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왕의 죽음은 미궁에 빠져 있다. 그가 몇 살에 즉위하여 몇 살에 왜 죽었는지조차 밝혀져 있지 않다. 학계에 널리 알려진 엉터리 가설은 ‘효소왕은 6세에 왕위에 올라 16세에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효소왕을, 「삼국사기」에서 687년 2월에 출생하였다고 한 31대 신문왕의 원자로 잘못 판단한 데서 나온 틀린 역사이다. 효소왕은 687년생이 아니다. 효소왕은 677년[문무왕 17년] 아버지, 어머니가 혼인하기 전에 출생하였고 「삼국유사」가 말하는 대로 692년 16세에 즉위하여 702년 26세에 죽었다. 효소왕은, 700년 5월 경영의 모반으로 700년 6월 1일 어머니 신목왕후가 죽은 지 2년 후인 702년 7월 27일에 죽었다. 경영의 모반은 정통성이 결여된 효소왕을 폐하고 부모가 정식 혼인한 683년 5월 7일 이후인 684년에 태어난 김사종을 즉위시키려는 모의였다. 경영의 모반에는 중시 김순원이 연좌되어 파면되었다. 김순원은 자의왕후의 친정 동생이다. 702년 효소왕의 아우 성덕왕이 오대산에서 돌아와 22세로 즉위하였다. 26세 효소왕의 죽음은 어머니 신목왕후와 아버지 신문왕의 혼전, 혼외정사가 낳은 결과이다. 34대 효성왕의 죽음은 아버지 33대 성덕왕의 두 번에 걸친 혼인과 그 자신의 후궁 총애, 계비 혜명왕비의 후궁 살해 사건으로 유발되었다. 효성왕은 성덕왕의 선비 엄정왕후의 아들이고, 그의 아우 35대 경덕왕은 성덕왕의 계비 소덕왕후의 아들이다. 엄정왕후는 가락 김씨로 보이는 김원태의 딸이고 소덕왕후는 자의왕후의 동생 신라 김씨 김순원의 딸이다. 이 이복형제 사이의 왕위 쟁탈전은 형을 죽이고 아우가 즉위하는 비극을 낳았다. 효성왕의 계비 혜명왕비의 아버지는 김순원의 아들 김진종이다. 소덕왕후와 혜명왕비는 고모와 친정 조카딸이며, 경덕왕은 혜명왕비의 고종사촌이다. 혜명왕비의 오빠는 김충신, 효신이다. 김효신은 혜명왕비의 후궁 살해에 관여하였다. 36대 혜공왕의 어머니 만월부인[경수태후]는 김의충의 딸이다. 만월부인은 경덕왕의 계비이다. 김의충, 신충은 김대문의 아들로 보인다. 김대문은 김오기의 아들이다. 김오기는 자의왕후의 여동생 운명의 남편이다. 혜공왕의 죽음은 그의 어머니 만월부인의 혼외정사가 직접적으로 야기하였다. 상대등 김양상과 이찬 김경신이 만월부인의 정부 김지정이 일으킨 모반을 진압하러 군대를 출동시켜 혜공왕, 태후, 왕비를 죽였다. 혜공왕의 죽음의 원인이 된 어머니 만월부인의 혼외정사는 「성덕대왕신종지명」에 의하여 논증된다. 에밀레종 명문(銘文)이다. 효소왕의 어머니 신목태후의 혼전, 혼외정사 문제는 「황복사 3층석탑 금동사리함기 명문」에 의하여 자세하고도 정확하게 증명된다. 이 두 기록은 신라 시대에 직접 그 일을 겪은 인물들에 의하여 작성되었다. 그들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았다면 거기에 적힌 내용은 사실(史實)이다. 놀랍게도 그들은 있었던 일을 있었던 그대로 적어 두어 왕실의 추문을 재구하는 데에 훌륭한 증거가 되는 기록을 남겼다. 효성왕의 불행한 죽음은 있었던 그대로 「삼국사기」에 적혀 있다. 효성왕이 후궁을 총애하여 승은을 입히기를 날로 심하게 하고, 혜명왕비가 친정 족인들과 모의하여 그 후궁을 죽이고, 그 후궁의 아버지 영종이 모반하여 사형당하고, 그리고 어느 날 효성왕은 죽어 화장당하여 동해에 산골되고 이복 아우 헌영이 즉위하였다. 그가 경덕왕이다. 이 세 왕의 죽음이 통일 신라 망국의 원인이다. 이 세 왕의 죽음에는 모두 자의왕후와 그의 친정 세력이 관여하였다. 특히 자의왕후의 여동생 운명의 증손녀인 만월부인의 혼외정사는 그 아들 혜공왕의 죽음을 불러옴으로써 실제로 통일 신라를 멸망시키는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혜공왕을 낳기 위하여 경덕왕과 만월부인은 여러 가지 거대한 불사를 벌였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역사의 흔적이 인간의 탐욕과 비행을 증언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독자들이 「삼국유사」의 이런 기록들의 진정한 가치를 꿰뚫어 보고 역사 기록을 올바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 이바지하기 바란다. 