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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리커버) : 자본주의 신화 깨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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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초보경제상식
저자 장하준
출판사/발행일 부키 / 2023.03.30
페이지 수 400 page
ISBN 9788960519732
상품코드 356710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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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리커버) 16,200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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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리커버) 19,800원 (10%)
        
 

 
책내용
ㆍ 2007 TV 책을 말하다 올해의 책 ㆍ 2007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올해의 책 ㆍ 2007 한국출판인회의 이달의 책 ㆍ 48회 한국출판문화상 인문교양 부문 수상 ㆍ 2008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ㆍ 2008 교보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올해의 책 ㆍ 2008 국방부 불온서적 ㆍ 160주 연속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보통 사람들을 위한 장하준의 첫 교양 경제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가 처음으로 보통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본격 교양 경제학의 걸작이다. 이 책은 출간 후 160주 연속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여러 언론과 서점, 기관의 올해의 책과 우수 도서에 선정되며 탁월한 경제서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런 한편 반미, 반정부, 반자본주의라는 딱지가 붙은 채 국방부 불온서적에 지정되는 필화를 겪기도 했다. 아마 이 책을 정말로 읽는 독자라면 이런 식의 이데올로기적 재단이나 “대체 정체가 뭐냐?”라는 질문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1980년대에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가 대대적인 공기업 민영화에 나서며 했던 “달리 대안이 없다”는 말을 연상시키는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라는 질문 역시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장하준 교수가 처음으로 현실로서의 경제학 전반에 대해, 그것도 경제학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사다리 걷어차기』(2004)나 『국가의 역할』(2006)처럼 학술적인 책도 아니고, 『쾌도난마 한국경제』(2005)처럼 우리나라에만 포커스를 맞춘 책도 아니다. 이 책은 ‘개방’과 ‘세계화’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신자유주의적 조류가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반박할 논리를 찾지 못해 곤혹스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장하준 교수가 들려주는 신랄하고 명쾌한 현실 경제학 이야기 아홉 마당이다. 풍성한 사례, 매력 넘치는 문체, 그리고 위트까지 그래서 이 책은 이제까지의 장하준 교수 책과는 문체나 구성 방식 자체가 다르다. ‘미국의 양심’이라 불리는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생생하고, 풍부하며, 명료하다”라고 이 책을 평가했다. 또 영국의 정론 일간지 『가디언』의 경제부장인 래리 엘리엇은 이렇게 격찬한다. “최고의 책이다. 탄탄한 연구를 기반으로 아름답게 서술된 이 책은 그야말로 경제학의 파노라마이다.” 그러면서 “성장과 세계화와 관련해 모든 나라가 따라야 할 정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치명적 일격”이라고 덧붙인다. 미국판 편집자는 이 책의 목적이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교리 속에 도사린 함정을 폭로”하는 데 있으며, 그러기 위해 장하준 교수가 구사하는 무기는 “십자포화처럼 쏘아대는 풍부한 사례, 야유에 가까운 위트, 그리고 매력적인 문체”라고 평가한다. 이 중 풍부한 사례는 장하준 교수의 전작들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또 매력적인 문체는 독자 각자의 판단에 맡기면 될 일이다. 그렇지만 야유에 가까운 위트라니, 하며 갸우뚱하던 고개는 다음과 같은 대목을 만나면 저절로 끄덕여진다. “외국인 투자 규제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외국인 투자의 실질적인 규제가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제 다국적 기업들은 어느 정도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발을 빼는 방식’으로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나라들에 본때를 보일 수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장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기업들의 이동성이 높아져 국가의 규제가 무력해졌다고 하면서, 어째서 개발도상국들로 하여금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국제 협정에 빠짐없이 서명하게 하려고 기를 쓰는 것인가? 신자유주의 정통파는 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것을 좋아하니까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에 맡겨 두면 되지 않겠는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호적인 나라에 대해서만 투자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만으로도 해당 개발도상국에 벌을 주거나 상을 주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부자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에 이런 제한을 부과하기 위해 국제 협정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야말로 외국인 직접투자의 규제가 효력이 없다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독자들에게 직접 다가가기 위해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무대 장치를 선보인다. 세계화의 허구와 관련해서는 당대의 베스트셀러인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를 곁들인다. 토요타 성장 신화의 이면을 파헤쳐 ‘렉서스 신화’를 무너뜨림으로써 렉서스에 감동한 그 책의 저자 리처드 프리드먼에게 일격을 가한다. 또 이 책에는 저자의 여섯 살짜리 아들까지 등장한다. 자유 무역이 언제나 정답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그 밖에도 장하준 교수가 출연시킨 조연들은 더 있다. 최초의 경제인이라는 평을 받는 『로빈슨 크루소』를 쓴 대니얼 디포에서부터, 자의식이 강한 핀란드 사람들의 철저한 외국인 배척, 홍콩의 짝퉁 산업, 영화 〈미션 임파서블〉 속 IMF의 역할, 부패했던 자이르와 인도네시아의 명암,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에 이르기까지 온갖 군상이 잇달아 무대 위로 뛰어올라 이야기판을 벌인다.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는 물을지 모른다. “여기에 제시된 대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그 판단은 각자가 하자. 다만 이 책 말미의 다음 말은 기억해 두자. “부자 나라들이 과거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은 적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그 역사적인 시기는 경제적으로도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 개발도상국 세계는 그 이전과 그 이후를 통틀어 경제적으로 가장 높은 성과를 올렸다. 그 경험에서 교훈을 찾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의무이다.”
