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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 한인 이주의 역사와 발전, 그리고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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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동남아시아사
저자 김동엽 , 김동엽
출판사/발행일 눌민 / 2021.05.31
페이지 수 340 page
ISBN 9791187750468
상품코드 35146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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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를 펴내며 동남아시아는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방문하는 해외 방문지 1위 지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남아 한인 이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사례가 없다 보니 한인 단체는 물론 기관에서조차 축적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행인 것은 동남아로의 한인 이주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초기 이주자들이 생존해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동남아 한인 사회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교육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진흥사업단)을 통해 해외한인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총 8명의 학자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 등 총 9개국을 직접 방문하여 동남아 한인 이주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연구하였고, 이에 동남아의 국가별 한인 사회를 총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는 필리핀을 시작으로 내년 2022년 5월 말까지 지난 3년 간 진행해온 한인 사회 연구 프로젝트 결과물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한국과 동남아의 사회, 경제, 문화적 상호 발전과 상호 의존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동남아 한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주민들의 생애를 통해 본 필리핀 이주의 역사 동남아에 정착해 사는 이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녹취한 자료를 이주와 정착, 한인 사회 관계, 현지인과의 관계, 그리고 가족과 미래 등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정리한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 1 필리핀: 한인 이주의 역사와 발전, 그리고 정체성』은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의 첫번째 결과물이다. 필리핀은 지리적으로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과거 미국 식민지의 영향으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근래 매년 150만 명 넘는 한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필리핀은 삼국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고,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 자유진영의 일원으로서 양국은 국제 사회의 파트너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필리핀국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27년 간 꾸준히 필리핀과 관련된 공부와 강의를 해왔던 김동엽 교수가 필리핀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의 해외 이주민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해외로 이주한 한인들이 정착해가는 과정을 살펴본 이 책을 통해 필리핀 한인들의 다양한 삶뿐만 아니라 국가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리핀에 정착해 사는 한인 17인의 진솔한 삶과 이야기 이 책에는 필리핀으로 이주한 열일곱 분에 대한 이주와 정착에 관한 인터뷰가 실렸다. 이 인터뷰에는 어떤 자료에서도 얻을 수 없는 한인 이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증언이 담겨 있다. 또한 생애사 분석을 통해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사회적, 역사적인 기억으로 확장했다. 이는 개인의 사회적 위치성과 관련해서 주체로서의 개인이 삶을 주도적으로 조직해내는 행위성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필리핀 이주 한인들의 특성을 필리핀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부터 시작하여 세 시기로 나누어 구분하였는데, 첫번째 시기에 해당하는 필리핀 이주 한인들은 1970년대 이전에 이주한 경우이다. 이 시기에 이주한 한인들은 일부 일본 식민지하에서 군인의 신분으로 필리핀에 왔다가 정착하게 되었거나, 독립 후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우위에 있던 필리핀으로 유학이나 상업 활동을 할 목적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사람들이다. 일제강점기 미국 유학을 목적으로 필리핀에 왔다가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내고자 활동을 펼치고 해외 한인 사회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대한민국으로부터 대통령 훈장까지 받은 박윤화 씨부터 한국전쟁 직후 필리핀 남성과 결혼해 필리핀으로 이주한 여성, 1960년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필리핀으로 와서 어렵게 무역사업을 시작한 김상조 씨, 유엔기구에서 일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로마와 태국을 거쳐 비로소 필리핀에 정착하게 된 김용찬 씨까지 이주민 1세대로써 한인 사회를 이끌었던 이들의 고단했던 삶을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전하고 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직후, 그리고 1960년대 열악하고 억압적인 환경의 조국을 떠나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필리핀에 정착해 이주에 성공한 사례다. 