또한 독자들이 「삼국사기」가 빠트렸거나 이상하게 적어 「삼국유사」의 기록과는 다른 경우 대부분 「삼국유사」의 기록이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고 「삼국유사」의 사료적 가치를 인정하는 데에 이바지하기 바란다. 나아가 나는 김양상이 김흠순의 후손으로 가락 김씨 핏줄을 이어받았다는 증언을 남긴 필사본 「화랑세기」의 위서 여부에 관한 학계의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필사본이 한 개인에 의하여 창작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보고 필사한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면 일본도 더 이상 이 일에 시치미를 뗄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신라사에 관한 연구는 필사본 「화랑세기」를 떠나서는 논의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책의 내용과 어긋난 것은 그 어느 것도 역사적 진실이 아니다. 그만큼 필사본 「화랑세기」는 화랑도 풍월주들의 세보를 통하여 21대 소지마립간[재위 479년-500년] 이후부터 31대 신문왕[재위 681년-692년] 때까지의 신라 왕실과 귀족 사회의 속살을 있었던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유목민 흉노족의 혼습에서 유래한 족내혼이 왕실 혼인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깊고도 길다.

제1장 미추왕 죽엽군 1. 김유신 혼령은 왜 분노했을까 2. 댓잎 군대의 비밀 3. 김융의 모반 제2장 대성 효 이세 부모 신문대 1. 불국사는 왜 지었을까 2. 불국사, 석불사 창건 설화 3. 김대성이 아니라 김대정이다 「삼국사기」에는 김대성이 없다 그승[前生]은 가상이고 이승[此世]는 현실이다 4. 통일 신라 왕실 상황 개관 제3장 왕들은 왜 절을 지었을까 1. 봉덕사와 에밀레종 봉덕사는 효성왕이 성덕왕을 위하여 지었다 2. 사천왕사와 망덕사 3. 감은사와 대왕암 4. 황복사: 효조왕이 지은 절 황복사 3층석탑 금동사리함기 명문 효조대왕, 융기대왕, 김사종, 김근{흠}질 김순원과 김진종 그들은 절을, 왕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지었다 5. 누구를 위하여 경덕왕은 불국사를 지었을까 제4장 경덕왕 충담사 표훈대덕 1. 충담사와 표훈대덕 2. 「안민가」에 대하여 3. 「찬기파랑가」에 대하여 흐느끼며 바라보매/ 이슬 밝힌 달이 흰구름 좇아 떠간 언저리에/ 기랑의 모습일 시 숲이여 모래 가른 물시울에/ 숨은내 자갈밭에 낭이여 지니시던/ 마음의 가를 좇노라 아아 잣가지 높아/ 눈이 못 덮을 화랑장이여 4. 역사의 증언 가을 날 그믐쯤에 죽은 화랑장, 병부령을 찾으라 김군관의 전공 5. 박창화의 「화랑세기」의 증언 김군관은 누구인가 쿠데타의 배경과 삼간(三奸)들의 관계 문명왕후와 자의왕후의 정쟁 무열왕의 선택 신라 김씨 왕실은 모계 사회였다 소명전군의 죽음 김흠운의 딸과 이공전군의 출생 김흠돌 모반의 실상 김군관의 선택 기파랑은 김군관이다 6. 국민이 편안히 다스려지지 않는 이유 경덕왕의 첫 왕비 폐비와 재혼 아들 하나 낳기에 올인 한 경덕왕 혜공왕 건운의 출생과 시해 제5장 망국의 과정 1. 경덕왕의 앞 시대 통일 신라 김씨 왕실의 혼맥 신문왕의 혼외정사와 성덕왕의 두 왕비 효성왕의 불행한 일생 2. 경덕왕의 시대 경덕왕의 재혼과 중시 김대정 왕자 건운의 출생 이순의 괘관과 신충의 면직 3. 혜공왕의 시대 만월왕후의 섭정과 어지러운 세상 혜공왕 시해와 왕통의 변경 제6장 김양상은 가락 김씨이다 1. 혜공왕 시해 사건 재수사 혜공왕 시해 사건 기록 검토 성덕대왕신종지명 검토 혜공왕 시해 진범과 역사의 왜곡 2. 김양상의 외할머니는 누구인가 3. 김양상은 가락 김씨이다 김양상의 증조부는 김흠순이다 4. 새외숙부, 새외숙모, 새외사촌이 있는 외가 제7장 논의의 요약 *참고문헌 *연표 찾아보기 *관여 가계도(家系圖) *발문(跋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