목차
서문 추천사 감사의 말 프롤로그: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1장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다시 읽기: 세계화에 관한 신화와 진실 세계화의 정사(正史) | 세계화의 진실 | 신자유주의자냐 신바보주의자냐? | 누가 세계 경제를 운용하는가? |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이길 것인가? 2장 대니얼 디포의 이중생활: 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영국, 세계에 도전장을 던지다 | 영국 경제의 이중생활 | 미국, 싸움판에 들어서다 | 링컨과 관세와 남북전쟁 | 다른 나라들, 부끄러운 비밀들 | 역사에서 배우는 올바른 교훈 3장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자유 무역이 언제나 정답인가? 자유 무역은 통하지 않는다! | 이론이 나쁘면 결과도 나쁘다 | 국제 무역 시스템과 그 불만 | 농업을 위해서 공업을 희생시키라고? | 무역은 늘리고, 이데올로기는 줄이고 4장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가? 외국 자본이 꼭 필요한가? | 테레사 수녀 같은 외국 자본? | ‘군사력보다 더 위험하다’ | 국경 없는 세계가 도래했는가? |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것보다 나쁜 딱 한 가지는…’ 5장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 재판정에 선 국가 소유 | 국영 대 민영 | 국영 기업의 성공 사례 | 국영화를 해야 하는 이유 | 민영화의 함정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6장 1997년에 만난 윈도 98: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천재는 불이고, 이익 추구는 연료다’ | 존 로와 최초의 기술 ‘군비 경쟁’ | 변호사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다 | 미키마우스, 오래오래 사세요 | 끝을 접은 샌드위치와 강황 | 맞물린 특허의 횡포 | 가혹한 규정과 개발도상국 | 균형을 잡아라 7장 미션 임파서블?: 재정 건전성의 한계 노상강도, 무장 강도, 청부 살인업자 | 물가 상승도 물가 상승 나름이다 | 물가 안정의 대가(代價) | 재정 건전성 정책이 건전하지 않을 때 | 부자 나라는 케인스주의, 가난한 나라는 통화주의 8장 자이르 대 인도네시아: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는 등을 돌려야 하는가? 부정부패는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가? | 번영과 정직 | 시장이 너무 확대되어서 탈이다 |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훼손할 때 |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 정치와 경제 발전 9장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경제 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가? 문화는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가? | 문화란 무엇인가?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 문화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 문화의 재발명 에필로그: 세상은 나아질 수 있을까? 상파울루 2037년 | 시장에 대항하라 | 제조업이 왜 중요한가 | 집에서는 해 보지 마시오! | 기울어진 경기장이 필요하다 | 올바른 일과 쉬운 일 주
본문중에서
서문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신자유주의의 희생자였다. 1997년 외환 위기는 사실상 김영삼 정부 때 이루어진 지나친, 그리고 지나치게 급격한 금융 자유화의 결과였지만, 국내외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이것이 과거의 ‘잘못된’ 국가 주도형 경제 모델 때문이라고 호도하면서 적극적인 개방, 민영화, 규제 완화를 추구했다. 그 결과 우선 경제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1인당 소득 기준으로 6%가 넘던 경제 성장률이 2~3%대로 떨어졌다. 경제가 성숙하면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비율이 갑자기 2분의 1 내지 3분의 1로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투자 감소이다. 외환 위기 이후 자본 시장이 개방되면서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세어졌고, 이들이 계속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면서 대기업의 장기 투자가 힘들어졌다. 또 외환 위기 이후 국내 금융 시장이 자유화되면서 은행 대출에 대한 정부 규제가 없어지자, 은행은 위험이 높은 기업 금융 대신에 ‘앉아서 돈 버는’ 주택 담보 대출이나 소비자 금융을 주로 하기 시작했다. 은행 대출 중에 기업 대출의 비율이 1990년대 초 90% 선에서 30~40% 선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투자가 어려워졌다. 결국 투자율은 국민소득 대비 35% 선에서 30% 선으로 떨어졌고, 경제의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설비 투자는 더 큰 폭으로 떨어져서 국민소득 대비 비중이 외환 위기 이전 14~16% 수준에서 7~8%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투자가 줄어드니 경제 성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_〈본문 11~12쪽〉 프롤로그 한국 경제가 자유 무역 체제라는 일반적인 인식은 한국의 수출 성공 때문에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수출의 성공은 자유 무역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초기의 (간단한 의류와 값싼 전자 제품 따위) 한국 수출품들은 새롭고 보다 고도화된 산업에 필수적인 선진 기술과 값비싼 기자재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한국 정부는 그렇게 해서 도입된 새로운 산업들을 관세와 보조금으로 보호했는데, 그것은 국제 경쟁으로부터 영원히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산업이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고 조직화하여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의 경제 기적은 시장 인센티브와 국가 관리의 교묘하고도 실용적인 조합이 빚어낸 결과이다. 