두번째 시기에 해당하는 필리핀 이주 한인들은 1970~1980년대에 이주한 경우이다. 이 시기는 한국의 경제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졌으며, 한국과 필리핀의 경제적 발전 수준이 뒤바뀌는 시기였다. 한국 기업들이 필리핀에 진출하면서 기업 주재원으로 이주했다가 퇴직 후 필리핀에 남아 개인 사업을 시작한 사람부터 국제기구나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던 사람들, 그리고 유학생과 선교사 신분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사람들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고학력자 엘리트로 공직 생활을 하다가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필리핀에 정착한 한상태 씨라든가 한국 기업 주재원으로 파견되어 왔다가 필리핀에 정착한 김춘배 씨, 대학 졸업 후 필리핀으로 유학 와 한인회 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편 박현모 씨 등 이들은 필리핀 사회에 깊숙이 동화되어 존경받는 한국계 외국인으로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급속히 성장한 조국에 대한 애착심 또한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세번째 시기에 해당하는 필리핀 이주 한인들은 1990년대 이후에 이주한 경우이다. 이 시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양국 간의 경제적 격차가 확연히 역전된 상태였다. 이 시기에는 필리핀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과 어학연수생 수가 급속히 증가하며, 이들을 고객으로 하는 여행업, 숙박업, 요식업 등 다양한 업종이 나타났고, 이러한 업종에 종사하는 한인들의 수도 급속히 증가했다. 미국 유학 중 필리핀 사람과 결혼해 필리핀으로 온 김현숙 씨, 휴식차 필리핀에 왔다가 필리핀 아내를 만나면서 정착하게 된 손범식 씨,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으로 이주해온 이주 1.5세대인 최일영 씨,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생활하다 필리핀으로 이주해온 김인일 씨,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결혼 후 필리핀으로 이주해온 강동석 씨, 사업 부도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연히 필리핀에 오게 된 정민재 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필리핀에 정착한 이들인 만큼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 또한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얻을 수 없었던 기회를 얻고자 필리핀을 찾기는 했지만 발달한 교통 통신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시기에 이주한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이다. 하지만 한인 이주민 수가 많아지고 더 다양해진 만큼 한인 사회에서 또 필리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부작용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필리핀 한인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 이주와 정착에 관한 이론을 새롭게 조명 필리핀 이주민의 특수성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필리핀도 귀화라는 방법 이외에 법적으로 시민권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의 필리핀 한인들은 외국인 신분으로 체류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 일본, 북미, 호주 등 주요 이민 지역과 비교할 때 동남아 한인 사회는 유입국에 뿌리내리는 정착형보다는 경제적 목적을 가진 상업 이주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필리핀 한인 사회는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도 무척 다양하고 복잡하다. 하지만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한인이 전체 한인의 0.9퍼센트에 불과하며, 이는 대부분 필리핀 한인들이 불안정한 체류 신분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즉 필리핀을 미국이나 호주 등 다른 영어권 국가로 가기 위한 일시적 경유지로 간주하는 예가 많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한인들은 대다수가 한국 국적을 소유하고 영주권이나 장기체류 자격으로 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일부 필리핀인과의 국제결혼이나 특별한 계기를 통해 귀화하여 필리핀 국적을 취득한 예도 있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김용찬 씨의 구술생애사 부분을 통해 한국인도 필리핀인도 아닌 ‘국제인’으로서, 데이비드 허다트가 말한 혼종적 정체성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워 보인다. “나는 이주민이라는 개념이 없어졌지. 내가 한국에서 태어났어도 나는 한국 사람이라는 개념이 없어. 그냥 내가 한국에 가서 한국말을 하니까 가방에 대해 배우는 데 편리하다는 점이 나에게는 중요해. 필리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야. 미국을 가든 어느 나라를 가든 다 똑같아. 감정적인 것은 없다고 봐. 그런 쪽으로는 생각을 안 하는 거지.” 필리핀에서 자신들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에서 한인 이주자들은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집하고 전수코자 하지 않는다. 민족에 의해 규정된 정체성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초국가적 정체성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필리핀 젊은 층 사이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상당히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을 한국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시키고자 하는 필리핀 이주자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한국이 필리핀보다 경제적 수준이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인 듯하다. 