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해 온 차는,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누군가에게는 밥먹고 물마시는 것처럼 일상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일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물처럼 늘 곁에 있는 일용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사업이고 산업이었다. 앞서의 1권이 영화를 매개로 하여 차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담은 일종의 차 입문서였다면, 이번 책은 1권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차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 시대상뿐만 아니라 차 한잔에 담긴 위로와 여유, 애환 등 삶의 희로애락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2. 11인의 차 전문가, 애호가들이 고른 11편의 영화와 그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차 이야기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화양연화》: 차, 문화의 형성과 변화 - 서은미 1960년대 격변의 역사 속에서 홍콩의 미래와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점을 배경으로 엇갈리는 남녀관계를 색과 음악, 분위기 등 각종 장치를 통해 감각적으로 구성한 영화이다. 홍콩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달라지듯, 남녀의 관계도 그러하고, 문화도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현재의 모든 것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차 한잔을 마시며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볼 수 있게 한다. ② 《인생》: 인생, 그리고 차 한잔 - 김용재 20세기 중국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개인의 비극적인 삶을 잘 담아낸 영화로, 현대중국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영상자료로 꼽힌다. 시대적 혼란 속에서 생활환경이 형편없이 초라해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뜨거운 차로 손님을 맞이한다. 따뜻한 차가 전하는 온기처럼, 산울림의 노래 〈찻잔〉의 가사처럼, 차는 찻잔에 담겨 그 온기와 함께 소리 없는 정이 이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사람에게 치유의 에너지를 전해 준다. ③ 《무인 곽원갑》: 차, 거듭나는 시간의 이야기 - 김세리 청나라 말기의 중국 무술가 곽원갑의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개인의 삶은 의도와 상관없이 시대의 격랑 속에 휘말리게 된다. 그 과정에 어떻게 대처하고 무엇을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삶의 내용이 채워진다. 그리고 그 내면에 채워진 것들은 다양한 경로로 전달되고 교류된다. 그래서 차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진솔한 태도에서 격의 없는 소통을 이룰 수 있고 진정한 벗이 될 수 있다. ④ 《적벽대전》: 한 잔의 차가 바꾼 승패 - 김경미 걸출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 「삼국지」의 하이라이트는 적벽대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벽대전’에서는 전쟁이라는 풍랑 속에 협력의 신뢰를 얻기 위해, 혹은 적을 미혹시키기 위해 많은 방법들이 동원된다. 차도 그런 역할을 하여 차 한잔을 통해 동지가 되기도 하고, 차 한잔을 통해 탐욕을 채우기도 한다. ⑤ 《해어화》: 차와 예술 - 윤혜진 《해어화》는 1943년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 대성권번에서 최고의 예인으로 성장하고 싶어 하던 소녀의 꿈과 좌절, 삶의 달관을 조명한 영화이다. 전통 성악곡 정가正歌의 다양한 버전도 감상할 수 있다. 흘러서 사라지는 것이 유행이라는 말이지만 그래서 예술이 살아 있음을 이야기한다. 차도 오랜 시간 그렇게 흐르고 변화해서 지금 우리에게 와 있다. ⑥ 《너의 이름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차’ - 하도겸 《너의 이름은》은 만난 적 없지만 운명적인 상대를 찾아가는, 도시에 사는 소년과 깊은 산골에 사는 소녀의 인연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내가 아는 세계 외에 더 존재하는 수많은 세계, 고립된 채 존재하면서 동시에 이어지는 관계, 알 듯 모를 듯 공감하게 되는 영화 속에서 차를 만나게 된다. 휘몰아치는 힘든 상황들의 연속에도 차 한잔의 여유가 마음을 챙겨주듯이, 그 작은 쉼이, 틈이 우리의 평상심을 기억시킨다. ⑦ 《차의 맛》: 일본 차 문화의 일상 - 노근숙 시골 마을에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일본 차문화의 일상성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속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찻잔은 이들 가족의 관계와 개개인의 특징을 그 모양과 색으로 표현한다. 