한국 정부는 공산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을 말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정부가 자유 시장에 대해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의 경제 발전 전략은 시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시장이 정책 개입을 통해서 조정되어야 할 때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이런 ‘이단적인’ 정책으로 부유해진 것이 한국뿐이라면 자유 시장의 주창자들이 한국의 사례는 단순한 예외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가 아니다. 나중에 논의하겠지만,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거의 대부분 신자유주의 경제학에 배치되는 정책 처방을 토대로 해서 부자 나라가 되었다.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의 본거지라고 여겨지는 영국과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_〈본문 49쪽〉 1장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다시 읽기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형편없는 ‘성장’ 기록은 당혹스러울 정도이다. 성장의 가속화-필요하다면 불평등의 증대와 약간의 빈곤 증대라는 대가를 치르고라도-는 신자유주의 개혁이 내건 목표였다. 우리는 부를 더 많이 나누어 가지려면 그 전에 먼저 ‘더 많은 부’를 창출해야 하며, 신자유주의야말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들어 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결과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 불평등은 증대한 반면, 성장은 사실상 크게 둔화되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가 풍미했던 기간에는 경제 불안정까지 급증했다. 세계는, 그중에서도 개발도상국의 세계는 특히 1980년대 이후 더 큰 규모의 금융 위기를 보다 빈번하게 겪어 왔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는 경제 생활의 모든 전선-성장, 평등, 안정-에서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전례 없는 풍요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개별 국가의 차원에서 볼 때도 정사에서 사실 왜곡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명백하다. 정통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우리에게 이런 역사를 믿으라고 강요하고 있지만,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경제 개발에 성공한 개발도상국들은 거의 모두 보호 관세와 보조금을 비롯한 갖가지 형태의 정부 개입을 활용하는 민족주의적 정책을 통해 성공을 거두었다. _〈본문 69~70쪽〉 제3세계 외채 위기가 있었던 1982년 이후 IMF와 세계은행의 역할은 크게 달라졌다. 이들은 이른바 구조조정 프로그램SAPs이라는 합동 작전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정책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브레턴우즈 기구의 본래 임무에서 훨씬 벗어나 정부 예산, 산업 규제, 농산물 가격, 노동 시장 규제, 민영화 등 개발도상국들의 거의 모든 경제 정책을 포괄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1990년대 들어 차관에 이른바 체제 관련 융자 조건governance conditionalities을 붙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들의 ‘임무 확장’이 한층 더 진전되어 민주주의, 정부의 분권화, 중앙은행의 독립은 물론 기업의 지배 구조와 같은 그 이전까지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영역에 대한 간섭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임무 확장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IMF와 세계은행은 상당히 제한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범하였다. 그렇지만 이 기구들은 자신들로부터 돈을 빌려 가는 나라들은 경제 운용에 실패한 나라들이고, 그런 만큼 그것이 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자신들의 본래 임무를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이라 하더라도 마땅히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_〈본문 75쪽〉 2장 대니얼 디포의 이중생활 이런 정책은 제2차 세계 대전 후 일본, 한국, 대만과 같은 동아시아 ‘기적’의 경제들이 사용해 성공을 거둔 정책들과 아주 유사하다. 나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1950년대 일본의 정책 입안자들에 의해 고안되었다고 믿었던 정책이 실상 오래전에 영국에서 발명된 것이었다. 월폴의 보호 무역 정책은 다음 세기에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고, 그 덕택에 영국 제조업은 유럽 대륙의 제조업을 따라잡은 것은 물론, 결국에는 앞서 나가게 되었다. 영국은 이렇듯 19세기 중반까지 고도의 보호 무역 국가였다. 1820년 영국의 경우 수입 공산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45~55%였는데, 저지대국은 6~8%, 독일과 스위스는 8~12%, 프랑스는 20% 남짓이었다. 영국이 무역 정책에 활용한 무기는 관세만이 아니었다. 영국은 식민지에서의 선진적인 제조 활동에 대해 무조건적인 금지령을 내렸다. 월폴은 미국에 고급 철강을 생산하는 새로운 철강소의 건설을 금지함으로써 미국인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강철 대신에 부가가치가 낮은 선철과 철봉 제조에 매달리게 만들었다. 