어학연수, 조기유학, 해외관광, 해외투자 등 다양한 명목으로 최근 170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필리핀을 방문하였으며, 이들이 필리핀 현지에 머무르면서 필요한 숙박, 여행, 음식, 유흥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 한인 사회의 주요 수입원이 되어왔다. 그러나 필리핀의 자국민우선정책은 외국인의 필리핀 재산권과 사업권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적인 한계로 인해 많은 필리핀 한인이 불법이나 편법으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필리핀과 직접 교류하는 한국인, 특히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의 역할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인들이 필리핀 사회에 잘 융합되어 살아가는 것은 양 국가 간의 우호적 관계를 증진해나가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리핀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정착해 사는 한필 가족 구성원을 둔 한인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리핀 한인 사회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효과적으로 한인들을 조직하고, 불의의 사건·사고로부터 한인을 보호하는 체계를 갖추어나갈 필요가 있다. 필리핀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여 대사관과 한인회 조직을 중심으로 원활한 소통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필리핀 이주 한인들 간의 신뢰를 쌓고 더욱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은 우리 사회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다. 아세안ASEAN으로 대변되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한국에 무역 규모로는 중국에 이어 2위, 투자처로는 미국에 이어 2위, 해외 건설 공사처로는 1위, 노동인력 교류처로는 중국에 이어 2위, 관광지로는 1위, 그리고 한류 파급력으로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급속한 교류 확대는 단기 방문을 넘어 동남아시아 현지에 장기 거주하는 한인의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그 이주와 정착 형태도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인해 기존 주류 이주국에서 나타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필리핀의 한인 이주와 정착에 관한 연구는 해외 한인들의 다양한 삶을 소개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기존의 이주와 정착에 관한 이론들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목차
머리말 4 들어가며 필리핀으로 이주한 한인들 속으로 11 1장 필리핀 한인 사회 형성 배경 1. 한국과 필리핀, 전우에서 동반자로 31 1) 정치·안보 협력 33 2) 경제협력 36 3) 사회·문화 교류 40 2. 필리핀을 향한 한인의 발자취 44 1) 낯선 필리핀을 만나다-1900년 이전 44 2) 망국 백성으로 필리핀을 가다-1900~1945년 56 3) 격동의 시대에 필리핀과 만나다-1945~1989년 64 4) 해외여행 자유화의 바람을 타고 필리핀을 가다-1990~2005년 70 5) 휴식이 찾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다-2006~2019년 74 6) 코로나19 사태 이후 필리핀 한인 사회를 다시 보다-2020년 이후 82 2장 필리핀 한인의 진솔한 이주와 정착 이야기 1. 필리핀 한인의 이주와 정체성 구분 짓기 89 2. 필리핀 이주와 정착 이야기 101 1)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아서-제1시기 이주(1970년 이전) 101 2) 한인 세계화의 선구자-제2시기 이주(1970~1980년대) 149 3) 또 다른 기회를 찾아서-제3시기 이주(1990년 이후) 200 3. 이주 시기별 필리핀 한인 정체성의 특징 262 3장 경계에 서 있는 필리핀 한인 사회 1. 한인 공동체로서의 필리핀 한인 사회 267 2. 한인과 현지인과의 관계와 경계 275 3. 정체성의 경계를 넘은 한 한인 이야기 281 1) 김용찬 씨의 구술생애사 284 2) 김용찬 씨의 이주민 정체성에 대한 이해 296 4. 한인과 필리핀인의 경계를 넘는 사람들 303 나오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하여 317 참고자료 326 찾아보기 334
본문중에서
필리핀이란 나라는 한국 대중들에게는 가볍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지역,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국가 혹은 선교나 봉사활동을 위한 지역 정도로만 간주된다. 미국이나 호주 혹은 캐나다와 같은 전통적인 이민 국가가 아닌 필리핀을 자기 삶의 새로운 터전으로 삼고 미래를 개척해보려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 또한 그동안 한인의 해외 이주에 관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임을 깨닫게 되었다. 4~5쪽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과 필리핀 간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필리핀은 1970년에도 한국에 주로 원목과 당밀, 설탕, 마닐라삼Manila hemp, 동, 그리고 기타 원자재를 수출한 반면, 한국은 필리핀에 주로 공산품을 수출했다. 1982년부터는 한국과 필리핀의 무역수지가 역전되어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 한국과 필리핀의 경제 관계는 단지 무역 부문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협력과 투자협력 분야로 확대되었다. 37쪽 한국(조선)의 『조선왕조실록』에 필리핀(여송)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1807년(순조 7년)이며, 제주 목사 한종원이 표류한 필리핀인 처리에 관해 상소한 내용에 나온다. 이에 앞서 흑산도 홍어 장수 문순득은 1801년 해상에서 표류하여 오키나와(유구)를 거쳐 필리핀에 도착했으며, 그곳에서의 경험은 이후 정약전의 『표해시말』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문순득으로 인해 제주도에 표류한 사람들이 필리핀인임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통역을 담당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49~50쪽 1990년대 이후 필리핀 내에서 분야별로 다양한 종류의 한국인 단체들이 생겨났다. 