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문화 국민
현대인은 비록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문화인이다. 스스로 지적 활동에 매진하건 아니면 선대가 축적해 놓은 문화 결과를 향유하면서 살아가건 관계없이 요순이 살았던 시대보다도 향상된 문명 사회에 살고 있다. 현대 국가도 포연에 휩싸여 있는 전쟁터가 아닌 경우라면 대개 문명국임에 틀림없다. 저자가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한국은 분명 문화 국가이고, 한국인은 문화 국민이다. 북한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우리 주변의 많은 국가는 문화 국가이고, 그 국민은 문화인이다.
문화 국민은 소속 국가와 불가분 관계에 있다. 문화 국민이 문화 국가를 만들고, 반대로 문화 국가가 문화 국민을 만든다. 문화 국민과 문화 국가는 밀접한 상호작용 관계에 있다.
문화 국민(文化國民, culturalized people)은 국가라는 공동체에 몸담고 살아가는 문화인을 말한다. 문화인(文化人)은 문화화된 사람으로서 (원초적 욕구 충족, 동물 수준을 벗어난), 지적이고 세련된 사람이다. 문화인은 지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꾀하고, 다른 사람의 지적 활동에 의해 창조된 결과물이나 공동체 사회에 존재하는 지적 상징 체제를 받아들여 체득한 사람이다. 문화 국민은 이런 문화인 개인이나 국가 내에 거주하는 모든 문화인을 총칭하는 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 구분하면서 문화 예술을 하는 사람만을 가리키는 문화인이 아니다.)
문화인은 지적, 감성적, 문명적, 생활 수준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말할 때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여 (동물 수준의, 미개한 상태를 벗어난) ‘적당히 수준 높은 사람’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문화 국민은 문화인 개인을 말하기도 하지만, 총체적 문화인 집단으로서의 국민을 가리킨다.
문화 국민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띠고 있다.
첫째, 지혜를 사용하여 삶을 윤택하게 하는 사람이다. 문화인의 기본 특성은 지적(知的, intelligent)이라는 점이다. 이성적,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면서 살아간다. 지식을 활용하여 나쁜 짓을 하거나 지적 장애가 있어 무분별한 사람은 문화 국민 속에 포함시키기가 어렵다. 사기꾼이나 범죄인은 처벌 받아야만 하는 비문화인이다.
둘째, 공동체 내에 존재하는 문화를 받아들여 체득한 사람이다. 문화의 속성은 공유된다는 점인데, 우수하고 좋은 문화는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모방되고 전파되어 함께 한다. ‘국가’라는 공동체는 통치의 특성 상 법규를 정하고 구성원에게 실천을 강요하기도 한다. 문화 국민은 자발적으로, 또는 법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공동체 문화를 공유한다.
셋째, 체득한 문화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존중하며, 행동 기준으로 삼는다. 옳고 바른, 필요하고 좋은 것으로 인식하여 받아들인 문화 콘텐츠를 삶에 잘 활용하여 행복을 추구한다. 기존 문화 질서를 존중하고, 법규를 따르며, 현명한 전문가, 권위자의 지도를 용납한다.
넷째, 자신의 욕구와 체득한 문화를 잘 조율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인간의 기본 욕구는 생존인데, 여기에는 의식주 충족, 안전 생활, 즐거움 추구가 포함된다.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필요한 활동을 잘 이해하고 실천한다. 공동체 구성원과 협조하고, 국가의 법규에 잘 따르며, 책임과 의무를 실천한다.
다섯째, 문화 국민의 문화 특성이나 수준, 문화 행태는 매우 다양하다. 문화 국민의 문화성(文化性, culturality), 문화 수준(文化水準, cultural level), 문화 행태(文化行態, cultural behavior), 생활 방식(生活方式, life style), 문명 수준(文明水準, civilization level)은 각양각색이다. 그렇지만, ‘국민’이라는 관점에서 공동체성을 띠고 국가관을 공유한다.
여섯째, 국가 공동체 내에서도 지적 역량이나 문화 수준,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군집화 한다. 문화 특성이나 문화 수준,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문화 국민은 ‘끼리끼리’ 모이고 군집화 한다. 이런 군집들은 처음부터 다른 군집과 차이를 보이고, 각자 독특한 경로를 거쳐 발전해 간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군집 간 차이가 커지고, 자칫 대립과 갈등 구조를 낳을 수 있다.
일곱째, 문화 국민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다른 사람의 문화와 교류하며 상호작용을 한다. 국가 공동체 내부는 물론 다른 나라, 국민과도 활발하게 교류한다. 교통과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이제는 인위적 국경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뉴미디어,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를 통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전 세계인이 언제라도 만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
여덟째, 국가 공동체에 속해 있는 ‘국민’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행동한다. 문화 국민의 기본 요건은 ‘국민이라는 공감대’다. 물론 인위적인 국적이나 시민권을 통해 국민이라는 객관적 공통점을 지닐 수가 있지만 문화 국민에게 절실한 것은 국민 공감대(國民共感帶, national sympathy)이다.