영국은 또한 식민지들이 자국의 제품과 경쟁하게 될 만한 제품을 자국이나 해외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영국은 당시 영국산 면직물보다 품질이 우수했던 인도산 면직물(캘리코)의 수입을 금지했으며, 1699년에는 (양모조례를 통해) 식민지들이 다른 나라로 모직물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아일랜드의 모직물 산업을 파괴하고 미국 내 모직물 산업의 출현을 막았다. 최종적으로 영국은 식민지에 대해 1차 상품의 생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쳤다. _〈본문 93쪽〉 미국은 19세기 내내, 그리고 1920년대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 무역 국가였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 스위스 출신의 유명한 경제 역사학자 폴 베어록은 (1846~1861년 사이에) 미국 경제에서 보호 무역이 크게 축소된 것이 미국의 경제 성장률에 눈에 띄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지적한다. 일부 자유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원인은 풍부한 부존자원과 넓은 국내 시장, 그리고 낮은 문맹률 등 성장에 유리한 조건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이와 같은 조건을 거의 갖추지 못한 많은 나라들 역시 보호 무역 장벽 뒤에서 빠르게 성장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런 반론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간단히 말해 독일, 스웨덴, 프랑스, 핀란드, 오스트리아, 일본, 대만,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공업 분야에서는 어느 누구도 도전할 수 없을 정도로 우위를 점하게 된) 미국은 무역을 자유화하고 자유 무역의 대의를 대대적으로 옹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은 단 한 차례도 (1860~1932년 사이) 자유무역주의 시기의 영국만큼 강력하게 자유 무역을 실시한 적이 없다. 미국은 영국처럼 무관세 정책을 펼쳤던 적이 없다. 게다가 미국은 필요하면 언제든 관세 외의 다른 보호주의 정책을 서슴없이 사용하였다. 그뿐인가. (절대적인 자유 무역은 아니지만) 자유무역주의를 강화한 후에도 미국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과 같은 여타의 수단으로 핵심 산업을 장려했다. 195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 연방 정부의 지원은 전체 연구개발 비용의 50~70%를 차지했는데, 이는 일본과 한국 등 ‘정부 주도형’ 국가에서 볼 수 있는 20% 남짓 되는 수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_〈본문 106~107쪽〉 3장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이렇다.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는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들은 우월한 외국의 생산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보호 정책, 보조금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국제 경쟁으로부터 (부분적으로) 격리되는 기간이 있어야 한다. 물론 유치산업이 ‘자라나서’ 다른 해외의 생산자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되면 격리 조치는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지나치게 빨리 격심한 국제 경쟁에 노출된다면 이런 생산자들은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장의 서두에서 아들 진규를 들먹이면서 제시했던 유치산업에 관한 주장의 본질이다.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은 개발도상국들에 자유 무역을 권장하면서, 자신들이 모두 완전한 자유 무역은 아니더라도 그에 가까운 무역을 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여섯 살 먹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보고, 성공한 어른들은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으며, 또한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여섯 살 먹은 그 아이를 일터로 보내라고 충고하는 것과 같다. 성공한 어른들은 성공을 했기 때문에 자립을 한 것이지,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을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서적으로 든든한 지원을 받아 온 사람들이다. 2장에서 논의한 바처럼 부자 나라들은 자국의 생산자들이 준비를 갖추었을 때에만, 그것도 대개는 점진적으로 무역을 자유화했다. 요컨대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무역 자유화는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결과이다. _〈본문 134~135쪽〉 4장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 미국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외국인 투자를 가장 많이 받았던 나라였음에도 이렇듯 외국인 투자에 대해 다방면으로 엄격한 통제를 실시했는데, 이는 최근 중국의 경우와 비슷하다. 중국 역시 최근 몇십 년 동안 다국적 기업을 엄격하게 규제했음에도 엄청난 양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면 투자의 흐름이 줄어들고, 외국인 투자 규제를 완화하면 외국인 투자의 흐름이 증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율의 유지와) 외국인 투자에 대한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부분적으로는 바로 그런 규제 덕에-19세기부터 192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했던 경제였다. 이는 외국인 투자 규제가 경제의 성공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일반적인 견해의 토대를 허무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 규제의 측면에서 미국보다 훨씬 가혹한 태도를 보였던 것은 일본이었다. 