이 시기 필리핀에 한인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장단기 유학생과 관광객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한인 사회가 조직적인 측면에서도 전문화와 다양화가 이루어졌다. 필리핀의 한인 사회를 대변하는 필리핀한인총연합회를 비롯하여, 재필리핀한국부인회, 재필리핀선교단체협의회, 교포무역인협의회, 지상사협의회, 민주평통자문회의동남아협의회, 재필리핀학생협의회, 그리고 각 지방의 한인회가 조직되어 활동하게 되었다. 73~74쪽 1960년대에는 필리핀에 한국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베트남에 갔던 사람들이 필리핀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좀 나빠지기 시작한 것 같다.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깡패 같은 나쁜 사람도 많았다. 베트남에서 온 사람들은 저녁에 갈 데가 없으니까 우리 집사람이 운영하던 식당(뉴코리아)에 와서 밥을 먹곤 했다. 일부 한국 사람은 일본에 갔다가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한국으로 가지 않고 필리핀으로 오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더 나빠졌다. 128쪽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언어를 많이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아이들도 나처럼 특정 문화에 대해 편견이 없는 국제인이 된 것 같다. 아들은 중국계 필리핀 여자와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았다. 아들 가족 모두 미국 시민권자다. 딸은 필리핀 남자와 결혼해서 두 아이를 두고 살고 있다. 장차 한국에 돌아갈 계획은 없지도 않고 있지도 않다. 앞으로 한국에 더 자주 방문할 생각은 있다. 142~143쪽 일부 필리핀 사람들은 한국인을 가난하게 살다가 갑자기 잘살게 된 졸부로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인이나 일본인은 필리핀 사람을 무시하는 경우가 없는데, 한국인들은 그런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한국인들한테 잔정이 많다는 것을 아는 필리핀 사람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화를 냈다가도 나중에 미안해서 더 잘해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점을 이해하는 필리핀 사람들은 한국 사람과 잘 지내고,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으로만 생각한다. 177쪽 필리핀 한인 사회의 특성은 단합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도움을 청하면 무시하고, 필요할 때만 도움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모두 각자 알아서 도생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들의 경우에는 사업을 하더라도 서로 협의해서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경쟁해서 서로 망하는 길을 쫓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사업을 시작해서 처음에는 돈을 좀 버는데, 결국에는 모두 다 망하는 경우가 많다. 233쪽 필리핀 사람들과 문화적 갈등을 느낀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시간관념과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처리할 업무가 있는데 조금만 배가 아파도 안 나오고, 사촌이나 먼 친구의 초상이라고 1주일씩이나 안 나오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많은 것을 바라는 모습이 거슬린다. 특히 필리핀 여자보다 남자들이 가족이나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243쪽 필리핀 거주 한인들은 필리핀 사회에 깊숙이 동화되어 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필리핀 현지인과의 관계는 주로 일과 관련된 고용인이나 거래 관계자일 뿐 하나의 공동체에 포함되어 활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러한 일과 관련된 공간에서 벗어나서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공동체가 형성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인들도 직업과 업종에 따라서 각기 다른 공간으로 분리되어 생활하고 있다. 275쪽 합법적인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필리핀 정부의 정책과 함께 특히 1970년대 이후 한인 이주자들은 필리핀이 떠나온 조국보다 후진국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필리핀 시민으로 동화되려는 경향이 현저히 약하다. 이는 필리핀 한인 이주민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필리핀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녀들도 한국 혹은 미국 국적자로 필리핀에 사는 경우가 많은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301쪽 필리핀 한인 사회를 연구하면서 대부분의 한필 가족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필리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성향을 감지했다. 유튜브 방송에 나오는 한필 가족 자녀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녀들에게 사용하는 언어도 대부분 영어나 필리핀어며, 일부 한국어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인 아빠를 제외한 주위의 대부분 사람이 필리핀 현지인인 상황에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형성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306쪽

저자
김동엽
필리핀국립대학교 정치학과에서 1990년대 한국과 필리핀의 통신서비스산업자유화정책에 대한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동남아학회 부회장이며, 등재 학술지 『아시아연구』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총체적 단위로서의 동남아시아의 인식과 구성』(2019, 공저), 『동남아의 이슬람화 2』(2017, 공저), 『민주화운동의 세계사적 배경』(2016, 공저), 『나를 만지지 마라, I & II』(2015, 역서), 『동남아의 역사와 문화』(2012, 공역) 등이 있다.
김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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