영화 속 가족 구성원 모두 삶의 버거움을 안고 각자 고군분투하듯 우리 개개인은 넓은 들판에 나풀대는 한 송이 들꽃같이 연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들꽃 한 송이도 대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가족이 모여 마시는 일상 속의 차는 치유와 무언의 소통을 느끼게 한다. ⑧ 《죽은 시인의 사회》: 운명적 스승,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게 하는 자 - 이현정 많은 만남 가운데 좋은 스승과의 만남은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그랬듯이, 다산 정약용의 유배는 강진 차문화에 운명적인 사건이었다. 다산과의 약속에서 시작된 이시헌 집안의 차가 생산되고 있는 강진, 그곳에서 차 한잔을 마시면 영화처럼 수많은 시간에 살다간 위인들과 다인들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⑨ 《덩케르크》: 홍차의 고급화와 다양화 - 문기영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연합군의 철수작전이 벌어졌던 프랑스 해안도시 덩케르크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 속 군수품으로 제공된 홍차, 총알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해졌던 홍차는 영국인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홍차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뜻하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받기 충분한 전쟁 기간에 설탕과 우유를 넣은 홍차는 천상의 맛이었으리라. 홍차문화를 선도한 영국에서의 홍차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⑩ 《미스 포터》: 차나무, 그리고 차밭 이야기 - 이성문 《미스 포터》는 영국의 동화작가로 우리에게 익숙한 베아트릭스 포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다. 그녀가 귀엽고 편안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자연을 사랑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따뜻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테이블 위에 근사하게 차려진 티 세트로 우아하게 홍차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자연이 제공해준 찻잎이 있어서 가능하다. 육우가 ‘아름답고 진귀한 나무’라고 칭했던 차나무와 차밭 이야기를 담았다. ⑪ 《센스 앤 센서빌러티》: 이성과 감성을 이어주는 한잔, 홍차 - 김현수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19세기 영국 중산층의 삶과 사랑, 결혼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자매의 결혼 이야기처럼, 차는 영화 속에서 갈등과 걱정, 위로와 소통 등 다양한 모티브를 보여준다. 또한 영국 사회 상층의 로우 티, 애프터눈 티에서 하층의 하이 티에 이르기까지 보편적 보급이 이루어진 영국 차문화의 다양한 측면도 보여준다. 3. ‘차는 무엇이고, 우리는 왜 차를 마시는가?’ 이 책은 11인의 차 전문가이자 차 애호가들이 11편의 영화를 통해, 차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양연화》, 《인생》, 《무인 곽원갑》, 《적벽대전》, 《해어화》, 《너의 이름은.》, 《차의 맛》, 《죽은 시인의 사회》, 《덩케르크》, 《미스 포터》, 《센스 앤 센서빌러티》 등 동서양의 다양한 영화를 배경삼아 차를 둘러싼 이모저모를, 더불어 영화 속 차 한잔이 전해주는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처럼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의 동반자이면서 교류와 소통, 사색의 도구이고, 힐링과 휴식의 아이콘이 된 차와 영화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프롤로그 영화를 통해 차茶를 말하는 마음·5 차, 문화의 형성과 변화 _영화 《화양연화》·11 서은미(부산대학교 강사) 인생, 그리고 차 한잔 _영화 《인생》·43 김용재(유엔협회세계연맹 파트너십&이노베이션 담당관) 차, 거듭나는 시간의 이야기 _영화 《무인 곽원갑》·63 김세리(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초빙교수) 한잔의 차가 바꾼 승패 _영화 《적벽대전》·85 김경미(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강사) 차와 예술 _영화 《해어화》·113 윤혜진(오동나무해프닝 대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차’ _영화 《너의 이름은.》·131 하도겸(나마스떼코리아 대표) 일본 차 문화의 일상 _영화 《차의 맛》·175 노근숙(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 일본차문화담당 교수) 운명적 스승,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게 하는 자 _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207 이현정(이한영茶문화원 원장) 홍차의 고급화와 다양화 _영화 《덩케르크》·233 문기영(문기영홍차아카데미 대표) 차나무, 그리고 차밭 이야기 _영화 《미스 포터》 ·265 이성문(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성과 감성을 이어주는 한잔, 홍차 _영화 《센스 앤 센서빌러티》·291 김현수(성균예절차문화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