특히 1963년 이전의 일본에서는 외국인 소유권이 49%로 제한되었고, ‘주요 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면 금지되었다. 이후 외국인 투자가 꾸준히 개방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범위는 국내 기업이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산업으로 제한되었다. 결국 일본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체 국내 투자에 대비해 볼 때 공산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일본은 최근 들어 WTO에 제출한 문서에서 “(외국인 직접)투자의 제한은 발전 정책의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과거 일본이 취했던 행동을 생각할 때 역사에 대한 선택적 건망증과 이중 기준, 그리고 ‘사다리 걷어차기’의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_〈본문 164~165쪽〉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 규제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외국인 투자의 실질적인 규제가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제 다국적 기업들은 어느 정도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발을 빼는 방식’으로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나라들에 본때를 보일 수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장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기업들의 이동성이 높아져 국가의 규제가 무력해졌다고 하면서, 어째서 개발도상국들로 하여금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국제 협정에 빠짐없이 서명하게 하려고 기를 쓰는 것인가? 신자유주의 정통파는 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것을 좋아하니까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에 맡겨 두면 되지 않겠는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호적인 나라에 대해서만 투자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만으로도 해당 개발도상국에 벌을 주거나 상을 주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부자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에 이런 제한을 부과하기 위해 국제 협정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야말로 외국인 직접투자의 규제가 효력이 없다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_〈본문 170쪽〉 5장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어느 외국 은행가는 제3세계 외채 위기가 한창이던 1980년대 중반 『월스트리트 저널』 지에 “우리 외국 은행가들은 돈을 벌 것 같을 때는 자유 시장을 지지하고, 돈을 잃을 것 같을 때는 국가를 믿는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자유 시장을 공언하는 정부가 대규모 민간 기업에 대해 국가적인 금융 지원을 시행한 사례는 실제로도 많다. 스웨덴의 조선 산업은 1970년대 말 파산에 이르렀는데, 당시 44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을 장악한 우파 정부의 국유화 조치에 의해 구제되었다. 그런데 이 우파 정부는 국가 규모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한 정부였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는 1980년대 초 위기에 직면했지만, 당시 신자유주의적 시장 개혁의 선봉에 섰던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정부에 의해 구제되었다. 칠레는 부실하게 계획된 금융 자유화를 때 이르게 실시했다가 1982년에 금융 위기를 맞은 뒤 전체 은행 부문을 구제하기 위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자유 시장과 사적 소유를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유혈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피노체트 정부에 의해서 말이다. 국영 기업에 반대하는 신자유주의적 견해가 더 근거 없는 것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영 기업의 사례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일류 기업들도 많다. _〈본문 185~186쪽〉 앞서 지적했듯이 국영 기업의 비효율성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주인-대리인 문제, 무임승차 문제, 연성 예산 제약 등은 모두 실재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오직 국영 기업에만 존재하는 문제는 아니다. 분산 소유의 대규모 민간 기업들 역시 주인-대리인 문제와 무임승차 문제에 시달린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문제에서는 소유의 형태가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경계는 국영과 민영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된 소유와 분산된 소유를 구

저자
장하준
1963년 10월 7일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3년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에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2005년에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 '개혁의 덫', '쾌도난마 한국 경제',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국가의 역할Globalization,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ole of the Stat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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