■ 문화 국민의 형성
- 국적, 시민권 취득:
문화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라는 공동체 소속원이 되어야 한다. 인간이 특정 국가 공동체에 소속되는 방법으로는 출생과 귀화가 있다. 먼저 출생을 통한 국적 취득을 보면 속지주의와 속인주의 방식이 있다. 속지주의(屬地主義)에서는 국가라고 경계 지워진 영토 내에서 태어나면 그대로 그 나라의 국민이 된다(이대희, 2019:31). 한반도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에 비해 속인주의(屬人主義. 또는 血統主義)는 부모의 국적에 따라 부모와 같은 나라 국민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순수한 혈통주의를 택하고 있다. 미국에 업무 차 파견되어 있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다. 문제는 나라마다 입장이 달라 미국이 속지주의를 취하면 미국서 태어난 아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동시에 미국 국민이 되기도 한다. 즉 이중 국적(二重國籍, dual nationality)을 갖는다.
국민이 되는 요건 중 귀화(歸化)에 의한 것이 있다. 일정한 절차에 따라 한 나라의 국적을 포기하고 옮겨가는 새로............................................................
권모술수는 정치인, 정치 집단이 동시에 갖춰야할 덕목이다. 이런 덕목이 폄하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지혜로움, 도덕성, 정의로움이 전제되어야 한다.
2. 정치의 문화성
1987년 12월 16일, 새 헌법 제정 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은 부산(56.0%)과 경남(51.3%)에서, 김대중은 광주(94.4%)와 전남(90.3%), 전북(83.5%)에서, 김종필은 충남(45.0%)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은 대구(70.7%)와 경북(66.4%), 강원(59/3%), 제주(49.8%), 충북(46.9%)에서 골고루 많은 지지를 받은 노태우 후보였다. 이후 한국의 정치는 3 김 씨가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의 맹주로 활약하는 시대가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정치는 지독하게도 지방색(地方色, local color)을 띤다.
〈그림 -1〉 2016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Wikipedia: 2016 United States presidential election)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의 클린턴이 맞붙었다. 득표수(트럼프 6298만 명, 클린턴 6585만 명)나 득표율(트럼프 46.09%, 클린턴 48.18%)에서는 모두 클린턴이 앞섰지만, 최종 선거인단 수에서는 트럼프(306명)가 클린턴(232명)을 앞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클린턴은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등 흑인, 유색인종, 이민자가 많은 동부와 서부 해안 지역에서 승리한 반면에 트럼프는 전통적인 농촌 지역, 미국 중부 내륙과 남부의 백인 우세 지역에서 승리하였다. 백인 중 57%가 공화당 트럼프를 지지하였고, 흑인 89%, 히스패닉 66%, 아시안 65%는 민주당 클린턴을 지지하였다. 정치는 지방색에 이어 피부색(皮膚色, skin color)을 띠고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타 민족 학대, 민족 청소(民族淸掃, ethnic cleansing), 인종 청소(人種淸掃)는 인류를 진저리치게 만든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아돌프 히틀러의 나찌당에 의해 잔행된 홀로코스트(Holocaust)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유태인 600만 명을 포함한 1000만 명 이상의 이민족을 학살한 만행이었다. 일본군에 의한 남경 대학살, 생체 실험도 이런 만행의 일환이다. 이민족에 대한 전쟁, 학살, 약탈은 정치의 민족색(民族色, ethnic color)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민족 국가였던 유고슬라비아는 1980년 티토(J.B. Tito) 대통령 사후에 민족 독립의 내전에 휩싸였다. 세르비아 민족을 중심으로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알바니아, 슬라브 민족들이 서로서로 독립 국가 형성, 영토 확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쟁을 불사하였다. 타민족 말살을 위한 인종 청소가 자행되었고 이에 동반하여 종교 탄압이 잇달았다.
“보스니아 내전의 참상을 말할 때 회교도들 사이에 ‘인간 도살자’로 불리던 아르칸이란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숱한 보스니아 회교도들이 굶주림과 질병, 또는 세르비아계의 학대로 죽어갔다. 특히 일부 수용소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조직적인 강간이 이뤄졌다. 이런 성적 학대는 ‘인종청소’ 차원에서 ‘이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이곳을 떠나라’는 메시지가 담긴 악랄한 범죄로 비판을 받았다...세르비아계는 적대적인 전쟁 예비 병력을 없앤다는 구실로 10대 소년에서 50대 장년에 이르는 보스니안들을 마구 학살, 집단무덤에 파묻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에서 일어난 최악의 민간인 학살사건이다.”(출처: 세계의 갈등 지도(11): 보스니아. ‘인종청소 내세운 광기 어린 살인·집단강간’ 신동아. 2003-10-27).
유고슬라비아 붕괴 과정을 통해 정치의 민족색에 이어 종교색(宗敎色, reli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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