형문화재이므로 본질적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연희의 현대화와 현대연희(contemporary performance)의 창작은 동일한 목표의 양면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창의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두 측면이 동일하다. 그러나 현대화가 기존의 양식을 다분히 계승하는 방법을 취하는 반면에 창작은 원형성을 중시하되 새로운 양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시대가 달라지고 관중이 달라지면, 동시대가 요구하는 공연예술이 필요해지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현대연희의 창작은 기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동시대의 요청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다른 예술과의 경쟁, 국제적인 경쟁도 회피할 수 없다.

1 한국축제의 원형성과 민속연희 2 고대기악의 성립과 전파 3 샤먼의 제의극 4 가면극과 인형극 5 판소리와 창극 6 광대의 익살극 7 불교의식과 연희 8 죽음의례와 연희 9 두레와 풍물놀이 10 정재춤과 민속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